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다르덴 형제 “외로움에 대항할 수 있는 우정에 대한 영화"

오경민 기자

제75회 칸영화제 75주년 기념상 수상한 ‘토리와 로키타’

남매처럼 의지하는 두 난민 아이를 정체성 가진 인간으로

<토리와 로키타>의 한 장면. 로키타(왼쪽·졸리 문두)와 토리(파블로 실스). Christine Plenus 제공.

<토리와 로키타>의 한 장면. 로키타(왼쪽·졸리 문두)와 토리(파블로 실스). Christine Plenus 제공.

최근 끝난 제75회 칸국제영화제에서 처음 공개된 <토리와 로키타>의 결말은 관객의 말문을 막는다. 두 난민 청소년의 시점에서 전개되는 장피에르와 뤼크 다르덴 형제의 영화를 보면 난민의 상황을 잘 안다고 자부하는 사람이라도 새로운 감정을 느낄 수밖에 없다. 다르덴 형제는 그들의 일상을 사실적이고 압축적으로 보여줬다. 결말만 제외하면 다큐멘터리에 가까워보일 정도였다. 칸영화제는 돌아온 명장에게 ‘75주년 기념상’을 수여했다.

영화는 카메룬에서 온 난민 토리와 로키타를 비춘다. 둘은 미성년 난민을 위한 피난처에서 남매처럼 서로 의지하며 살아간다. 남동생 토리는 이민 서류(영화에서는 ‘종이’라고 지칭된다)를 받아 학교를 다닌다. 누나 로키타는 서류를 받기 위한 지난한 과정에 있다. 고향에 있는 로키타네 가족에게 돈을 보내기 위해 두 사람은 대마초를 배송하는 일을 한다. 두 아이는 사장에게 돈을 떼 먹었다고 의심받고, 손님에게 수모 당하며, 경찰의 불심검문 대상이 된다. 일당 50유로(약 6만6000원)를 받아 카메룬에 부치려고 할 때면 그들을 유럽에 데려온 브로커가 찾아와 몸을 뒤져 돈을 뜯어간다. 결국 서류를 받기 위한 심사에서 탈락한 로키타는 가짜 서류를 만들기 위해 큰 돈을 벌 수 있다는 대마초 농장으로 들어간다. 창문 없는 대마초 농장에서 하루 종일 홀로 대마를 키우고 말린다. 밖으로 나갈 수 없고, 연락도 할 수 없다. 공황장애가 있는 로키타는 토리와 연락이 되지 않는 상황을 견디지 못하고 발작을 일으킨다. 이런 상황을 예측한 토리는 누나를 만나기 위해 모험을 한다.

장피에르 다르덴(왼쪽)과 뤼크 다르덴 형제. Christine Plenus 제공.

장피에르 다르덴(왼쪽)과 뤼크 다르덴 형제. Christine Plenus 제공.

영화를 만든 다르덴 형제를 지난달 26일(현지시간) 프랑스 칸 유니프랑스에서 만났다. 다음은 두 사람과의 문답.

-유럽에서의 이민 문제는 아주 큰 문제다. TV나 신문에서 난민과 이민자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접할 수 있지만 이렇게 가까이서 실상을 들여다 본 것은 처음이다.

뤼크 다르덴 “우리에게 두 미성년 이민자의 우정에 대한 영화를 만드는 것이 굉장히 중요했다. 먼저 어린 이민자들이 겪는 실상을 드러내고 싶었다. 그에 대한 연구를 하면서 대마 플랜테이션 농장에서 미성년 난민들이 ‘가드너’로 일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들은 자주 성적 괴롭힘을 당하기도 한다. 더 중요한 것은, 그들을 단순히 피해자로만 다루지 않는 것이었다. 우리는 그들을 각자의 정체성을 가지고 있는, 살아있는 두 명의 인간으로 그리고 싶었다. 토리와 로키타는 학교에 다니고 싶고, 서류를 받아 제대로 일하고 싶고, 범죄자가 되고 싶어하지 않은 의지를 가지고 더 나은 삶의 조건을 위해 싸운다. 물론 그들은 명백히 시스템의 피해자이고, 위험에 놓여있으며 착취당한다. 그들이 죽는다해도 신고할 가족이 없기 때문에 그들은 자주 범죄의 대상이 되곤 한다. 그러나 그들에게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두 사람 간의 우정이 있다. 깨지기 쉽고, 약하고, 쉽게 착취당하는 그들과 대체할 수 없는 그들의 우정을 대비시켰다.”

