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론 당선소감 “이제부터 내 평론은 시인이 쓰는 또 다른 고백”

“변성기가 오지 않은 형은 싸가지가 없었다./ 엄마는 형이 없을 때만 형을 다루는 데 불편을 토했다. 나도 토했다. 눈물 나게 맞지 않으면 눈물을 만들려고 입에 손을 넣고 토했다.”(‘비굴과 굴비’ 부분)

이 평문은 여기서부터 시작되었다. 형들의 변성기를 묵묵히 들어야 했던 2000년대. 그때 나를 해방시키고, 또 구속시켰던 울퉁불퉁한 목소리들 때문에 나는 늘 나에게 앓아야 했다.

말하고 싶은데, 말할 수 있는데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던 습작기와 내 마음대로 앓지도 못한 변성기 이후의 나의 시들에 대해서 부끄러웠고, 도망치고 싶었다.

[2013 경향 신춘문예 당선작]평론 당선소감 “이제부터 내 평론은 시인이 쓰는 또 다른 고백”

그러는 사이 더 멋진 시인이 되고 싶었다. 틈틈이 내가 질투해온 동시대의 당신들을 독서를 하는 동안, 나를 더 소중하게 만들었던 시집 페이지 곳곳 그 밑줄들이 이 글을 쓰게 했을 것이다. 더 뜨겁고 솔직하게 내 시를 쓰기 위해서 그토록 아름다운 당신들을, 오늘 나는 나의 은인이라 부르고 싶다. 이제 내 문법을 마냥 읽어달라고 투정을 부리기보다는 당신의 문법 속에서도 가끔 머물다가 돌아와야 하겠지. 이제부터 내가 쓰는 평론은 시인이 쓰는 또 다른 고백일 것이다. 나는 더더욱 시인이려고 말을 시작하련다.

그리고 감사한 마음을 모두 전해야겠다. 감사드려야 할 분들이 너무 많아서 걱정이다. 우선 누추한 글을 잘 읽어주신 심사위원 선생님들 감사합니다.

학교에서 물심양면으로 학생들을 이끌어주시는 김종회 선생님, 서하진 선생님, 홍용희 선생님, 김수이 선생님, 고인환 선생님, 이성천 선생님 늘 감사합니다. 그리고 침묵으로 문학과 삶의 등대를 묵묵히 밝혀주시는 박주택 선생님. 지면에서는 다 표현할 수 없는 마음만 부끄럽고 또 감사하게 보냅니다.

경희문예창작단과 현대문학연구회 선후배님들, 안양예술고등학교의 은사님들과 나를 더 가르쳐주는 문창과 학생들, 그리고 한 배에서 태어난 내 친구 김승일과 ‘는’ 동인 최정진, 박희수, 황인찬, 객원 이이체 시인들아. 너희들이 나의 은인들이다. 내가 시를 쓰는 또 다른 이유다.

■ 박성준

△1986년 서울 출생 △경희대학교 대학원 국문과 박사과정 △2009년 계간 ‘문학과 사회’ 시 등단 △시집 <몰아 쓴 일기>(문학과지성사·2012)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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