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정세랑의 텍스트에서 길어올린 섬세한 읽기와 비평적 논리 돋보여

심사위원 양윤의·차미령

심사평

지난달 14일 서울 중구 경향신문사에서 양윤의·차미령 문학평론가(왼쪽부터)가 2023 경향신문 신춘문예 평론 부문 심사를 하고 있다. 이준헌 기자 heon@kyunghyang.com

지난달 14일 서울 중구 경향신문사에서 양윤의·차미령 문학평론가(왼쪽부터)가 2023 경향신문 신춘문예 평론 부문 심사를 하고 있다. 이준헌 기자 heon@kyunghyang.com

올해 평론 부문에는 32편이 응모되었다. 기본기가 갖추어지지 않은 글들이 드문 가운데, 최종적으로 논의된 응모작들에서는 뚜렷한 장점 하나씩을 찾을 수 있었다. 최영건(<당신이었던 ‘소녀’의 이름은>), 황하(‘결을 거스르는 솔질, 구조 혹은 응시’), 유현수(‘위로가 될 수 있을, 참 괜찮은 절망의 언어’), 양동호(‘순례하는 소년들’), 김영은(‘일인칭의 세계와 근미래적 마음’), 민가경(‘평평한 세계에서 길 잃은 새가 되었을 때’)에 먼저 격려를 보낸다. 현실에 대한 비판적 성찰, 새로운 담론과의 접속, 문화사적인 시야, 텍스트 읽기의 기량과 전달 능력 등에서 주목할 대목이 있는 글들이었다.

심사 테이블에 마지막 순간까지 남겨진 응모작은 강도희와 김석우의 글이었다. 관점과 스타일, 문제 생산 등의 면에서 단연 돋보였다. 김석우의 ‘상식(常食)의 상식(常識), 혹은 섭식가능성의 경계에 관한’은 신춘에서는 드물게 접하는 박람강기형의 글이었다. 현재와 과거를 종횡무진하는 이 글은 한국문학사를 섭식의 전장으로 재구성하면서, 비거니즘의 정치와 윤리를 통해 현재 예술계의 중요한 의제 하나를 인상적으로 구현해낸다. 참조된 텍스트들을 감당하느라, 필자의 생각이 다소 명료하게 다가오지 않는 점이 못내 아쉬웠다. 비우고 더는 지혜가, 이 글의 주장을 더 경청할 만한 것으로 만들지 않을까 한다.

강도희의 <비행하는 역사-쓰기, 미지의 ‘너’들에게로>는 한국문학에서 지속적으로 전개되었던 ‘역사-쓰기’의 문제를 한강의 <작별하지 않는다>와 정세랑의 <시선으로부터,>에 나타난 “모성적 역사가들의 형상”에 주목하여 추적해 들어간 글이다. 이 글을 당선작으로 결정하는 데에 그리 오래 걸리지는 않았다. 글을 관통하는 문제의식과 그것을 뒷받침하는 현상, 텍스트와의 섬세한 대화, 비평적 논리를 구조화하고 이야기의 세부를 장악하는 능력에서 두루 안정적인 기량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단지 비평적 글쓰기의 숙련도만을 의미하지는 않아서, 마지막 페이지에 다다랐을 때 글의 메시지는 의연하게 빛났다. 이번 당선작이 과거와 현재의 조우에 미래라는 선분을 더한 것처럼, 지금 한 신인의 출현이 ‘미지의 삶들과 우연히 마주할 미래’를 열어가는 절실한 ‘조각’ 하나가 되기를 바란다. 당선을 축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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