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자의 소리 키우는 앰프가 되려는 결심

김지원 기자
[책과 삶] 약자의 소리 키우는 앰프가 되려는 결심

사람을 목격한 사람
고병권 지음
사계절 | 328쪽 | 1만6800원

“세상의 중요한 소리는 작게 들린다. 세상의 소음이 그것을 가리기 때문이다.”

<사람을 목격한 사람>의 서문에서 고병권은 말한다. 오늘날 많은 이들이 자극적인 뉴스에 지쳐 ‘뉴스 스트레스’를 호소하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과연 우리는 정말로 중요한 뉴스엔 얼마나 귀를 기울여왔나?

저자는 이 책에서 “싸구려 앰프”가 되겠다고 선언한다. 그가 장애인 농성장에서 작고 청테이프가 덕지덕지 붙은 앰프를 쳐다보다 문득 떠올린 결심이다. 비록 볼품없지만 세상의 관심이 절실한 이들의 자리 곁을 겸손하게 지키며, 최대한 이들의 ‘중요한 소리’를 멀리까지 실어 보내기 위해서다. 이는 그가 수년간 수많은 투쟁의 현장을 지키며 칼럼을 써오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미등록 이주민, 장애인, 산재 사망자… 저자가 2018년 이후 약 5년간 지면에 발표했던 칼럼, 글을 모은 이 책은 “모아놓고 보니 온통 사람 이야기”다. 엄밀히 말하면, “사람의 지위가 문제된 사람들”의 이야기다. 존재 자체로 차별을 받아오고 소외당해온 이들이다. 그는 묵묵히 이들의 모습을 바라보고, ‘사람’을 ‘사람’으로 호명하는 작업을 계속해왔다.

이 책에 나온 문제들은 대부분이 현재진행형이다. 최근 한신대는 은행 계좌 잔액을 문제 삼아 우즈베키스탄 국적 유학생 22명을 강제로 귀국시켰다. 정부는 전장연의 지하철 시위를 ‘원천 봉쇄’하겠다며 여전히 ‘강경 대응’을 이어가고 있다. 김용균 노동자 사망에 대해 법원은 원청 대표에게 ‘무죄’ 판결을 내렸다. 본질적인 문제의 해결은 여전히 요원하다.

‘중요한 소리’는 여전히 작게 들릴 뿐이기에, 우리는 보이지 않는 이들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가야 할 것이다. <사람을 목격한 사람>은 이런 성실한 시도의 결과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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