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적 ‘MB’ 라인 유인촌 문체부 장관 후보자, 진보 문화예술인사들과 대립각 예고?

임지선 기자

MB 정부 때 “이전 기관장들 물러나야”

당시 문화예술계와 갈등···대법 소송도

‘문화예술 지원 정책 변화’ 예고에

또다시 문화예술인들과 대립 가능성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가 1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의 2차 개각 발표 브리핑에서 소감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가 1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의 2차 개각 발표 브리핑에서 소감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13일 새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으로 지명한 유인촌 후보자(72)는 이명박(MB) 정부 시절 역대 최장수 문체부 장관을 지낸 예술인 출신이다. 그의 장관 후보 지명으로 MB시절 진보 성향 문화예술계 인사들과 강하게 대립각을 세운 구도가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1951년 전북 완주에서 태어나 서울에서 자란 유 후보자는 중앙대 연극영화과 출신이다. 1971년 연극 <오셀로>로 무대에 처음 섰으며, 1973년 MBC 공채 탤런트로 본격적인 방송 활동을 시작했다. MBC 드라마 <전원일기>에서 22년간 김회장 댁 둘째 아들 ‘용식’ 역할을 맡았다. 올봄에도 연극 <파우스트>로 무대에 계속 오르다 지난 7월 대통령실 문화체육특별보좌관(문화특보)에 임명됐다.

유 후보자는 대표적인 ‘MB’라인이다. 전직 대통령 이명박씨를 모델로 한 1990년 KBS 2TV 드라마 <야망의 세월>에서 유 후보자는 주인공을 맡으며 MB와 인연을 맺고, 2002년 이명박 당시 서울시장 인수위원회 위원, 2004년 초대 서울문화재단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2007년 대선 때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 캠프에 합류해 MB 정부 초대 문체부 장관으로 2008~2011년 약 3년간 재직했다. 장관 퇴임 이후에도 MB정부에서 대통령 문화특별보좌관, 예술의전당 이사장을 지냈다. 그의 이력 때문에 이번에 장관 유력설이 흘러 나왔을 때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또 MB 라인 이냐’며 탄식하는 목소리가 흘러 나오기도 했다.

유 후보자는 문체부 장관 시절 2008년 10월 국회 국정감사 도중 기자들을 향해 삿대질하며 “사진 찍지마! XX. 찍지마!”라고 욕설을 하면서 논란을 빚었다. 특히 장관으로 취임한지 얼마되지 않아 “이전 정부의 정치색을 지닌 기관장들은 스스로 물러나야 한다”는 발언으로 문화예술계를 뒤집어놨다. 당시 해임처분을 당한 인사 중 한명인 김정헌 전 한국문화예술위원장은 대법원까지 간 소송에서 최종 승소해 ‘해임 무효 처분’을 받아냈다.

2017년 문재인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 개혁발전위원회 산하 적폐청산 TF’조사를 보면, 이명박 정부 시절 국정원이 비판적 문화예술계 인사들을 퇴출 대상으로 적시한 일이 벌어진 때도 그의 재임 기간이었다. 유 후보자는 지난달 말 조선일보 인터뷰에서 “내가 장관할 때 지원 배제 명단이나 특혜 문건은 없었다”며 문화예술계 블랙·화이트 리스트의 존재를 부인했다.

대통령실은 유 후보자를 임명하면서 ‘문화예술 현장에 대한 이해와 식견, 정책 역량’을 강조하며 적임자라고 내세웠지만 과거 문화예술계 인사들과 대립했던 이력 등에 비춰 보면 또다시 각을 세울 가능성이 커 보인다.

유 후보자는 조선일보 인터뷰에서 문화예술 지원 정책 변화를 예고했다. 그는 “문화·예술도 경쟁을 통해 살아남아야 한다. 쥐꼬리만한 예산을 모두에게 똑같이 나눠주면 경쟁이 될까? 생계 보조형 지원은 그만해야 한다. 더 잘할 수 있는 사람을 확실하게 밀어줘야 한다”며 “자본과 권력에서 독립하겠다는 영화들까지 왜 정부가 돈을 줘야 하나. 좁은 문을 만들어 철저히 선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나랏돈으로 국가 이익에 반하는 작품을 만드는 게 말이 되나”라고 했다. 이때문에 독립영화나 정부를 비판하는 내용이 담긴 예술 작품의 예산 삭감이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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