장피에르 다르덴 “이제까지 봐 온 뉴스들에 비해 더 실제에 가깝다고 관객들이 느낀 것은, 아마도 관점의 문제일 것이다. 아주 열악한 상황에 놓여있는 두 아이들이 오로지 자신들의 우정에 의존하는 상황을 아이들의 시점에서 보여줬다. 나는 우리가 그 두 아이의 상황에 놓일 수 있는 것이 영화의 힘이자 가능성이라고 믿는다.”

토리와 로키타는 마약을 배송하는 위험한 업무를 하고 나서 일당 50유로를 받는다. 사장은 아이들을 의심하고, 괴롭힌다. Christine Plenus 제공.

토리와 로키타는 마약을 배송하는 위험한 업무를 하고 나서 일당 50유로를 받는다. 사장은 아이들을 의심하고, 괴롭힌다. Christine Plenus 제공.

-묘사가 매우 사실적이다.

장피에르 다르덴 “각본을 쓰기 전에 많은 조사를 했지만 특히 10대 이민자들에 대한 400페이지에 달하는 프랑스 저술이 크게 참고가 됐다. 그 저술은 아이들이 겪는 질병들에 대해 자세히 서술했다. 그들은 가족들, 살던 마을, 언어와 일상으로부터 철저히 분리되는 동시에 완전한 불확실성, 커다란 외로움의 상태에 놓인다. 많은 아이들이 이 때문에 영화 속 로키타와 같이 공황 발작이나 수면 장애를 겪는다. 그래서 우리는 외로움에 대항할 수 있는 우정에 대한 영화를 만들었다.”

-몸이 큰 누나와 몸이 작은 남자아이의 대비는 의도한 것인가.

장피에르 다르덴 “극적인 효과를 위해 그들의 신체 크기의 대비는 매우 중요했다. 큰 몸을 가졌지만 아직 아이와 같은 미소를 가진 로키타. 그리고 열두살이지만 몸이 작아 어디든지 숨을 수 있는 토리. 두 개의 몸이 서로 엮이고, 때론 로키타가 엄마가 되고 때론 토리가 엄마가 되면서 두 사람의 역할이 계속 바뀌는 것을 보여줬다. 두 사람은 서로에게 자장가를 불러준다. 엄마가 아이에게 불러주는 내용이다.”

토리는 로키타가 갇힌 대마초 농장에 잠입한다.Christine Plenus 제공.

토리는 로키타가 갇힌 대마초 농장에 잠입한다.Christine Plenus 제공.

-왜 유럽에서도 난민을 반기지 않는 것일까.

장피에르 다르덴 “유럽에서도 포퓰리즘, 특히 극우 포퓰리즘이 점점 힘을 얻고 있다. 그들은 사람들이 당연히 느낄 수 있는 난민에 대한 두려움을 증폭시킨다. 그러나 우리는 여전히 희망이 있다고 믿는다. 프랑스에서 한 제빵사가 자신의 이민자 견습 제빵사를 추방시키지 않기 위해 단식에 돌입했다. 유럽에서 난민 인정을 받지 않은 이민자는 18세가 되면 쫓겨나기 때문이다. 그의 단식을 온 마을이 도왔고, 미디어도 동참한 결과 견습 제빵사는 쫓겨나지 않았다. 우리의 대륙을 지배하는 부당한 법들에 우리는 여전히 대항해 싸울 수 있다. 더 나은 결과를 만들 수 있는 변화의 가능성이 있고 우리는 이 때문에 영화를 만든다.”

-저임금 노동자, 여성 노동자, 무슬림 이번에는 청소년 이민자까지, 꾸준히 소수자의 이야기를 다루는 이유는 무엇인가.

뤼크 다르덴 “사회가 그들을 보기를 원치 않기 때문에 보이지 않게 된 사람들에게 우리는 주목하고 싶고, 그들을 중심에 둔 이야기를 하고 싶다. 우리는 관객들이 그들을 볼 수 있기 원하고, 무엇보다 그들의 눈으로 본 세상을 봤으면 한다.”

다르덴 형제는 이 영화로 칸영화제서 ‘75주년 기념상’을 수상했다.

28일(현지시간) 제75회 칸영화제에서 75주년 기념상을 수상한 장피에르 다르덴(왼쪽)과 뤼크 다르덴. 로이터연합뉴스

28일(현지시간) 제75회 칸영화제에서 75주년 기념상을 수상한 장피에르 다르덴(왼쪽)과 뤼크 다르덴.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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