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가수, 잊혀진 가수 선별 않고 소환 ‘동시대적 폭발력’

위근우 칼럼니스트

‘인기가요’ 라이브 스트리밍 ‘온라인 경로당’을 위한 복고일까

지난 1998년부터 2000년대 초반 방영된 SBS <인기가요>를 라이브 스트리밍으로 서비스하며 화제를 모으고 있는 SBS 공식 유튜브 채널 ‘SBS KPOP CLASSIC’. 핑클처럼 지금도 현역으로 활동하는 스타들의 과거를 만날 수 있고, 그 시절 팬덤의 활약상도 확인할 수 있다.

지난 1998년부터 2000년대 초반 방영된 SBS <인기가요>를 라이브 스트리밍으로 서비스하며 화제를 모으고 있는 SBS 공식 유튜브 채널 ‘SBS KPOP CLASSIC’. 핑클처럼 지금도 현역으로 활동하는 스타들의 과거를 만날 수 있고, 그 시절 팬덤의 활약상도 확인할 수 있다.

이제는 볼 수 없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부터 하겠다. 최근 SBS 공식 유튜브 채널 ‘SBS KPOP CLASSIC’에선 과거 1998년부터 2000년대 초반 방영된 SBS <인기가요>를 라이브 스트리밍으로 서비스하며 화제를 모으고 있다. 당대의 인기곡과 무대를 다시 보고 들을 수 있고, 지금도 가수로 혹은 다른 분야에서 활동 중인 스타의 과거 모습도 볼 수 있다. 당시를 기억하는 세대가 너도나도 접속해 실시간 댓글을 달며 소위 ‘온라인 노인정’을 열어 다 함께 흥겨워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이정현과 유승준, 핑클의 전성기 혹은 새파란 신인 시절을 보는 재미와 별개로, 때론 박력 있는 중저음으로 때론 KBS <달려라 하니> 홍두깨 선생님 목소리로 각 곡과 가수를 소개하는 고(故) 장정진 성우의 목소리를 들을 때면 지금 이곳에서 그의 부재를 새삼 느낀다. 잘 알려진 것처럼 고인은 2004년 KBS 예능 <일요일은 101%> 촬영 중 어이없는 안전사고로 허망하게 세상을 떠났고, 당시 <인기가요> 측은 MC를 통해 명복을 빌었다. <인기가요> 스트리밍에서 그 목소리를 들을 때마다 고인을 추모하자는 이야기는 아니다(한다면 그건 그대로 좋은 일일 것이다). 온라인 스트리밍을 통해 그 시절 그들의 모습과 목소리가 지금 이곳에서 재생될 때, 역설적으로 우리는 지금 이곳에 무엇이 부재하는지 새롭게 인식하고 재평가하게 된다. 이것은 단순히 좋았던 과거를 재확인하는 반가움과는 다르다.

기존의 복고 콘텐츠가 잊고 있던 익숙함의 귀환이라면, <인기가요> 라이브 스트리밍은 오래된 새로움의 제시처럼 보인다. 여기엔 까맣게 잊고 있던 존재에 대한 일종의 당혹과 놀라움이 동반된다. 슈퍼마리오 같은 붉은 멜빵바지를 입고 “남자라면 무릎 꿇지 마 목에 칼이 들어온다고 해도”(‘Man’)라고 노래하는 주영훈의 난해한 퍼포먼스만 당혹스러운 건 아니다. 가령 MBC <무한도전> ‘토요일 토요일은 가수다’(이하 ‘토토가’)에서도 이정현의 무대는 압도적이었지만, <인기가요>에서 거대한 용의 날개를 단 판타지 전사 복장을 한 이정현의 ‘바꿔’ 무대는 이 명곡을 선거 캠페인송으로 활용한 모든 정치인들의 목을 날려버릴 것처럼 파워풀하다. 어떻게 저런 무대를 기억하지 못했던 걸까. 저 유산은 왜 소실된 걸까. 컴퓨터그래픽으로 만든 사이버 VJ가 인기곡 댄스 팁을 전수해주는 저 미래의 풍경과 정서가 정말 지금으로부터 20여년 전 일이란 말인가. 볼 때마다 새로운 이 감정은, 그래서 사라진 것을 그리워하는 노스탤지어와는 조금 다르다. 애틋한 노스탤지어가 돌아갈 수 없는 과거를 이상화한다면, <인기가요> 스트리밍 댓글창은 마냥 이상적인 줄 알았던 과거의 실재를 대면한 이들의 유쾌한 혼란으로 가득하다.

