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한데 웃기다··· 넷플릭스 시트콤 ‘원 데이 앳 어 타임’

오경민 기자
[오마주] PC한데 웃기다··· 넷플릭스 시트콤 ‘원 데이 앳 어 타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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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원 데이 앳 어 타임>의 한 장면. 가족들은 슬픔도 웃음으로 승화한다. 넷플릭스 제공. 사진 크게보기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원 데이 앳 어 타임>의 한 장면. 가족들은 슬픔도 웃음으로 승화한다. 넷플릭스 제공.

주말 저녁 개그 프로그램을 싫어했다. 걱정 없이 웃어야 하는데, 누군가를 비하하거나 우스꽝스럽게 흉내 내는 걸 보고 있자니 늘 마음 한편이 불편했다. 마음 놓고 웃을 수 있는 콘텐츠의 세계는 우연히 미국 드라마 <모던 패밀리>를 접했을 때 열렸다. 이후 <브루클린 나인나인> <마스터 오브 제로> <김씨네 편의점> <미스터 쿠쿠> 등 영어권 코미디를 잇달아 본 뒤, ‘더 볼 거 없을까’ 하다 우연히 발견한 작품을 소개한다. 쿠바계 미국인 가족의 이야기를 다룬 넷플릭스 시리즈 <원 데이 앳 어 타임>이다.

3세대가 나오는 가족 시트콤이다. 1세대 이민자인 할머니 리디아(리타 모레노), 엄마 페넬로페(저스티나 마샤도), 손녀 엘레나(이사벨라 고메즈)와 손자 알렉스(마르셀 루이즈)가 등장한다. 건물주 슈나이더(토드 그린넬), 페넬로페의 직장 상사이자 리디아의 친구인 레슬리(스티븐 토볼로브스키)도 이들의 가족이나 다름 없다.

페넬로페(저스티나 마샤도)는 병원에서 일하며 혼자 가족을 부양한다. 넷플릭스 제공.

페넬로페(저스티나 마샤도)는 병원에서 일하며 혼자 가족을 부양한다. 넷플릭스 제공.

죽은 남편과 대화하는 리디아는 항상 에너지와 매력이 넘친다.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1961)로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받은 푸에르토리코 출신 배우 리타 모레노가 연기한다. 넷플릭스 제공.

죽은 남편과 대화하는 리디아는 항상 에너지와 매력이 넘친다.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1961)로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받은 푸에르토리코 출신 배우 리타 모레노가 연기한다. 넷플릭스 제공.

남편과 이혼하고 가족을 부양하는 페넬로페네 집은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다. 쿠바의 전통을 지키려는 할머니 리디아는 손녀 엘레나를 위해 쿠바의 성인식 ‘킨세스’를 열어주려 하지만 페미니스트인 엘레나는 킨세스가 딸을 돈 주고 팔던 시대에서 비롯한 여성혐오적 행사라며 반대한다. 전직 군인인 페넬로페는 아프가니스탄 파병 이후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PTSD)와 우울증을 겪는다. 알렉스는 담배에 관심을 가진다. 알코올 중독으로 술을 완전히 끊었던 슈나이더는 다시 흔들린다. 각자 뚜렷한 단점을 가진 가족들은 일단 열정적으로 부딪힌 뒤, 서로 보듬고 이해한다.

여성, 성소수자, 이민자와 관련해 생각해 볼 만한 이슈가 자주 등장한다. 분위기가 마냥 무겁지는 않다. 등장인물들은 어떤 상황에도 유머를 잃지 않는다. 독실한 천주교 신자인 리디아는 종교를 거부하는 가족 앞에서 슬퍼하다가도, “신은 성별중립적인 존재냐”고 묻는 엘레나의 질문에 “신은 남자야! 여자면 세상이 이렇게 꼬이지 않았지!”라고 답한다. 이 시트콤은 ‘PC한(정치적으로 올바른)’ 웃음이 얼마나 풍부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쿠바에서 건너 온 1세대 이민자 리디아(리타 모레노·왼쪽)와 캐나다에서 온 뒤 비자가 만료된 슈나이더(토드 그린넬·맨 오른쪽)는 미등록 이민자다. 둘은 미국 시민권을 따기 위해 노력한다. 넷플릭스 제공.

쿠바에서 건너 온 1세대 이민자 리디아(리타 모레노·왼쪽)와 캐나다에서 온 뒤 비자가 만료된 슈나이더(토드 그린넬·맨 오른쪽)는 미등록 이민자다. 둘은 미국 시민권을 따기 위해 노력한다. 넷플릭스 제공.

대사 하나하나에 신나게 웃다가 결국은 인물들이 서로를 위하는 따뜻한 마음에 눈물이 흐른다. 시즌1 마지막 회에서 페넬로페가 엘레나를 묘사하며 하는 말이 압권이다. 채식주의자, 환경보호가, 퀴어, 페미니스트로 조금은 투박하고 엉뚱하게 행동하는 딸 엘레나가 실은 싱글맘인 자신을 받아들이는 데 도움을 줬다고 말하는 부분이다.

“그게 엘레나예요. 늘 약자 편에 서죠. 나무든 동물이든 친구든, 저든요. 저는 엘레나 덕분에 강인하고 이타적이어지는 법, 스스로에게 진실해지는 법을 배웠어요.”

동명의 1970년대 미국 시트콤을 리메이크했다. 싱글맘을 주인공으로 한 가족 시트콤인 점은 같다. 가족의 인종을 백인에서 라틴계로 바꿨다. 절로 흥이 나는 이들의 노래와 춤 덕에 더욱 다채롭다. 그 시대 시트콤처럼 드라마 위에 웃음소리가 녹음돼 있다. 넷플릭스가 시즌3까지 제작한 오리지널 시리즈다. 한 에피소드당 30분 가량. 시즌마다 13개 에피소드를 제공한다. 시즌1보다는 2, 3이 재밌다.

몰아보기 지수 ★★★ / 혼밥하며 보기 좋다

엉덩이 털 지수 ★★★★★ / 울다가 웃어서

두둠칫 지수 ★★★★★ / 시도 때도 없이 춤추는 가족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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