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지 않는 시대 파격으로 소통한 괴짜, 하늘 독자 만나러 가다...소설가 이외수씨 별세

오경민 기자
2012년 1월 이외수씨의 모습.  경향신문 자료사진

2012년 1월 이외수씨의 모습. 경향신문 자료사진

소설가 이외수씨가 별세했다. 향년 76세.

문학계에 따르면 이씨는 25일 오후 세상을 떠났다. 고인은 2020년 3월22일 뇌출혈로 쓰러진 뒤 투병해 왔다. 그는 앞서 2014년 위암 판정을 받았으며, 뒤이어 유방암을 진단받고 수년간 병마와 싸웠다.

고인은 경남 함양군에서 태어나 강원 인제에서 자랐다. 1972년 강원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견습어린이들’로 등단했다. 3년 뒤 중편소설 ‘훈장’으로 문예지 ‘세대’의 신인문학상을 수상하며 이름을 알렸다. 1978년 첫 장편 <꿈꾸는 식물>을 펴냈고 이후 <황금비늘>, <괴물>, <장외인간>, <완전변태>, <장수하늘소> 등 왕성하게 작품을 써냈다. 2000년대 이후엔 산문으로 대중적 인기를 끌었다. 산문집 <하악하악>, <청춘불패>, <자뻑은 나의 힘> 등으로 청년층 독자에게까지 이름을 알렸다.

그는 전통적 문학의 틀을 고수하지 않았다. 독자에게 다가가기 위해서 다양하고 파격적인 행보를 하기도 했다. 2017년에는 카카오페이지 연재분을 엮어 장편소설 <보복대행전문주식회사>를 펴냈다. 당시 출간 기자회견에서 그는 “책을 너무 안 읽는 시대가 왔다. 서점만이 시장인가 생각하게 됐고 다른 방식으로도 얼마든지 독자층을 확보할 수 있지 않을까 해서 웹에 먼저 연재했다”며 “지금까지는 종이책의 시대였지만, 이젠 e북이라든지 웹이나 모바일을 통해서 문학을 접할 수 있는 시대가 왔다”고 말했다. 1983년 경향신문에 ‘축제의 집’을 연재한 것도 파격이었다. 당시에는 연재소설의 문학적 가치를 높게 쳐주지 않았지만 그는 “연재소설에 대한 통념을 바꿔 보겠다”며 펜을 잡았다.

그는 일찌감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주요한 소통수단으로 삼기도 했다. 한때 트위터 팔로워가 150만명이 넘어 ‘트통령(트위터 대통령)’으로 불리기도 했다. 그는 TV방송에 출연하고 토크콘서트에 참여하며 대중과 만났다. 장발의 꽁지머리는 ‘대중과 소통하는 기인’으로서의 고인을 대표하는 이미지였다.

고인은 정치 성향을 드러내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특정 정치인을 지지하거나 질타하는 발언도 자주 했다. 2011년 고 박원순 서울시장의 선거대책위원회의 멘토로 활동했고, 다음해에는 교육감 재·보궐선거에서 진보진영의 이수호 후보를 공개적으로 지지했다. 이명박 정권 시절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에 오르기도 했다. 지난 대선 기간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지지하는 메시지를 내기도 했다.

2006년부터는 강원 화천군 상서면의 감성마을로 이주해 ‘촌장’으로 불리며 집필 활동을 이어왔다.

대중과 많은 접점을 가졌던 만큼 구설수에 오른 적도 있었다. 그는 2018년 트위터에 여성들이 출산 시 고통을 줄이기 위해 선택하는 무통분만을 불로소득과 무임승차에 비유하는 게시물을 올려 여성을 비하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단풍사진을 올리며 여성비하적 표현을 한 것도 도마에 올랐다.

그는 부인인 전영자씨와 결혼 43년 만에 ‘졸혼(결혼을 졸업한다)’을 선언했으나, 고인의 투병 생활이 이어지면서 전씨는 고인 곁에 돌아와 졸혼을 종료했다. 빈소는 춘천 호반병원장례식장에 마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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