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영화 ‘리얼’ 괴작보단 망작에가깝다

‘괴작’인가 ‘망작’인가. 순 제작비 115억원을 들인 영화에 쉬운 단정을 내리기는 주저되지만, 아무래도 <리얼>은 후자 쪽인 듯하다.

28일 개봉하는 영화 <리얼>의 언론시사회가 지난 26일 서울 왕십리CGV에서 열렸다. 통상 한국 영화의 언론시사회는 개봉 1~2주 전에 열리기에, ‘개봉 이틀 전 시사’를 택한 <리얼>의 일정은 매우 이례적이다. <리얼>의 시사가 늦은 표면적 이유는 “후반 작업에 많은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할리우드 영화들 중 완성도가 떨어지는 작품들이 악평을 우려해 개봉 직전 시사를 여는 경우는 종종 있다.

카지노를 경영하는 조폭 장태영(김수현)이 신경정신과 전문의 최진기(이성민)에게서 상담치료를 받는 장면으로 영화가 시작한다. 의사는 장태영이 내면에 또 다른 자아를 안고 사는 ‘해리성 장애’를 앓고 있다고 진단한 뒤, 그를 완치시키겠다고 장담한다. 야심만만하고 거친 장태영의 또 다른 자아는 소심한 르포 작가다. 시간이 흘러 장태영은 완치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장태영 앞에 또 다른 난관이 닥친다. 극악무도한 조폭 조원근(성동일)이 장태영의 카지노를 접수하려는 것이다. 위기의 장태영 앞에 의문의 투자자가 도움을 주겠다고 나선다. 그의 이름 역시 장태영이며, 얼굴엔 부상으로 재활 중인 듯 마스크를 쓰고 있다. 투자자 장태영은 조폭 장태영 여자(f(x) 설리·본명 최진리) 취향은 물론 옷, 행동을 모방하려 든다.

거칠게 요약하긴 했지만 <리얼>의 내용은 여전히 애매하다. 과거와 현재, 현실과 환상이 맥락 없이 편집돼 있어 내러티브를 짐작하기 어렵다. 인물들의 행동 동기 역시 끝내 모호하다. 무엇보다 장태영의 정체가 문제다. 그의 해리성 장애는 완치되지 않은 것인지, 투자자 장태영은 실존하는 인물인지, 이 모든 것이 마약에 중독된 장태영의 환상일 뿐인지 <리얼>은 끝내 알려주지 않는다. 종반부 장태영은 마치 <매트릭스>처럼 물리학 법칙을 거스르는 액션을 선보이는데, 이런 동작이 어떻게 가능한 것인지조차 알 수가 없다.

시사 후 간담회에서 이사랑 감독은 “사람들에게 진짜가 무엇인지 설명해주기보다는, 당신이 진짜라고 믿는 것은 무엇이냐고 질문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익숙한 장르와 스토리에서 벗어나 신선한 이야기를 해보고 싶었다”고도 했다. 하지만 해석 가능성이 열려 있는 영화와 제작의도가 명쾌히 구현되지 않은 영화는 다르다. 영화의 익숙한 관습을 탈피하겠다는 야심이 창작자 자신도 수습 못할 이야기를 벌여놓은 상황을 정당화하진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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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왕십리CGV 로비에는 김수현의 팬으로 짐작되는 중국팬들이 가득 모여들었다. 김수현의 영향력 때문인지 중국 기업 알리바바픽쳐스가 메인 투자자로 나섰다. 카지노로 유명한 파라다이스 호텔은 부분 투자자로 이름을 올렸다. 혹시 김수현의 1인 2역은 김수현의 얼굴로 스크린을 가득 채우라는 중국 기업의 요구 때문인지, 배경이 카지노인 것 역시 부분 투자자의 입김 때문인지 궁금해진다.

<리얼>은 제작 과정에도 잡음이 있었다. 이정섭 감독이 촬영을 거의 끝냈지만 제작사와 이견을 보인 끝에 하차했고, 제작사 대표인 이사랑이 직접 촬영을 마무리하고 ‘감독’으로 이름을 올렸다. 이사랑 감독은 김수현의 이종사촌으로 알려져 있다. 업계 1위 CJ엔터테인먼트가 여름 성수기를 앞두고 배급하는 작품치고는 여러모로 모양새가 기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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