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세에 177㎞ 해협을 횡단한 아네트 베닝···‘나이애드의 다섯 번째 파도’

김한솔 기자
<나이애드의 다섯 번째 파도>에서 주인공 나이애드를 연기한 아네트 베닝. 넷플릭스 제공

<나이애드의 다섯 번째 파도>에서 주인공 나이애드를 연기한 아네트 베닝. 넷플릭스 제공

[오마주]64세에 177㎞ 해협을 횡단한 아네트 베닝···‘나이애드의 다섯 번째 파도’

‘오마주’는 주말에 볼 만한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콘텐츠를 추천하는 코너입니다. 매주 토요일 오전 찾아옵니다.

왜 할까. 올림픽 경기에서 신기록이 나오는 순간, 잠깐의 탄성 뒤 제 마음 한 켠엔 항상 같은 의문이 남았습니다. 인간은 왜 극한의 고통을 무릅쓰고 육체와 정신을 단련해 더 빨리 달리려고, 더 무거운 것을 들려고, 더 높이 뛰려고 이렇게 애를 쓸까. 성취감을 위해서? 어떤 면에서든 더 발전하려는 것이 인간의 본능이어서? 이번주 오마주에서 소개할 작품은 세계적인 수영선수 다이애나 나이애드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나이애드의 다섯 번째 파도>(2023) 입니다.

다이애나 나이애드는 올해 75세를 맞은 미국의 수영선수입니다. 그는 64세 때 쿠바 하바나에서 플로리다 키웨스트까지 바다 수영으로 횡단합니다. <나이애드의 다섯 번째 파도>는 이 과정을 그린 영화입니다. 아네트 베닝이 나이애드를, 조디 포스터가 나이애드의 친구이자 코치인 보니를 연기했습니다.

나이애드의 친구이자 코치 ‘보니’ 역을 맡은 조디 포스터(왼쪽)과 나이애드 역의 아네트 베닝. 넷플릭스 제공

나이애드의 친구이자 코치 ‘보니’ 역을 맡은 조디 포스터(왼쪽)과 나이애드 역의 아네트 베닝. 넷플릭스 제공

어릴 때부터 수영 선수로 각종 상을 휩쓴 나이애드는 26세 때 쿠바~플로리다 횡단에 도전했다 실패합니다. 이후 30여년을 스포츠 저널리스트로 일하죠. 60세가 된 어느 날, 그는 어머니의 짐 속에서 메리 올리버의 시집을 발견합니다.

‘결국엔 모든 것이 이르게 죽지 않는가? 격정적이고 귀중한 한 번 뿐인 삶을 어떻게 쓸 것인가?’ 시구절이 그의 머릿 속을 떠나지 않습니다. 동네 수영장을 찾는 횟수가 점점 잦아집니다. 그는 마침내 묻어뒀던 평생의 꿈, 쿠바~플로리다 횡단을 해내야 겠다는 결심에 이릅니다.

쿠바~플로리다의 거리는 177km. 가장 좋은 경로를 골라서 가도 최소 이틀 이상 가야합니다. 과거에 아무리 훌륭한 선수였다 한들, 60세가 넘어 그렇게 하는 게 가능한 일일까요. 나이애드의 몸은 이미 낡고 무겁습니다. 하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그는 도전하기로 합니다.

지미 친(왼쪽)과 엘리자베스 차이 바사렐리(가운데) 감독이 조디 포스터, 아네트 베닝과 이야기하고 있다. 넷플릭스 제공

지미 친(왼쪽)과 엘리자베스 차이 바사렐리(가운데) 감독이 조디 포스터, 아네트 베닝과 이야기하고 있다. 넷플릭스 제공

다큐멘터리 <프리 솔로>로 아카데미상을 수상한 엘리자베스 차이 바사렐리와 지미 친 감독은 나이애드의 실제 과거 영상을 영화 곳곳에 절묘하게 배치합니다. 다이애나는 오만한 사람입니다. 자기 이야기만 지겹도록 합니다. 오로지 자신을 위해 망망대해에서 고생한 스태프들에게 한다는 말이 ‘이보다 값진 일이 있나 싶다’여서 친구를 기겁하게 만들죠. 하지만 자신에 대해 이렇게 불처럼 뜨거운 확신을 가진 모습이, 아무런 확신이 없는 다른 사람들까지도 바다로 향하게 만듭니다.

생각보다 훨씬 육체적인 영화입니다. 아네트 베닝이 바닷 속에서 혼자 고독하게 헤엄치는 모습을 상상했지만, 그러기에 바다는 살아 움직이는 생물과 같습니다. 독성해파리, 상어와 싸우고 환청에 시달리며 앞으로 나아가는 모습은 전쟁을 방불케 합니다.

‘나이애드’는 그리스어로 ‘물의 요정’이라는 뜻이다. 넷플릭스 제공

‘나이애드’는 그리스어로 ‘물의 요정’이라는 뜻이다. 넷플릭스 제공

보니는 나이애드의 도전에 끝까지 함께 한다. 넷플릭스 제공

보니는 나이애드의 도전에 끝까지 함께 한다. 넷플릭스 제공

인간은 왜 한계를 시험하며 살까. 다이애나도 자신의 도전에 안쓰러울 정도로 절박하게 매달립니다. 도저히 평범한 인간의 이야기라고는 볼 수 없는 영화를 보고 난 뒤 떠오른 것은 이상하게도 지극히 평범한 사람들이었습니다. 매일 퇴근 후 지친 몸을 이끌고 헬스장에 가 어제보다 0.5kg의 무게라도 더 올려보려고 안간힘을 쓰는 사람들. 누군가는 0.5kg 무게만큼의 근섬유를 찢는 것으로 앞으로 나아가고, 누군가는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177km의 횡단이 필요했던 게 아닐까요. 과거 나이애드의 도전 소식을 전하던 TV 앵커는 이렇게 말합니다. “(나이애드에게) 무모해 보이는 도전의 의미를 물어보자 ‘깊은 감정과 관련된 복잡한 문제’라고 답했습니다.”

아네트 베닝과 조디 포스터는 이 영화로 각각 오는 10일에 열리는 아카데미 여우주연상과 여우조연상 후보에 올랐습니다. 영화는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습니다.

연기 지수 ★★★★★ 둘이 아니면 누가 상을 받을까

소름 지수 ★★★ 생각보다 상어가 너무 빠르다


Today`s HOT
UCLA 캠퍼스 쓰레기 치우는 인부들 호주 시드니 대학교 이-팔 맞불 시위 갱단 무법천지 아이티, 집 떠나는 주민들 폭우로 주민 대피령 내려진 텍사스주
불타는 해리포터 성 해리슨 튤립 축제
체감 50도, 필리핀 덮친 폭염 올림픽 앞둔 프랑스 노동절 시위
인도 카사라, 마른땅 위 우물 마드리드에서 열린 국제 노동자의 날 집회 경찰과 충돌한 이스탄불 노동절 집회 시위대 케냐 유명 사파리 관광지 폭우로 침수
경향신문 회원을 위한 서비스입니다

경향신문 회원이 되시면 다양하고 풍부한 콘텐츠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 퀴즈
    풀기
  • 뉴스플리
  • 기사
    응원하기
  • 인스피아
    전문읽기
  • 회원
    혜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