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호수’ 저스틴 전 감독 “추방 위기 처한 미국 입양인 공동체 위한 영화”

김지혜 기자
국내 언론과의 화상 기자회견에 참석한 <푸른 호수>의 저스틴 전 감독. 부산국제영화제 제공

국내 언론과의 화상 기자회견에 참석한 <푸른 호수>의 저스틴 전 감독. 부산국제영화제 제공

“갑자기 서류 하나 빠졌다고 ‘너는 미국인이 아니다’라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입양인 입장에서는 어떤 느낌일까 생각했습니다. 나를 원하지 않았던 나라로 다시 돌아간다는 것이 심적으로 큰 상처가 될 겁니다.”

강제 추방 위기에 처한 한국 출신 미국 입양인의 고군분투를 담은 영화 <푸른 호수>의 출발과 끝에는 모두 ‘이방인에 대한 공감’이 있었다. 영화의 각본, 연출, 주연을 맡은 저스틴 전 감독은 12일 부산국제영화제가 주최한 화상 기자회견에서 “영화를 통해 추방 위기에 처한 입양인들의 경험을 그대로 보여주고, 이를 통해 관련 법이 개정될 수 있도록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 목적이었다”고 말했다. 지난 3월 미국 의회는 미국으로 국제 입양됐지만 시민권을 취득하지 못한 입양인들에게 시민권을 부여하는 ‘입양인 시민권법’을 재발의했다.

영화 <푸른 호수>의 한 장면. 부산국제영화제 제공

영화 <푸른 호수>의 한 장면. 부산국제영화제 제공

‘내가 여기 있을 수 있나’ ‘미국이란 땅에 우리는 어떻게 뿌리 내리고 있나’. 한국계 미국인인 그의 머릿속을 채우던 질문들이 영화의 토대가 됐다. 앞서 전 감독은 ‘LA 폭동’을 다룬 영화 <국>(2017), 불치병에 걸린 아버지를 부양하는 LA 한인 남매의 이야기 <미쓰퍼플>(2018) 등 전작에서도 꾸준히 미국 내 한인들의 삶을 그려왔다.

전 감독은 이제 한국계를 넘어 다양한 아시아계 미국인들의 삶을 재현하는 데 집중한다. <푸른 호수>에서도 베트남 이민자인 파커가 비중있게 그려진다. 전 감독은 “미국 영화는 다양한 민족의 아시아계 미국인이 하나의 스크린을 공유하게 하지 않는다”며 “백인들의 전유물로 재현되던 미국 남부를 배경으로 다양한 아시아계 미국인들이 교감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화상 기자회견에 참석한 <푸른 호수>의 저스틴 전 감독(오른쪽). 부산국제영화제 제공

화상 기자회견에 참석한 <푸른 호수>의 저스틴 전 감독(오른쪽). 부산국제영화제 제공

전 감독은 이 영화가 “내 것이 아니라 입양인 공동체를 위한 영화”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미국 내에서 <푸른 호수>가 특정 입양인의 사연이 사전 동의 없이 재현됐다는 문제제기가 나와 논란이 일기도 했다. 전 감독은 “추방됐거나 추방 위기에 처한 입양인 9명을 인터뷰 했고 그들의 목소리와 역사가 대본에 녹아있다”며 의혹을 부인했다. 그는 “공무원부터 전과자까지 여러 배경이 있는 분들을 만나 대본을 새로 쓸 때마다 매번 피드백을 받았다”며 “희망적인 엔딩은 현실성이 없다는 입양인들의 지적을 수용해 제작사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결말을 바꾸기도 했다”고 말했다.

방탄소년단부터 <오징어게임>까지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는 한국 콘텐츠에 대해 전 감독은 “한과 정 같은 감정적인 이야기 요소가 들어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줄곧 영어로 답변하던 그는 이 대목에서 한국어로 “서로 죽도록 싫어하면서도 죽도록 사랑하는 징글징글한 감정들”이 K팝부터 드라마까지 다양한 콘텐츠에 녹아 있다고 설명을 이어갔다. 전 감독은 애플TV플러스에서 공개될 드라마 <파친코>의 공동 연출로 배우 윤여정과 함께 작업하기도 했다. 그는 한국어로 “윤여정 선생님, 너무너무 사랑합니다”고 말한 뒤 “잘못된 일과 결코 타협하지 않는 직설적인 면모를 가졌지만, 내면적으로는 굉장히 개방적인 진정한 예술가”라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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