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창작 뮤지컬 “이제는 우리 차례”

뮤지컬 관객 1백만 시대의 화려함 뒤에는 숨겨진 그늘이 있다. 바로 창작뮤지컬의 빈곤이다. 해외에서 수입된 대형 뮤지컬들의 잇따른 성공으로 뮤지컬 시장은 날개를 달았지만 우리만의 콘텐츠로 내세울 만한 창작뮤지컬은 정작 많지 않았다. 그러나 올 하반기부터 달라질 전망이다. 공연이 확정된 창작뮤지컬만 20편이 넘는다. 게다가 이들 대부분이 초연작이다. 창작뮤지컬 붐은 내년으로도 이어진다. 해외에서 빅히트를 기록한 유명작들이 이미 국내에 대부분 소개됐고 우리 정서가 담긴 작품에 대한 관객 욕구도 커졌기 때문. 젊은 뮤지컬 작가와 연출가, 작곡가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는 점도 ‘창작뮤지컬 르네상스’의 원동력이 되고 있다.

◇해외 수입 유명작 바닥 났다

사진 위부터 뮤지컬 ‘바람의 나라’ 의 한 장면, 씨저스 패밀리, 화성에서 꿈꾸다, 바람의 나라.

사진 위부터 뮤지컬 ‘바람의 나라’ 의 한 장면, 씨저스 패밀리, 화성에서 꿈꾸다, 바람의 나라.

성남아트센터에서 공연하고 있는 ‘미스사이공’을 끝으로 세계 4대 뮤지컬로 불리는 유명작들은 모두 국내에 상륙했다. 디즈니사의 ‘라이온킹’도 10월 공연 예정이어서 뮤지컬 관계자들은 “더이상 들여올 대형작은 이제 바닥이 났다”고 말한다. 이 때문에 최근엔 2~3년 전 브로드웨이 무대에 올랐던 중소형작들이 수입되는 추세다.

그러나 이들 작품의 성공 여부는 미지수다. 중극장용 작품일수록 정서적인 공감대가 맞지 않으면 성공하기 힘들기 때문. 또 외국 작품의 경우 수년간 쌓인 명성이 없으면 쉽게 보려고 하지 않는 국내 관객들의 특성도 무시할 수 없다.

서울뮤지컬컴퍼니 김용현 대표는 “뮤지컬 공연이 드물 때는 관객들이 까다롭지 않았지만 지금은 사정이 달라졌다”며 “내용뿐 아니라 노래 등 우리 정서에 맞지 않는 작품은 실패할 확률이 크기 때문에 창작에 눈을 돌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해외 대형작 수입에 참여했던 CJ엔터테인먼트 등이 창작뮤지컬 제작에 직접 뛰어든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CJ엔터테인먼트는 오는 9월 창작뮤지컬 쇼케이스를 열어 젊은 창작자들의 대본과 음악 가운데 ‘물건’을 찾아내 상업 무대에 올린다는 계획이다. ‘아이다’ ‘맘마미아’ 등 라이선스 뮤지컬을 제작해온 신시뮤지컬도 고 차범석의 ‘산불’을 원작으로 한 창작뮤지컬 ‘댄싱섀도우’를 내년 7월에 올린다.

하반기에만 4편의 창작뮤지컬을 선보이는 쇼틱의 김종헌 대표는 “1천만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한 영화 ‘왕의 남자’는 불과 4개월 상영으로 생명력이 다했지만 성공한 창작뮤지컬은 계속 공연되며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작품 안에서 한 곡의 히트곡만 터져도 다양한 재생산이 가능하다며”며 “머지않아 300~500석 규모의 극장에서 ‘창작뮤지컬의 잭팟’이 터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젊은 창작 크리에이터 활발

‘김종욱찾기’ ‘달고나’ ‘뮤직 인 마이 하트’ 등 창작 뮤지컬의 히트작이 터지면서 인기 작가, 연출가 등 젊은 크리에이터들의 활동기반이 넓어졌다. 현재 공연 중인 ‘김종욱찾기’는 유료 객석 점유율이 80%를 넘을 정도로 인기다. ‘김종욱찾기’에서 이름을 알린 작가 겸 연출가 장유정은 차기작 ‘이(爾)’를 각색했고, ‘키스미타이거’의 작가이기도 하다.

성재준 또한 현재 공연 중인 ‘폴인러브’ 작·연출, 9월 예정작 ‘살인사건’의 작가로 ‘뮤직인마이하트’를 히트시킨 작·연출가이다. 또 대중적 감각이 뛰어난 방송작가들도 유입되고 있다. SBS ‘반전드라마’ ‘웃찾사’ 메인 작가인 최승진은 현재 공연 중인 ‘씨저스 패밀리’의 작가이다. 최승진은 “‘웃찾사’ 등을 통해 얻은 대중과의 호흡이 도움 되기도 하지만 뮤지컬 작업이 힘들다”며 “내년 상반기 노처녀들을 주인공으로 한 창작뮤지컬 ‘웨딩프로젝트’를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해외파들도 가세하고 있다. 뉴욕대 뮤지컬 창작과를 졸업하고 현지에서 작곡가로 활약 중인 이지혜, 같은 학교 출신인 작가 이희준이 콤비를 이뤄 ‘첫사랑’을 만든다. 이지혜는 공연 중인 ‘폴인러브’의 작곡가로 국내 신고식을 치렀다.

그러나 창작뮤지컬계에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여전히 창작자 군단이 빈약하고 작품성을 검증하는 쇼케이스 등 사전시스템이 없다. CJ엔터테인먼트 공연사업부 한소영 부장은 “인프라가 취약해 창작자 몇 명에게 기대고 있는 상황”이라며 “‘아이다’의 작사가인 팀 라이스처럼 극의 내용뿐 아니라 리듬을 알고 가사를 붙이는 전문 작사가가 국내는 단 한 명도 없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극장용 뮤지컬은 물론 4억~8억원의 제작비가 드는 소극장용 뮤지컬도 제작에 앞서 사전 검증하는 쇼케이스가 자리잡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희연기자 eggh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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