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랑극단 독심술사가 성공을 위해 벌인 일···‘나이트메어 앨리’

백승찬 기자
영화 <나이트메어 앨리>의 한 장면. 전반부의 유랑극단은 기괴한 세트와 인물로 꾸며졌다.  |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

영화 <나이트메어 앨리>의 한 장면. 전반부의 유랑극단은 기괴한 세트와 인물로 꾸며졌다. |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

한 남자가 시신을 묻고 집을 불태운 채 길을 나선다. 스탠턴(브래들리 쿠퍼)이라는 이 남자는 우연히 본 유랑극단에 들어가 일거리를 찾는다. 주어진 일을 성실하게 해내던 스탠턴은 독심술사 부부의 호감을 사 그 비결을 터득한다. 스탠턴은 전기쇼 마술을 하는 여성 몰리(루니 마라)와 함께 극단을 떠나 더 큰 성공을 추구한다. 몇 년 후 스탠턴은 뉴욕의 호화 호텔에서 번듯한 쇼를 열고 있다. 소박한 유랑극단 시절을 그리워하는 몰리와는 조금 사이가 소원해졌다. 심리학자 릴리스 박사(케이트 블란쳇)가 스탠턴에게 접근해 그의 능력을 시험하고, 스탠턴은 릴리스와 협조해 부유층을 상담하는 기회를 얻어낸다. 스탠턴의 명성이 높아지는 동시, 위기도 찾아온다.

23일 개봉한 <나이트메어 앨리>는 <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2018)으로 아카데미 작품상, 감독상 등 4개 부문을 수상한 기예르모 델 토로의 신작이다. <나이트메어 앨리> 역시 다음달 열리는 제94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등 4개 부문 후보에 올랐다.

델 토로는 알폰소 쿠아론(<그래비티>),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레버넌트>)와 함께 할리우드에서 각광받는 멕시코 출신 감독(‘쓰리 아미고스’, 세 친구)으로 꼽힌다. <블레이드2>(2002), <헬보이> 시리즈(2004, 2008) 등 델 토로의 할리우드 초기작은 독특한 장르물에 속했다. 미국과 소련의 우주경쟁 시기를 배경으로 한 <셰이프 오브 워터>는 델 토로의 개성 있는 시각적 비전이 역사·사회적 시선을 갖췄을 때 어떤 시너지를 발휘하는지 증명한 영화였다.

영화 <나이트메어 앨리>의 한 장면. 야심만만한 독심술사 스탠턴(오른쪽, 브래들리 쿠퍼)은 심리학자 릴리스(케이트 블란쳇)과 만나 야망에 불을 붙인다.  |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

영화 <나이트메어 앨리>의 한 장면. 야심만만한 독심술사 스탠턴(오른쪽, 브래들리 쿠퍼)은 심리학자 릴리스(케이트 블란쳇)과 만나 야망에 불을 붙인다. |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

영화 <나이트메어 앨리>의 한 장면 |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

영화 <나이트메어 앨리>의 한 장면 |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

유랑극단 이야기를 다루는 <나이트메어 앨리>의 전반부는 델 토로 특유의 그로테스크한 감각을 드러낸다. 반인반수의 기인, 괴력의 거인, 독심술사, 전기 인간 등 오늘날에는 더 이상 볼 수 없는 공연자들이 순진한 관객의 눈을 홀린다. 공연에는 인권침해 요소가 다분하고 이들은 저마다 힘겨운 삶을 사는 듯 보이지만, 단원들은 서로를 위안하는 소박한 공동체를 유지한다.

전반부는 배경과 인물을 소개한다. 재미있지만 이야기 전개의 기능을 담당하진 않기에 다소 길게 느껴진다. 스탠턴과 몰리가 뉴욕에 자리 잡고, 스탠턴의 성공 욕망이 폭발하는 후반부에 들어서야 전개가 빨라진다. 다만 이 대목부터는 예정된 결말을 향해 달려가는 듯해서 전반부보다 활력이 떨어진다.

쿠퍼, 블란쳇, 마라를 비롯해 토니 콜렛, 윌렘 데포, 론 펄먼 등 베테랑 배우들이 모두 제 역할을 해낸다. 촌스럽게 화려하고 음울하면서 신비한 유랑극단, 깔끔한 아르 데코풍의 뉴욕 호텔을 대비시키는 프로덕션 실력 역시 최상급이다. 상영시간은 150분.

영화 <나이트메어 앨리>의 한 장면. 스탠턴과 유랑극단 시절의 연인 몰리(루니 마라) |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

영화 <나이트메어 앨리>의 한 장면. 스탠턴과 유랑극단 시절의 연인 몰리(루니 마라) |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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