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은 꿈인가, 예언인가...몽환적인 SF '듄'

백승찬 기자

드니 빌뇌브의 ‘듄’ 20일 개봉

사상 가장 많이 팔린 SF 원작

장엄한 화면에 펼쳐지는 인물의 내면

영화 <듄>의 한 장면. 폴(티모테 샬라메)은 아트레이데스 가문의 후계자다.  |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영화 <듄>의 한 장면. 폴(티모테 샬라메)은 아트레이데스 가문의 후계자다. |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영화 <듄>의 한 장면 |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영화 <듄>의 한 장면 |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10191년, 폴(티모테 샬라메)은 자꾸만 꿈을 꾼다. 모래뿐인 아라키스 행성에 사는 프레멘족 소녀가 반복해 등장한다. 아버지 레토 공작(오스카 아이삭)과 어머니 레이디 제시카(레베카 퍼거슨)는 아트레이데스 가문의 후계자인 폴을 사랑하면서도 엄격하게 교육한다. 폴은 어머니가 소속된 여성 초능력 집단 베네 게세리트의 능력을 물려받아 미래를 내다보는 특별한 힘을 갖고 있다. 폴의 머릿속에 떠오르는 이미지가 꿈인지, 예언인지, 환각인지는 불분명하다.

20일 개봉하는 <듄>(감독 드니 빌뇌브)은 기묘하고 복잡한 영화다. 거대 우주선이 행성 간 여행을 하는 세계를 배경으로 한다는 점에서 SF적 설정을 갖고 있지만, 소년의 꿈과 예언이 중요하게 다뤄진다는 점에서 몽환적이다. 원작의 설정상 AI나 로봇 등은 나오지 않는다. 전투든, 행성 간 이동이든 인간이 직접 수행한다. <스타워즈>에서처럼 황제, 귀족 가문, 선주민 집단이 등장하지만, 쾌속 우주선의 공중전이나 호위 무사들의 장쾌한 전투는 볼 수 없다. 정치 집단 사이의 비열한 음모, 제국과 식민지의 갈등이 이야기를 이끈다.

아트레이데스 가문은 프레멘족의 적대감, 거대한 모래벌레의 공격을 피해 아라키스 행성의 특수 광물 스파이스를 채취하라는 황제의 명을 받는다. 스파이스는 예지력과 두뇌활동을 높이는 각성제로, 오직 아라키스에서만 채취되는 귀한 자원이다. 황제는 날로 강성해지는 아트레이데스의 세력을 꺾기 위해 함정과 같은 임무를 준 뒤, 아트레이데스의 라이벌인 하코넨 가문에 군사를 빌려줘 이들을 공격하게 한다. 아트레이데스 가문은 절멸의 위기에 처한다.

위엄 있는 아버지, 강인한 전사 거니(조슈 브롤린)·던컨(제이슨 모모아)에 비하면 유약한 소년 폴이 주인공이다. 덩치가 두 배는 커보이는 던컨이 폴을 두고 “근육이 좀 붙었다”고 놀리는 장면도 나온다. 카메라는 종종 샬라메의 섬세한 얼굴을 클로즈업으로 잡아낸다. 샬라메는 늘 무기력하고 조그마한 목소리로 대사를 말한다. 보호막이 돼주던 주변 어른들이 하나둘씩 쓰러진 뒤, 소년 폴이 광폭한 정세와 거친 운명을 어떻게 극복하는지가 극의 관건이다. 폴은 지도자 준비가 덜 된 듯하지만, 시간은 그를 마냥 기다려주지 않는다. 폴은 통과 의례를 치러야 하는 고대 신화 속 영웅처럼 다짜고짜 모래 사막에 내던져진다.

빌뇌브는 화려한 액션 연출에 특기를 보이는 감독이 아니다. <컨택트>(2016), <블레이드 러너 2049>(2017) 같은 SF영화에서도 빠른 편집, 현란한 특수효과보다는 인물의 내면을 느릿하지만 장엄하게 구성된 화면 위에 펼쳐놓는 데 힘을 쏟았다. <듄>도 다르지 않다. 막막한 사막, 400m에 달하는 모래벌레, 거대 우주선, 층고가 높은 기나긴 복도를 배경으로 등장인물을 점처럼 찍어놓은 익스트림 롱 쇼트와 화면을 가득 채우는 얼굴 클로즈업을 번갈아 사용한다. 아이맥스 스크린으로 보면 낯설지만 몽환적인 이미지에 빨려들 것 같은 순간도 있다.

<듄>은 프랭크 허버트가 1965년 처음 펴내 장기간에 걸쳐 집필한 SF소설을 원작으로 했다. 국내에서는 황금가지 출판사에서 낸 총 4300여쪽에 달하는 6권짜리 양장본으로 구할 수 있다. 역사상 가장 많이 팔린 SF로 꼽히지만, 세계관이 방대하고 복잡해 영상으로 구현하는 데는 난제가 많다. 데이비드 린치가 1984년 영화화했지만, 그의 필모그래피 중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는 작품은 아니다. 빌뇌브는 기나긴 원작을 무리하게 압축하는 대신 이번 영화를 ‘파트 원’이라 이름 붙인 뒤 좀 더 본격적인 사건이 전개되기 직전에 영화를 끝냈다. 설정을 차근차근 설명하기 때문에 상영시간은 155분에 달한다. 그만큼 집중력도 필요하다. 이어지는 이야기를 다루는 할리우드 영화들은 통상 촬영을 한꺼번에 끝낸 뒤 후반작업을 거쳐 시차를 두고 개봉하는 방식을 택한다. <듄>은 ‘파트 투’를 동시에 찍지 않아 후속편이 언제 나올지 기약할 수 없다는 게 단점이라면 단점이다.

영화 <듄>의 한 장면. 왼쪽부터 레이디 제시카(레베카 퍼거슨), 챠니(젠데이아), 스틸가(하비에르 바르뎀), 폴.  |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영화 <듄>의 한 장면. 왼쪽부터 레이디 제시카(레베카 퍼거슨), 챠니(젠데이아), 스틸가(하비에르 바르뎀), 폴. |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영화 <듄>의 한 장면. 이 영화에는 이와 같은 익스트림 롱 쇼트가 자주 나온다.  |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영화 <듄>의 한 장면. 이 영화에는 이와 같은 익스트림 롱 쇼트가 자주 나온다. |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영화 <듄>의 한 장면. 거대한 모래벌레는 아라키스 행성의 실질적인 주인이다.  |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영화 <듄>의 한 장면. 거대한 모래벌레는 아라키스 행성의 실질적인 주인이다. |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영화 <듄>의 한 장면. 던컨(제이슨 모모아)은 충직한 무사다.  |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영화 <듄>의 한 장면. 던컨(제이슨 모모아)은 충직한 무사다. |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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