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모두가 빌런인 드라마 ‘하이쿠키’…남지현 “해피엔딩 아니었으면 했다”

김한솔 기자
[인터뷰]모두가 빌런인 드라마 ‘하이쿠키’…남지현 “해피엔딩 아니었으면 했다”
[인터뷰]모두가 빌런인 드라마 ‘하이쿠키’…남지현 “해피엔딩 아니었으면 했다”

“저는 해피엔드가 아니었으면 좋겠다는 입장이었어요. 잘못된 일을 했다면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지난 23일 종영한 LG U+모바일tv의 오리지널 드라마 <하이쿠키>는 마약을 소재로 한 학원물이다. 부자들만 다니는 사립고등학교인 정한고에 이상한 쿠키가 등장한다. 얇은 도에 노란 아이싱을 얹은 예쁜 쿠키는 한 입 먹으면 집중력을 높여주고, 두 입 이상을 먹으면 평소 품었던 환상이 현실에서 일어나는 것만 같은 경험을 하게 해준다. 쿠키의 가격은 개당 300만원이지만 날개돋친 듯 팔린다. 아이들은 성적을 높이기 위해,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너도나도 쿠키를 찾는다. 드라마는 쿠키를 두고 벌어지는 끔찍한 일들을 속도감 있게 그렸다. <하이쿠키>의 주인공 최수영 역을 맡은 배우 남지현을 지난 24일 서울 강남구의 한 카페에서 만나 인터뷰했다.

수영은 공장에서 어렵게 번 돈을 정한고에 다니는 동생 민영(정다빈)에게 모두 쏟아붓는다. 가정 내 성폭력·폭력의 피해자이자 생존자인 자매가 의지할 것은 서로뿐이지만, 어쩐지 분위기가 묘하다. 동생은 자기만 바라보는 언니를 내심 부담스러워한다. 언니는 동생에게 헌신적이지만 무언가 드러낼 수 없는 욕망을 억누르고 있는 것 같아 보인다. 수영이 민영의 교복 주머니에서 우연히 쿠키를 발견하면서 둘은 예상치 못한 세계로 발을 들인다.

수영은 남지현이 기존에 맡아왔던 ‘똑부러지고 올바른’ 성격의 캐릭터들과는 사뭇 다르다. 처음엔 전형적인 ‘캔디’ 캐릭터 같지만, 곤란한 상황에 처하면 앞뒤 가리지 않고 극단적인 선택을 해버린다. 선과 악을 끊임없이 오가는 수영의 캐릭터가 남지현의 ‘새로운 얼굴’을 보여줬다는 평이 나왔다.

드라마 <하이쿠키> 스틸 이미지. STUDIO X+U 제공.

드라마 <하이쿠키> 스틸 이미지. STUDIO X+U 제공.

“여태까지 제가 연기한 캐릭터들은 정서적으로 안정돼 있고, 뚝심 있는 것들이 많았어요. 그런데 수영은 개인적인 욕망에만 치중해 있어요.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객관적 기준이 거의 없죠. 그런 캐릭터를 해보고 싶었어요. 롤러코스터처럼 극단과 극단을 왔다갔다 하거든요.” 다만 그는 작품을 시작하기 전 감독에게 결말에 대해 미리 물어봤다고 한다. “모든 캐릭터가 빌런이라고 할 수도 있는 작품이거든요. 각자의 사정이 있지만 결국 잘못된 일들을 선택하니까요. ‘캐릭터마다 방식은 다르지만 책임은 지게 된다’고 해서 마음 편하게 할 수 있었어요.”

수영은 동생을 사랑하지만, 동시에 ‘동생을 돌보느라 빼앗긴 자기 인생’에 대한 아쉬움으로 가득한 캐릭터다. STUDIO X+U 제공.

수영은 동생을 사랑하지만, 동시에 ‘동생을 돌보느라 빼앗긴 자기 인생’에 대한 아쉬움으로 가득한 캐릭터다. STUDIO X+U 제공.

‘꿈을 이루어줄 것만 같은 쿠키’가 소재인 만큼 현장에서 배우들끼리도 ‘쿠키가 있다면 먹을 것인가’를 두고 토론이 벌어졌다고 한다. “이야기를 하다보니 점점 진지해지는 거예요. ‘밤샘 촬영을 했는데 남은 대사가 이만큼이야, 한 입 정도는 탐나지 않을까?’같이요. 사실 전 쉽게 얻은 건 쉽게 잃는다고 생각하는 편이어서, 흔들려도 결국은 안 먹을 것 같아요. 개인적 욕망도 소소한 편이에요. 요리하고, 집안일을 하면서 안정감을 느끼는 편이어서 그런지 쿠키가 그렇게 탐나진 않아요.”

[인터뷰]모두가 빌런인 드라마 ‘하이쿠키’…남지현 “해피엔딩 아니었으면 했다”
수영은 자신과 동생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잘못된 일도 서슴지 않는다. STUDIO X+U 제공

수영은 자신과 동생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잘못된 일도 서슴지 않는다. STUDIO X+U 제공

어릴 때부터 아역 배우로 활동한 남지현은 내년에 데뷔 20주년이 된다. “저희 직업은 바라는 게 많을수록 실망도 많다고 생각해요. 칸 영화제 같은 큰 무대에서 무언가 할 수 있다면 큰 영광이겠지만, 저는 그런 영광이 ‘적당한 시기’에 찾아왔으면 좋겠어요. 순수하게 즐거울 수 있는 타이밍에 그런 일이 벌어지길 소망할 뿐입니다.”

<하이쿠키>는 LGU+의 콘텐츠 스튜디오인 STUDIO X+U에서 기획·제작했다. 넷플릭스에서 다시 볼 수 있다.

배우 남지현. 매니지먼트 숲 제공.

배우 남지현. 매니지먼트 숲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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