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박인환상

모순된 현대 사회, ‘아이 시선’으로 ‘구원 가능성’ 읽어내다···학술 부문(영화평론) 수상 송보림 작가

김종목 기자
‘제3회 박인환 상’ 영화 평론 부문 수상자 송보림씨. 송보림  제공

‘제3회 박인환 상’ 영화 평론 부문 수상자 송보림씨. 송보림 제공

‘제3회 박인환상’ 영화평론 부문 수상작은 송보림씨(사진)의 ‘아이가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다. 폴 토마스 앤더슨의 <매그놀리아> <마스터> <부기 나이트> <데어 윌 비 블러드> <펀치 드렁크 러브> 등을 비평 대상으로 삼았다.

앤더슨 영화에 펼쳐진 세계는 모순으로 가득하다. 그 모순은 돈, 명성, 약물에 찌든 자본주의 현대사회와도 이어진다. “무력하게 그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는 아이의 시선이 들어있다.” 송씨는 <데어 윌 비 블러드>에서 다니엘이 땅을 매입하기 위해 주민들 앞에서 거짓으로 연설할 때 그 모습을 뒤에서 유심히 지켜보는 소년 H.W의 시선에 카메라가 초점을 맞춘 데 주목한다. “아이는 어른이 준 상처들을 그저 묵묵히 받아내는 존재”이고, “ ‘지금’을 살아내는 것이 힘겹고 버겁기만 한 현재진행의 시선”이다.

부제는 ‘토마스 앤더슨이 구원을 말하는 방식’이다. 송씨는 “뭔가에 중독되지 않고는 버텨내기 힘든 시스템 안에서 세상을 부유할 수밖에 없는 인물들은 구원을 찾아 안식할 수 있을까”란 문제를 두고 그 방식을 들여다본다.

텅 빈 집을 배경으로 한 살인 장면으로 끝나는 <데어 윌 비 블러드> 같은 영화도 있지만, “앤더슨 영화 속에서 ‘집’은 인간이 본원적으로 가지고 있는 구원에 대한 소망”을 나타낸다. “상처 입은 채 세상에 적응하지 못하고 방황하던 사람들과 깊은 상실감으로 현재를 유령처럼 살아가던 인물들은 날개를 접고 쉴 곳을 찾는다.” 송씨는 <부기 나이트>에서 에디가 잭의 집으로 돌아와 엠버의 무릎에 누워 우는 장면 등을 예로 들었다.

심사위원단(이찬, 유지나, 전찬일)은 “ ‘아이’와 ‘구원’이라는 키워드로 (앤더슨 영화들을) 하나로 꿰어 분석·해석하는 ‘일관성의 구도’를 구축했다. 이 지점에서 다른 응모작들을 뒤로 물러서게 하는 매력을 발산했고 호평이 잇따랐다”고 평했다. “앤더슨 감독이 해부한 현대 자본주의 세계가 품은 ‘악순환의 고리’, 나아가 ‘인간의 역사’를 관통하는 ‘죄’의 문제를 포착하는 장면들을 정교한 영상 기법에 대한 분석으로 풀이했다는 점에서 심사위원들의 폭넓은 지지를 받았다”고 했다.

송씨는 앤더슨의 영화들을 여러 번 보며 곱씹었다고 한다. “수수께끼 같은 순간과 사람들”을 이해한 결과물 중 하나가 이번 평론이다. 프리랜서 작가인 송씨는 기자와 통화하며 “계속 영화를 사랑하고 글을 쓸 수 있는 용기를 줘 감사하다”고 말했다. “과연 내가 계속 글을 쓸 수 있는 사람인가라는 의심이 들 때마다 이번 상을 통해 칭찬과 격려를 힘껏 해주신 많은 분의 응원의 말을 기억하겠다”고 했다. “아무리 뭘 열심히 써도 위대한 영화들 앞에서 제가 쓴 평은 아주 작은 나만의 모래알을 보태는 것에 불과할 것입니다. 그래도 사랑하는 마음으로 마음껏 오해하고 이해하며, 공부하고 감탄하겠습니다.”

영화평론 부문에는 총 15편이 응모했다. 심사위원단은 “안드레이 타르콥스키의 <솔라리스>를 변증법 사유의 대명사인 헤겔과 음악의 아버지 바흐를 통합해 분석·해석한 ‘대우주로서의 소우주, 그 영화 시학의 정점’이나, <조커>의 주연 배우 호아킨 피닉스를 거장 마틴 스코세이지의 <코미디 왕> 등과 연결하여 그를 ‘포스트-로버트 드 니로’로 진단한 ‘조각의 유전’ 같은 글은 평론이 갖추어야 할 첨예한 문제 설정과 멋진 글쓰기 스타일을 거느렸다”고 평했다.

학술 부문(문학) 응모작은 3편인데, ‘수상작 없음’으로 결론 났다.

[2022 박인환상]모순된 현대 사회, ‘아이 시선’으로 ‘구원 가능성’ 읽어내다···학술 부문(영화평론) 수상 송보림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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