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미 아카데미는 ‘오펜하이머’ 천하···크리스토퍼 놀런, 한 풀었다

최민지 기자

아카데미와 인연 없었던 놀런

7개 상 휩쓸며 오랜 한 풀어

영화 <오펜하이머>의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이 10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돌비극장에서 열린 제96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감독상과 작품상을 트로피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로스앤젤레스|UPI연합뉴스

영화 <오펜하이머>의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이 10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돌비극장에서 열린 제96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감독상과 작품상을 트로피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로스앤젤레스|UPI연합뉴스

올해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은 <오펜하이머> 천하로 끝났다. 아카데미와 유독 인연이 없었던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은 이로써 오랜 한을 풀게 됐다. 데뷔작으로 거장들과 어깨를 나란히 해 화제를 모은 셀린 송 감독의 <패스트 라이브즈>는 무관에 그쳤다.

10일(현지시간) 로스앤젤레스 돌비극장에서 열린 제96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놀런 감독의 <오펜하이머>는 작품상과 감독상, 남우주연상, 남우조연상, 촬영상, 편집상, 음악상 등 총 7개 상을 휩쓸었다.

‘원자폭탄의 아버지’라 불리는 물리학자 로버트 오펜하이머의 생애를 그린 이 영화는 총 13개 부문에 후보로 이름을 올렸다. 평단의 극찬을 받은 것은 물론 전 세계 흥행에도 성공하면서 지난해 최고 화제작이 됐다. 시각특수효과(VFX) 없이 핵실험 당시 모습을 구현하는 등 화려한 볼거리로도 주목받았다.

놀런 감독은 이날 생애 첫 아카데미 감독상을 차지했다. 그는 작품성과 흥행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아온 감독이지만 유독 아카데미와는 인연이 닿지 않았다. <인셉션>(2010)으로 작품상, <덩케르크>(2017)로 작품상과 감독상 후보에 올랐으나 수상에는 실패했다.

이날 마틴 스코세이지(<플라워 킬링 문>), 요르고스 란티모스(<가여운 것들>) 등 쟁쟁한 경쟁자를 제치고 감독상 수상자로 호명된 놀런 감독은 벅찬 얼굴로 무대에 올랐다. 시상자 스티븐 스필버그와 포옹을 나눈 그는 배급사와 원작 작가 등을 언급하며 “정말 많은 사람들이 나를 이 자리에 설 수 있게 해줬다”며 감사를 표했다. 이어 “아카데미 역사가 100년이 됐다”며 “이 멋진 여정이 이곳에서 어디로 향할지 모르지만, 저를 (그 여정의) 의미있는 부분이라 여겨준 것이 둘도 없이 소중하다”고 말했다.

오펜하이머를 연기한 아일랜드 출신 배우 킬리언 머피는 이날 생애 첫 아카데미 남우주연상를 차지했다. 그는 자신이 개발한 원자폭탄이 일으킨 변화로 인해 갈등하는 오펜하이머의 내면을 탁월하게 표현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날 무대에 오른 머피는 놀런 감독과 제작자 엠마 토머스에게 감사를 전하며 “(연기 경력) 20년을 통틀어 가장 창의적이고 만족스러운 영화였다”며 “우리는 원자폭탄이 개발한 사람이 만든 세계에서 살고 있지만 이 땅에 평화가 오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오펜하이머의 정적 루이스 스트로스 역의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역시 첫 아카데미 트로피를 품에 안았다. 남우조연상 수상자로 이름이 불린 그는 “나에게 이 역할이 꼭 필요했다”며 놀런 감독과 제작진에게 감사를 표했다. 마약 중독으로 보낸 젊은 시절을 떠올리며 감격스러운 표정을 짓기도 했다.

<오펜하이머>의 배우 킬리언 머피가 10일 미국 로스앤젤레스 돌비극장에서 열린 제96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남우주연상 수상 소감을 밝히고 있다. 그는 아일랜드 출신으로는 최초로 아카데미 트로피를 안았다. 로스앤젤레스|AP연합뉴스

<오펜하이머>의 배우 킬리언 머피가 10일 미국 로스앤젤레스 돌비극장에서 열린 제96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남우주연상 수상 소감을 밝히고 있다. 그는 아일랜드 출신으로는 최초로 아카데미 트로피를 안았다. 로스앤젤레스|AP연합뉴스

10일 미국 로스앤젤레스 돌비극장에서 열린 제96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남우조연상을 수상한 배우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트로피와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로스앤젤레스|AP연합뉴스

10일 미국 로스앤젤레스 돌비극장에서 열린 제96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남우조연상을 수상한 배우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트로피와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로스앤젤레스|AP연합뉴스

배우 엠마 스톤은 <가여운 것들> 로 두 번째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트로피를 안았다. <라라랜드>로 첫 번째 상을 받은 지 7년 만이다. 스톤은 이 영화에서 천재 과학자 손에 다시 태어난 존재 ‘벨라 벡스터’를 연기했다. 수위 높은 노출 연기를 불사하는 파격적인 변신으로 찬사를 받았다. 그는 “<가여운 것들>을 위해 재능을 아끼지 않은 모든 분들과 이 상을 나누겠다”고 한 뒤 란티모스 감독에게 “벨라 벡스터로 살게 해주셔서 감사하다”는 인사를 전했다.

스톤의 이날 수상은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의 <플라워 킬링 문>에서 부유한 오세이지족 여성 몰리를 연기한 릴리 글래드스톤과의 경합 끝에 이뤄낸 쾌거다. 글래드스톤은 원주민 출신 배우로는 최초로 여우주연상 후보에 올라 주목을 받았다.

11개 부문 후보로 이름을 올린 <가여운 것들>은 이밖에 분장상, 의상상, 미술상까지 휩쓸며 4관왕에 올랐다.

여우조연상은 <바튼 아카데미>의 더바인 조이 랜돌프에게 돌아갔다. 그는 베트남 전쟁으로 아들을 잃은 급식소 주방장 메리를 연기했다.

10일 미국 로스앤젤레스 돌비극장에서 열린 제96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가여운 것들>의 엠마 스톤이 여우주연상을 받고 수상소감을 밝히고 있다. 로스앤젤레스|AP연합뉴스

10일 미국 로스앤젤레스 돌비극장에서 열린 제96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가여운 것들>의 엠마 스톤이 여우주연상을 받고 수상소감을 밝히고 있다. 로스앤젤레스|AP연합뉴스

한국계 캐나다인 셀린 송 감독이 10일 미국 로스앤젤레스 돌비극장에서 열린 제96회 아카데미 시상식 레드카펫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로스앤젤레스|AFP연합뉴스

한국계 캐나다인 셀린 송 감독이 10일 미국 로스앤젤레스 돌비극장에서 열린 제96회 아카데미 시상식 레드카펫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로스앤젤레스|AFP연합뉴스

한편 한국계 캐나다인 셀린 송 감독의 데뷔작 <패스트 라이브즈>는 무관에 그쳤다. 어린 시절 헤어진 두 남녀가 24년 만에 뉴욕에서 재회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이 작품은 각본상과 작품상 부문에 진출하며 큰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각본상과 작품상이 각각 <추락의 해부>의 쥐스틴 트리에 감독, <오펜하이머>의 놀런 감독에게 돌아가면서 수상에는 실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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