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파 판정’ 문제지만 ‘사이다 분노’로 가득한 올림픽 중계는 적절한가

고희진 기자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이 초반부터 편파 판정 시비로 얼룩졌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경기를 중계하는 국내 방송사의 해설 역시 종목에 대한 전문적인 설명보다는 개최국인 중국에 대한 한탄과 ‘사이다’ 발언에 치중돼 있는 양상이다. 월드컵 축구 등 국제 대회 중계에 나서는 스타 선수 출신 해설진의 감탄사 위주 해설도 여전해 보인다. 스타 선수는 아니지만, 오랜 해설 경험으로 인정받는 중계진도 있다.

SBS는 지난 7일 쇼트트랙 남자 1000m 결승 중계 후, ‘이것이 반칙이다! 쇼트트랙 반칙 워스트10’을 특집 방송했다. 워스트 장면 모두 중국 선수들이 차지했다. SBS는 8일 자사 유튜브 채널 ‘스브스스포츠’에 ‘이것이 반칙이다-쇼트트랙 반칙 워스트 10[습츠_베이징올림픽]’을 공개했다. 이 영상은 9일 오후 기준 조회수 120만회를 돌파했다. 이 영상 역시 TV 방송분처럼 중국 선수들의 반칙 모습이 담겼다.

유튜브 채널 ‘스브스스포츠’에 공개된 ‘이것이 반칙이다-쇼트트랙 반칙 워스트 10[습츠_베이징올림픽]’ 중 한 장면.

유튜브 채널 ‘스브스스포츠’에 공개된 ‘이것이 반칙이다-쇼트트랙 반칙 워스트 10[습츠_베이징올림픽]’ 중 한 장면.

공개 후 인터넷 커뮤니티와 유튜브 채널의 댓글에는 해당 영상을 두고 ‘시원하다’거나 ‘사이다’라는 반응이 넘쳐났다. 경기 결과를 넘어 반중 혐오 감정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의견도 많았다. 개막식 한복 논란을 비롯해, 쇼트트랙 남자 1000m 준결승에서 석연치 않은 심판 판정으로 실격당한 황대헌 선수의 사례에 화가 났던 시청자들의 분노가 이번 영상으로 더 증폭된 것으로 보인다.

월드컵이나 하계올림픽 등 대규모 스포츠 행사의 중계를 맡은 해설진의 전문적인 설명이 부족하다는 지적은 이번에도 이어졌다. 동계올림픽을 중계하는 지상파 3사가 모두 스타 선수 출신 해설진을 기용하고 전문성 있는 해설을 약속했지만, 쇼트트랙 등 경쟁이 치열한 종목을 중계하는 중계진의 해설 상당수는 감정적인 단어들로 채워지고 있다.

중계가 끝나면 KBS의 선수 출신 해설위원 이정수가 “이게 왜 실격인가요?”, 진선유가 “편파 판정이 심한 것 같다”고 한 멘트들이 ‘사이다 해설’이라며 기사가 이어진다. 8일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1500m에 출전한 김민석 선수의 동메달과 함께 화제가 된 것은 KBS 해설위원 이상화, 이강석의 눈물이기도 했다. 해설진이 선수들에게 공감해 함께 분노하고 눈물을 흘릴 수 있지만, 화제가 되는 해설이 이런 것들 뿐이면 곤란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중적 인기를 누린 스타 선수 출신은 아니지만, 오랜 해설 경력을 기반으로 세세하고 전문적인 해설을 해서 주목받는 이도 있다. SBS 이호정 피겨스케이팅 해설위원이다. 스타 선수들이 주로 월드컵이나 올림픽 등 큰 대회 등에서만 해설하는 것과 달리, 이 해설위원은 그간 그랑프리 시리즈를 비롯해 사대륙 세계선수권 등 다수의 피겨 대회 해설을 해왔다. 선수들의 기술 동작에 맞춰 흥분하지 않으며 상황에 알맞은 해설을 해 팬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기본적으로 국제 스포츠 대회에서 개최국에 기울어진 판정이 이어진다는 것이 문제이나, 방송이 조회수 등을 노리고 시청자의 분노만을 키우는 영상을 편성하는 것도 문제라고 볼 수 있다. 해설진의 ‘사이다 분노’는 판정 시비를 해결한다기 보다는, 방송 시청률과 조회수 상승으로 이어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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