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당선 소감 “고독한 사람들 제대로 그려내고 싶다”

소설을 써야겠다고 생각했던 시기는 고등학교 1학년 때였다.

내가 다니던 고등학교에는 키가 작고 얼굴에 주름살이 가득한 수위 아저씨가 있었다. 학교에서 그의 존재감은 보잘것없는 편이었다. 그는 뒷문 근처에서 담배를 피우는 내 또래들을 꾸짖지도 못했고 화단에 꽁초를 버리는 남선생들을 제지하지도 못했다.

[2013 경향 신춘문예 당선작]소설 당선 소감 “고독한 사람들 제대로 그려내고 싶다”

어느 날 야간자율학습이 끝나고 나는 숙직실에서 늦은 저녁을 먹는 수위의 모습을 보았다. 그는 숙직실에서 불어터진 라면을 먹고 있었다. 눈곱 낀 눈매, 피로에 찌든 얼굴, 우동처럼 부푼 라면이 내 눈으로 들어왔다. 그가 식사를 하는 장면은 내 머릿속에 깊이 아로새겨졌다. 나는 집으로 돌아와 수위가 밥을 먹는 장면을 몇 줄의 글로 옮겼다. 그것은 물론 짧은 스케치였을 뿐 소설이 아니었다. 그러나 그의 외면과 내면을 제대로 그려내야 한다는 욕구가 내 마음을 흔들어대고 있었다.

나는 평생토록 그 욕구를 껴안고 살고 싶다.

감사를 드려야 할 분들이 너무도 많다. 먼저 소설이라는 것을 처음으로 내게 가르쳐주신 이재웅 선생님, 집념과 근성을 갖고 소설 쓰기에 임하라는 말씀을 해주신 임철우 선생님, 진부한 관습과 경직된 작법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것을 일깨워주신 최수철 선생님, 몸으로 쓰는 시의 치열성과 꽃으로 피워 낸 시의 아름다움을 보여주신 최두석 선생님, 라캉과 프로이트를 통해 신비롭고도 내밀한 무의식의 세계를 알려주신 서영채 선생님, 그리스 비극의 경이로움과 걸출함을 깨닫게 해주신 주인석 선생님, 이러한 분들을 만날 수 있었던 것은 내 인생의 가장 큰 행운이다.

그리고 나를 언제나 믿고 지원해주시는 어머니와 아버지, 누나에게 이 당선의 영광을 돌리고 싶다. 가족들의 친절과 배려가 있었기 때문에 나는 글을 생각하고, 쓸 수 있었다. 아울러 내 술친구가 되어준 대학동기들과 선후배들에게도 고마움을 전한다. 이들의 호의와 정성은 나를 항상 감동시킨다.

마지막으로 미흡한 소설을 선택해주신 박상우 선생님과 최윤 선생님께 고개 숙여 감사의 인사를 올린다.

■ 조영한

△1989년 경기 안산 생 △한신대 문예창작과 3학년 재학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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