일상이 멈춘 지구…문 밖 ‘사소한 풍경’, 시대의 기록이 되다

선명수 기자
[이미지로 여는 책]일상이 멈춘 지구…문 밖 ‘사소한 풍경’, 시대의 기록이 되다

당신의 창밖은 안녕한가요
바르바라 뒤리오 엮음|클
400쪽|4만2000원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라는 낯선 이름의 바이러스가 전 세계에 확산된 2020년 3월, 벨기에의 디자이너 바르바라 뒤리오는 한 가지 아이디어를 떠올린다. 전 세계의 많은 도시에서 바이러스 확산 방지를 위해 록다운(봉쇄) 조치를 내렸을 때이다. “우리는 몇 주가 될지 모를 오랜 시간 동안 단 하나뿐인 풍경이 보이는 집에서 격리될 텐데, 지구 반대편에서 보이는 풍경은 어떤 모습일까?”

2020년 3월22일, 페이스북 그룹 ‘나의 창밖 풍경(View from My Window)’은 그렇게 탄생했다. 뒤리오는 자신의 암스테르담 작업실에서 보이는 창문 밖 풍경을 찍어 페이스북에 올렸고, 다른 사람들에게도 각자의 창밖 풍경 사진을 찍어 공유하자고 제안했다. 뒤리오의 초대를 받은 이들은 또 다른 사람들을 초대했다. 1주일 뒤에는 5만명, 3주쯤 후에는 100만명, 그리고 한 달쯤 지난 4월26일엔 이 그룹의 멤버가 200만명을 넘어섰다.

<당신의 창밖은 안녕한가요>는 팬데믹으로 고립됐던 전 세계 200만명을 연결한 ‘나의 창밖 풍경’ 프로젝트를 담은 사진집이다. 100여개 도시에서 20만장이 넘는 창밖 풍경 사진들이 모였고, 가장 많은 사랑을 받은 260개 풍경을 책으로 엮었다.

‘나의 창밖 풍경’ 프로젝트에서 사랑받은 사진들. ⓒHoward Carbone(왼쪽)·Jennifer Zsurger

‘나의 창밖 풍경’ 프로젝트에서 사랑받은 사진들. ⓒHoward Carbone(왼쪽)·Jennifer Zsurger

이 책 한 권에는 지구의 다양한 풍경들이 담겨 있다. 팬데믹 초기, 마치 시간이 정지한 듯 텅 비어버린 도시의 풍경이 많은 이들의 카메라에 포착됐다. 사람들과 자동차로 분주했던 뉴욕 맨해튼의 거리는 비었고, 관광객들의 활기로 가득했던 베니스의 골목, 파리의 광장도 마찬가지였다. 기이하고 낯선 침묵만이 도시를 채웠다. 일린은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의 야경을 찍어 올리며 이렇게 썼다. “어머니 지구가 우리에게서 벗어나 짧은 휴식을 갖는 것처럼 보이네요.”

도시는 멈췄어도 자연은 아주 오래전부터 그래왔듯 생동하고 변화한다. 노르웨이 센야섬의 하늘을 수놓은 오로라, 눈보라가 몰아친 뒤 설산에 비친 일출 등 자연이 빚은 드라마틱한 풍경들도 책에 담겼다. 사람들이 거리에서 자취를 감추자 야생동물들이 찾아오기도 한다. 사슴과 캥거루, 곰, 원숭이, 무스, 기린에 이르기까지 각 대륙의 창밖에 포착된 동물들의 표정이 시선을 잡아끈다.

당연하게 누려왔던 일상이 멈추자, 사소했던 것들이 갑자기 눈에 띄고 평범했던 것들도 특별해진다. 그 사소한 풍경들이 한데 모여 한 시대의 풍경을 담은 촘촘한 기록이 됐다. 어딘가로 떠나지 않고도 여행하는 기분으로 읽을 수 있는 책이다.


Today`s HOT
올림픽 앞둔 프랑스 노동절 시위 케냐 유명 사파리 관광지 폭우로 침수 경찰과 충돌한 이스탄불 노동절 집회 시위대 마드리드에서 열린 국제 노동자의 날 집회
미국 캘리포니아대에서 이·팔 맞불 시위 인도 카사라, 마른땅 위 우물
인도 스리 파르타샤 전차 축제 체감 50도, 필리핀 덮친 폭염
시위대 향해 페퍼 스프레이 뿌리는 경관들 토네이도로 쑥대밭된 오클라호마 마을 페루 버스 계곡 아래로 추락 불타는 해리포터 성
경향신문 회원을 위한 서비스입니다

경향신문 회원이 되시면 다양하고 풍부한 콘텐츠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 퀴즈
    풀기
  • 뉴스플리
  • 기사
    응원하기
  • 인스피아
    전문읽기
  • 회원
    혜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