20여년 전 ‘인기가요’ 실재 대면
더 생생하고 덜 정제된 과거 재생
댓글창은 유쾌한 혼란으로 가득
기존 복고 콘텐츠, 익숙함의 귀환

박력·중저음으로 가수·곡 소개
고 장정진 성우 목소리 재생 땐
부재란 뭔지 재인식하고 재평가

위대·민망한 순간들 포개져 등장
흘러간 가수들 무대 역시 소환해
신비화된 기억과 실재가 부딪혀
그 시절 허구적 신화 없어도 소중

서로 많은 것을 공유함에도 현재 <인기가요> 스트리밍과 ‘토토가’가 구분되는 건 이 지점이다. ‘토토가’가 우리가 좋았던 1990년대라고 믿고 싶은 어떤 과거상을 선별된 과거의 조각들로 재구성해낸다면, <인기가요>는 그런 선별을 거치지 않은 좀 더 생생하고 덜 정제된 과거를 재생한다. 물론 해당 시대 노래에 대한 30, 40대 소비자들의 강력한 호응은 분명 ‘토토가’ 신드롬과 유사하다. 1990년대 말에서 2000년대 초반이 대중음악의 ‘리즈 시절’로 미화되어 기억되고 여전히 시장성을 갖는 건, 이 시기가 동시대적 영향력을 발휘하기 때문이다. 해당 시기 활동한 가수 중 상당수는 임창정, 터보의 김종국, 핑클의 이효리·성유리·옥주현, 샤크라의 려원처럼 지금도 연예계 현역으로 활동 중이다. 이 때문에 해당 시대의 노래는 분리된 과거가 아닌, 현재와 제법 매끈히 연결된 과거로 존재할 수 있으며 다른 시기 복고 콘텐츠와 비교해 훨씬 동시대적인 폭발력을 가질 수 있다. 역사가 승자의 역사라는 것은 대중문화 영역에서도 어느 정도 사실이다. 하지만 최근 <인기가요> 스트리밍은 ‘토토가’처럼 그때 그 시절 인기곡과 스타의 무대로 호응을 얻으면서도 이러한 복고 콘텐츠가 과거를 어떻게 편의적으로 선별했는지 의도치 않게 드러낸다. ‘토토가’ 시리즈도, <인기가요>도 H.O.T와 젝스키스, 터보와 김현정을 지금 이곳에 소환하지만 <인기가요>엔 또한 지금은 이름도 얼굴도 기억나지 않는 수많은 가수들의 무대 역시 소환된다. JTBC <투 유 프로젝트-슈가맨>이 잊혀진 원 히트 원더를 다시 불러낸다고 했지만 그렇게 한 번의 히트를 기록하는 것도 아주 한정적인 소수에게만 허락된 일이다. 또한 지금까지 기억되는 스타들이 다 좋은 곡만 부른 것도 아니다. 한 시대가 몇 명의 빛나는 스타와 명곡만으로 이뤄진 성좌로 기억되기 위해선 그보다 훨씬 많은 이들이 어두운 밤하늘 속으로 묻혀야 한다. 과거와 현재가 균질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감각을 위해선 지금 남아있지 않은 유산은 지워져야 한다. 그리고 그 잃어버린 세계가 지금 유튜브에서 재생되고 있는 것이다.

