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상 숨은 비결은 호기심과 재미

김한솔 기자
[책과 삶] 노벨상 숨은 비결은 호기심과 재미

물리학자는 두뇌를 믿지 않는다
브라이언 키팅 지음 | 이한음 옮김
다산초당 | 272쪽 | 1만8500원

‘노벨상을 수상한 과학자’라고 하면 떠오르는 전형적인 이미지들이 있다. 수십년간 실험실에 틀어박혀 아무와도 대화하지 않고 자기 연구에만 몰두하는 사람. 강한 자기 확신과 고집으로 이제껏 아무도 밝혀내지 못했던 과학적 사실을 증명해내는 사람.

그런데 이게 전부일까?

<물리학자는 두뇌를 믿지 않는다>는 물리학자인 브라이언 키팅이 노벨상을 받은 과학자 9명을 인터뷰한 책이다. 그런데 인터뷰 질문이 조금 특이하다. 키팅은 1979년 노벨상을 수상한 셸던 글래쇼에게 ‘물리학자에게 자존심이 어떤 역할을 하느냐’고 묻는다. 88세가 된 과학자 라이너 바이스에게는 ‘지구에서 88년 동안 쌓은 지혜 중 미래세대에게 남기고 싶은 것은 무엇인지’ 묻는다. 젊은 나이에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애덤 리스에게는 ‘뛰어난 동료를 만났을 때 자신감을 잃거나 자기 자신을 의심한 적은 없었는지’ 묻는다. 스스로도 오랫동안 우주배경복사를 연구한 과학자인 키팅의 여러 질문은, 결국 ‘어떤 태도로 주어진 삶을 살아야 하는가’로 귀결된다.

자기 분야에서 최고의 경지에 이른 과학자들이 내놓은 답은 우리가 상상했던 ‘비사교적이고 완고한 과학자’가 할 법한 것과는 거리가 멀다. 이들은 의미 있는 성과를 얻기 위해서는 동료와의 긴밀한 협력과 사회적인 소통이 중요하다는 것을 이해하는 유연한 사람들이다. 자신의 성취에 대해 지나치게 의미를 부여하는 것을 경계하고, 수상 후에도 똑같은 일상을 살아가기 위해 애쓴다. 이들이 공통적으로 중요하다고 강조한 것은 ‘호기심’과 ‘재미’다. “상을 받았든 받지 않았든 삶은 계속되고 과학은 무한하다.”

영국의 초현실주의 화가 마크 에드워즈의 그림이 책 전체에 쓰였다. 묘한 호기심과 상상력을 불러일으키는 그림이 책의 내용과 잘 어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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