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맛 연애 예능에 지쳤다면…따뜻한 가족의 환상 ‘연애남매’

허진무 기자
JTBC 연애 예능 프로그램 <연애남매>의 한 장면. 웨이브 캡처

JTBC 연애 예능 프로그램 <연애남매>의 한 장면. 웨이브 캡처

JTBC 연애 예능 프로그램 <연애남매>의 한 장면. 웨이브 캡처

JTBC 연애 예능 프로그램 <연애남매>의 한 장면. 웨이브 캡처

연애 리얼리티 예능 프로그램의 홍수 속에서 JTBC <연애남매>가 대중들을 사로잡으며 입소문을 타고 있다. 여러 남매들이 한 집에 모여 각자의 연인을 찾는다는 내용이다. 자극적인 ‘마라맛’ 연애 예능이 넘쳐나는 가운데 이 프로그램은 ‘순두부’처럼 슴슴하다. ‘연애’와 ‘남매’라는 콘셉트도 언뜻 어울리지 않아 보인다. 그럼에도 <연애남매>가 순항하고 있는 비결은 무엇일까.

<연애남매>는 대중이 원하는 ‘따뜻한 가족’의 환상을 보여준다. 가족 서사라는 토대 위에 출연자들의 연애감정을 구축한다. 제작진은 출연자의 직업이나 나이보다 먼저 가족사를 공개한다. 부모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자란 남매도, 모진 삶을 서로 의지하며 버틴 남매도 있다. 현실에선 가족을 지옥처럼 느끼는 사람들도 많지만, 제작진은 가족을 안식처로 여기는 사람들만을 공들여 섭외했다. 출연자 ‘용우’는 부모가 자주 다투던 어린 시절을 떠올리며 눈물을 쏟는다. “(부모님 입장에선) 결혼도 육아도 다 처음이니, 그래서 그럴 수 있다….”

매일 저녁 관심 가는 이성에게 익명 문자메시지를 보낸다는 설정은 수많은 연애 예능들과 다르지 않다. 하지만 남매가 함께 출연한 <연애남매>에선 자신만큼 ‘혈육’(누나·오빠·동생)이 누구에게 관심이 있는지, 누구의 관심을 받는지도 중요하다. 심지어 출연자 ‘철현’은 자신의 연애 상대보다 매형 후보를 탐색하는 모습을 보인다. 제작진은 출연자에게 ‘혈육’이 그날 몇 명의 선택을 받았는지도 알려준다. 출연자 ‘정섭’은 자신이 여성 3명 중 2표를 받았지만 누나가 0표를 받자 표정이 어두워진다. “되게 마음이 아팠어요. 왜, 내 혈육이 뭐가 어때서. 제가 인기가 없고 누나가 인기 있는 것이 좋아요. 제가 0표여도 좋아요.”

JTBC 연애 예능 프로그램 <연애남매>의 한 장면. 웨이브 캡처

JTBC 연애 예능 프로그램 <연애남매>의 한 장면. 웨이브 캡처

JTBC 연애 예능 프로그램 <연애남매>의 한 장면. 웨이브 캡처

JTBC 연애 예능 프로그램 <연애남매>의 한 장면. 웨이브 캡처

JTBC 연애 예능 프로그램 <연애남매>의 한 장면. 웨이브 캡처

JTBC 연애 예능 프로그램 <연애남매>의 한 장면. 웨이브 캡처

최근 연애 예능은 ‘마라맛’을 닮은 자극적인 요소로 시청자의 눈길을 잡으려는 시도가 많았다. 넷플릭스 <솔로지옥>은 젊은 남녀들을 섬에 몰아넣고 수영복 차림의 몸매를 전시한다. ENA <나는 솔로>에선 출연자들이 직업, 주거, 연봉 등을 노골적으로 비교하며 충돌한다. 엠넷 <커플팰리스>는 결혼정보회사 시스템을 옮겨와 철저히 조건 중심 소개팅을 펼친다. 출연자들이 이성의 관심을 차지하려 치열하게 경쟁하는 장면은 재미있기도 하지만 상당한 긴장감과 피로감도 유발한다.

<연애남매>는 출연자들이 경쟁하는 장면을 줄이고 대신 가족애가 느껴지는 장면들을 촘촘하게 채운다. 출연자들은 자신의 누나·오빠·동생을 ‘혈육’(血肉)이라고 지칭한다. 일상어가 아니지만 혈육의 정을 부각하려 의도한 단어다. 출연자들은 가족사진 앨범을 넘기면서 ‘혈육’이 대신 작성한 소개서를 읽는다. 부모가 손수 만든 음식을 먹고, 부모가 숙소로 전화를 걸어 자식과 통화한다. 어린 시절에 찍은 비디오 영상과 부모 인터뷰도 나온다.

<연애남매>에 출연한 남매들은 자신의 ‘혈육’이 누구인지 모르는 척 연기한다. 출연자들이 ‘혈육’의 정체를 밝히는 추리극의 형식은 ‘X’(전 연인)의 정체를 숨긴 티빙 <환승연애>와 닮았다. <연애남매>는 <환승연애> 1~2시즌을 성공적으로 연출한 이진주 PD가 JTBC로 옮긴 뒤 내놓은 예능이다. 이 PD는 지난달 제작발표회에서 “제 친구의 오빠가 연애 프로그램에 출연했는데 친구가 너무 걱정을 하더라. 그 친구랑 이야기를 하다 프로그램을 저절로 떠올리게 됐다. 만약 남매끼리 연애 프로그램에 나가게 되면 너무 재밌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 프로그램은 인터넷 커뮤니티와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서 화제성이 급속히 커지고 있다. 화제성 조사 업체 굿데이터코퍼레이션이 발표한 3월2주차 순위에서 TV·OTT 통합 비드라마 부문 1위에 올랐다. <연애남매>를 공개하는 OTT 플랫폼 웨이브에선 3주 연속 신규 유료가입 견인지수 1위를 차지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연애와 남매는 이질적으로 느껴지지만 사실 드라마 장르에선 가족의 사랑을 많이 다뤘다”며 “시청자들이 공감할 만한 관계를 가진 출연자들을 섭외하는 데 공을 많이 들였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단, 앞으로는 훈훈하게만 진행되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초반부에서 보여준 끈끈한 가족애가 후반부에는 깊은 감정 갈등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JTBC 연애 예능 프로그램 <연애남매>의 포스터. 웨이브 캡처

JTBC 연애 예능 프로그램 <연애남매>의 포스터. 웨이브 캡처


Today`s HOT
보랏빛 꽃향기~ 일본 등나무 축제 연방대법원 앞 트럼프 비난 시위 러시아 전승기념일 리허설 행진 친팔레스타인 시위 하는 에모리대 학생들
중국 선저우 18호 우주비행사 뉴올리언스 재즈 페스티벌 개막
아르메니아 대학살 109주년 파리 뇌 연구소 앞 동물실험 반대 시위
최정, 통산 468호 홈런 신기록! 케냐 나이로비 폭우로 홍수 기마경찰과 대치한 택사스대 학생들 앤잭데이 행진하는 호주 노병들
경향신문 회원을 위한 서비스입니다

경향신문 회원이 되시면 다양하고 풍부한 콘텐츠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 퀴즈
    풀기
  • 뉴스플리
  • 기사
    응원하기
  • 인스피아
    전문읽기
  • 회원
    혜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