현재 유튜브 ‘SBS KPOP CLASSIC’ 채널에 출근 중인 이들에게 가장 많이 회자되는 왕년의 스타가 유승준이라는 것은 그래서 상징적이다. 한국 활동이 금지되지만 않았더라면 ‘토토가’의 가장 첫 무대에 섰을 그는, 하지만 병역 문제 이후 정말 말 그대로 한국 대중문화계에서 지워져버렸다. 그를 기억하던 이들에겐 종종 전성기 비와 비교되던 열정적인 퍼포먼스는 일종의 구술 전승으로만 남게 되었다. 그리고 과거의 <인기가요> 영상을 통해 다시금 확인할 수 있는 ‘나나나’나 ‘비전’의 무대는 왜 그가 그 시절 최고의 인기를 얻었는지에 대한 증거처럼 보인다. 그가 뛰어난 재능에도 불구하고 대중들에게 잊힌 것이 안타깝다 말하려는 건 아니다. 다만 유승준에 대한 새삼스러운 감탄은 기억되는 과거, 그리고 과거로부터의 유산이라는 것이 얼마나 선별적이었는지 보여준다. 1990년대 후반과 뉴밀레니엄 시대의 가요가 모두 최고였던 게 아니듯, 당대의 ‘인기 가요’가 모두 미래의 ‘불후의 명곡’이 되는 것도 아니다. 과거가 현재를 구성하듯, 현재도 과거를 구성한다.

[위근우의 리플레이]요즘 가수, 잊혀진 가수 선별 않고 소환 ‘동시대적 폭발력’

복고란 과거라서 익숙한 것들이기도 하지만, 지금 재현해도 되는 과거만 추억으로 규정하는 것이기도 하다. 하이라이트 필름으로만 구성되지 않은 <인기가요>의 순간들이 이토록 회자되는 걸 ‘온라인 경로당’ 세대의 복고로 규정하기 어려운 건 그래서다. 여기엔 신비화된 기억과 신비화되지 않은 실재가 부딪힌다. ‘T.O.P.’의 세련됨과 ‘으쌰! 으쌰’의 민망함이 공존하며, 샤크라의 시원시원한 의상 콘셉트와 비키의 부담스러운 거대 황금관이 공존한다. 신지가 훌륭한 보컬이었다는 것이 사실인 만큼 1집 무대에서 거친 ‘생목’으로 쥐어짜듯 아슬아슬 고음을 냈다는 것도 사실이다. 우리가 복고의 이름으로 과거를 그대로 재현할 수 없는 건, 그것이 지금 재현하기 불가능할 정도로 위대해서가 아니라 지금 다시 재현하기엔 민망한 수많은 순간들까지 동반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불균질한 포개짐 속에서 정말로 위대한 것들도 등장하며, 한 세대가 스스로를 규정할 문화적 자원을 충분히 습득하기도 한다. 하여 모든 게 좋았던 그 시절이라는 허구적 신화 없이도 그 과거는 소중하다. 지금 남아있는 것과 남지 않은 것 모두.


Today`s HOT
인도 스리 파르타샤 전차 축제 미국 캘리포니아대에서 이·팔 맞불 시위 틸라피아로 육수 만드는 브라질 주민들 아르메니아 국경 획정 반대 시위
파리 뇌 연구소 앞 동물실험 반대 시위 이란 유명 래퍼 사형선고 반대 시위
뉴올리언스 재즈 페스티벌 개막 올림픽 성화 범선 타고 프랑스로 출발
친팔레스타인 시위 하는 에모리대 학생들 러시아 전승기념일 리허설 행진 연방대법원 앞 트럼프 비난 시위 보랏빛 꽃향기~ 일본 등나무 축제
경향신문 회원을 위한 서비스입니다

경향신문 회원이 되시면 다양하고 풍부한 콘텐츠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 퀴즈
    풀기
  • 뉴스플리
  • 기사
    응원하기
  • 인스피아
    전문읽기
  • 회원
    혜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