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훈의 ‘옛사랑’, 20년 가도 바래지않는 그 노래

이영훈의 ‘옛사랑’, 20년 가도 바래지않는 그 노래

3∼4년 전부터 거세게 불어닥친 리메이크 열풍의 한가운데에 작곡가 이영훈이 있다. 리메이크의 원본인 이문세의 노래는 대부분 이영훈이 만든 노래였기 때문이다. 이수영, 성시경, 신화, 조성모 등 까마득한 후배 가수들이 앞다퉈 이들의 노래를 다시 불렀다. 1980년대 중후반 발표된 노래들이 20여년 뒤에도 호소력을 갖는다는 건 이영훈만의 아름답고 독특한 멜로디 메이킹 덕에 가능했던 일이다.

20여명의 가수들이 이영훈의 옛 노래 12곡과 신곡 1곡을 부른 음반 ‘옛사랑’이 나왔다. 이영훈을 위한 일종의 ‘헌정음반’인 셈이다.

가수들의 면면은 화려하다. 임재범, 이승철, 윤도현, 나윤선부터 SG워너비, 클래지콰이, 신혜성 등 세대와 장르가 다양하다. 정훈희도 오랜만에 녹음실을 찾았다. 타이틀곡은 임재범이 부른 ‘가로수 그늘 아래 서면’으로 정해졌다. 임재범은 특유의 힘찬 목소리를 자제하고, 서정적인 노래 분위기에 어울리는 차분함을 유지한다. 83년 작곡됐지만 시간의 무게를 이기는 노래다. 배우 조재현이 이 노래의 뮤직비디오 연출을 맡아 이채로움을 더한다.

이승철은 ‘영원한 사랑’을 통해 데뷔 20년이 지난 뒤에도 가요 프로그램 1위를 차지할 수 있는 이유를 알려준다. 첫 소절을 듣는 순간 ‘이승철이다’하고 말할 수 있는 특색과 절로 가슴을 저리게 하는 애절한 가창력이다.

김연우와 이소은이 함께 부른 ‘슬픈 사랑의 노래’는 이영훈 스스로 “내가 가장 사랑하는 곡이고 내 생에 다시 작곡하기 힘든 곡”이라고 여기는 노래다. 86년 시작해 6년 만에 멜로디를 완성했고, 96년에야 가사를 붙였다. 이영훈은 “곡의 모티브가 아름다운 반면 그 성격이 단순하고 강해 후렴부를 만들기 힘들었다”고 말했다.

SG워너비가 부른 ‘소녀’는 팬들에게 가장 많은 사랑을 받는 곡 중 하나지만, 이영훈 자신은 “내 곡 중 가장 맘에 안 드는 후렴부를 가졌다”고 한다. 대중과 창작자의 정서에는 괴리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점을 확인시키는 말이다.

‘사랑이 지나가면’은 이영훈을 평생 작곡가의 길로 이끈 곡이다. 이영훈은 70년대 국제가요제 그랑프리를 휩쓴 이봉조-정훈희 콤비를 따라 ‘이별이야기’ ‘붉은 노을’ ‘그대 나를 보면’을 가요제용으로 습작했다. 그러나 정작 이영훈이 활동할 때가 되자 국제가요제가 폐지돼 이 노래들은 가요제 대신 이문세의 음반으로 빛을 봤다. 이번 음반에선 정훈희가 ‘사랑이 지나가면’을 불렀으니, 20여년 만에 이영훈이 흠모하던 가수에게 노래가 돌아간 셈이다.

전제덕의 하모니카 연주곡 ‘기쁨의 날들’은 유일한 신곡이고, 음반 마지막에는 윤도현, 전인권, 박완규, JK김동욱 등이 함께 부른 ‘그녀의 웃음소리뿐’이 실렸다. 힘찬 남성적 보컬을 골고루 들을 수 있는 기회지만, 여러 노래가 섞인 듯 정신 사납기도 하다. 팬을 위한 보너스 트랙으로 생각하는 게 좋겠다. 뮤직비디오와 음반작업 과정이 담긴 VCD도 함께 들어있다.

〈백승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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