엇갈린 사랑 그린 격정 드라마···유니버설발레단 ‘오네긴’

선명수 기자
유니버설발레단 <오네긴>의 3막 중 ‘회한의 파드되’. 유니버설발레단 제공

유니버설발레단 <오네긴>의 3막 중 ‘회한의 파드되’. 유니버설발레단 제공

사랑과 미움의 말도, 발레의 대사라 할 수 있는 발레 마임도 거의 없지만 무용수의 몸짓만으로 감정이 쉴 새 없이 몰아친다. 유니버설발레단이 20세기 드라마 발레의 걸작으로 꼽히는 <오네긴>을 오는 6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한다.

<오네긴>은 러시아의 문호 푸시킨의 운문 소설 <예브게니 오네긴>(1830년)을 원작으로 20세기를 대표하는 안무가 중 한 명인 존 크랑코(1927~1973)가 만든 드라마 발레다. 차이콥스키의 오페라 <오네긴>의 음악 28곡을 편곡해 발레로 재탄생시켰다. 1965년 크랑코가 예술감독으로 있던 독일 슈투트가르트발레단이 초연했고, 한국에서는 유니버설발레단이 2009년 공연권을 획득해 발레단의 대표 레퍼토리로 자리 잡았다.

<오네긴>은 제정 러시아 시기인 1920년대 한 시골 마을을 배경으로 진정한 사랑을 꿈꾸는 타티아나와 오만하며 자유분방한 도시 귀족 오네긴의 엇갈린 사랑을 그린다. 발레에 드라마적인 요소를 강하게 새겨넣은 크랑코의 작품답게, <오네긴>의 춤에는 인물들의 감정이 짙게 배어 있다. 그만큼 무용수들의 감정 연기가 도드라진 작품이다. 장식적인 춤이라 할 수 있는 디베르스티망, 정형화된 마임이 나오지 않는 것도 클래식 발레와의 차이점이다. 인물의 감정 변화를 효과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춤 속에 삽입된 정지 동작인 ‘스틸 포즈’를 사용한 것도 이 작품의 안무적 특징이다.

공연의 백미는 단연 1막과 3막에서 선보이는 오네긴과 타티아나의 파드되(2인무)다. 1막의 ‘거울 파드되’가 오네긴을 짝사랑하는 타티아나의 마음이 자신의 꿈속에 투영된 춤이라면, 3막의 ‘회한의 파드되’는 타티아나에 대한 사랑을 뒤늦게 깨달은 오네긴의 절규와 타티아나의 내적 갈등이 팽팽하게 대립하는 춤이다. 무용수들은 고난도 테크닉을 소화하면서도 애증과 집착, 고통과 회한의 감정을 섬세하고 격정적으로 표현했다.

테크닉은 물론 무용수들의 농밀한 감정 연기가 중요한 작품인 만큼 판권을 소유한 존 크랑코 재단은 공연마다 직접 오디션을 거쳐 주역을 결정하는 등 공연권을 까다롭게 관리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재단 관계자가 지난 8월 발레단을 방문해 연습 과정을 지켜본 뒤, 이후 영상 오디션을 통해 주역 무용수를 선정했다.

유니버설발레단 <오네긴> 1막의 ‘거울 파드되’.  유니버설발레단 제공

유니버설발레단 <오네긴> 1막의 ‘거울 파드되’. 유니버설발레단 제공

주역 타티아나는 이 공연의 초연 때부터 함께해온 수석 무용수 강미선을 비롯해 손유희, 홍향기, 한상이가 번갈아 맡는다. 오네긴은 수석 무용수 이현준, 이동탁, 강민우가 연기한다. 지휘자 김광현이 이끄는 코리아쿱오케스트라가 연주한다.

문훈숙 유니버설발레단 단장은 “늦가을과 잘 어울리는 <오네긴>의 매력은 존 크랑코의 천재적인 안무와 마치 이 작품을 위해 만들어진 것 같은 차이콥스키의 음악, 그리고 드라마의 힘 세 가지의 절묘한 조화에 있다”며 “관록의 커플과 새롭게 데뷔하는 무용수들의 무대를 보는 것도 큰 즐거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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