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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근우의 리플레이
  • [위근우의 리플레이]<오겜 3>, 삼류 악당 프론트맨의 인정투쟁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을까요?
    <오겜 3>, 삼류 악당 프론트맨의 인정투쟁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을까요?

    ※본 칼럼은 <오징어게임> 시즌 3에 대한 스포일러를 다수 포함하고 있습니다.엄혹한 상황 앞에서 이병헌은 현실적인 타협을 주장한다. 그 반대편의 인물은 이상(理想)을 지키다가 스스로 죽음을 선택한다. 황동혁 감독이 연출했다. 어떤 작품일까. <오징어게임> 시즌 3(이하 <오겜 3>)? 땡, 틀렸다. 영화 <남한산성>이다. 농담이다. <오겜 3>와 <남한산성> 둘 다 맞다. <남한산성>에서 이병헌이 연기한 최명길은 청과의 화친으로 국가를 보전하고자 하고, 그 반대편에서 김상헌(김윤석)은 조선이 청에 종속되는 것을 우려하며 척화를 주장하다가 결국 삼전도의 굴욕 이후 자살을 선택한다(실제 역사에선 자살 미수에 그친다). <오겜 3>에서도 이병헌이 연기하는 프론트맨 황민호는 오징어게임의 설계자로서 은밀하면서도 노골적으로 주인공 성기훈(이정재)과 대립각을 세우고 그를 방해하고...

    2025.07.12 06:00

  • [위근우의 리플레이]<신명>에는 없고 <미래의 골동품 가게>에는 있는 오컬트 장르의 윤리
    <신명>에는 없고 <미래의 골동품 가게>에는 있는 오컬트 장르의 윤리

    영화는 영화로 봐야 한다? 최근 영화 유튜버 라이너는 윤석열·김건희를 모델로 한 오컬트 영화 <신명>에 대한 비판적인 리뷰를 남기며, <신명>처럼 현실의 인물과 사건을 재구성한 영화를 그저 현실과 분리해 영화로만 보라는 것이 난센스임을 지적했다. 동의한다. 그리고 그것이 미신을 동반한 오컬트 장르라면 더더욱 그러하다. 라이너를 포함해 많은 이들이 비판했듯, 이태원 압사 사고 같은 고통스러운 참사의 기억을 주술에 의한 것으로 묘사하는 재현은 뜨악하지만, 그 때문만은 아니다. 윤석열·김건희 부부의 해악을 설명하기 위해 그들이 미신을 믿는 어리석고 욕심 많은 인간들이라는 것을 강조하는 것과, 그들의 사악한 주술이 실제로 통했다고 말하는 건 전혀 다른 범주다. 후자를 진지하게 주장하거나 혹은 진지하게 받아들인다면(호의적 관람평 중 적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현실이 오컬트 문법으로 재구성되는 게 아니라, 오컬트가 현실로 재구성된다. 미신을 믿는 위정자를 비판하려다 ...

    2025.06.28 06:01

  • [위근우의 리플레이]잡식공룡과 조희연의 혐오 발언, ‘밈’에 의탁할 때 우리는 어떻게 온라인 소시오패스가 되는가
    잡식공룡과 조희연의 혐오 발언, ‘밈’에 의탁할 때 우리는 어떻게 온라인 소시오패스가 되는가

    명대사 ‘밈’ 제조기인 만화가 김성모의 유명한 대사 중엔 이런 게 있다. “전에 날 두고 돼지라고 불렀지? 난 그 말이 좋아, 사실이니까. 하지만 다른 건 몰라도…날 돼지라고 놀리는 건 참을 수 없다!” 우선 사람에게 돼지라고 놀리지 말자는 걸 당부하고 부연하자면, 요즘 자신 있게 차별적 발언을 내뱉는 이들의 반응을 보면 인용한 대사가 떠오른다. ‘날 두고 차별 차별주의자라고 불렀지? 난 그 말이 좋아, 사실이니까. 하지만 다른 건 몰라도 날 차별주의자라고 비난하는 건 참을 수 없다!’ 최근 단 사흘 간격으로 벌어진 전라도 비하 논란을 보라.지난 5일 먹방 유튜버 잡식공룡은 이번 대선 중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에게 압도적 비율로 투표한 전라남도에 대해 ‘전남 X랄 났음 ㅋㅋㅋㅋ’라고 쓴 글을 본인 인스타그램에 올렸다. ‘나라 진짜 나눠야지. 같이 살 필요가 없다. 여행이나 비자 받고 가면 될 듯’ 따위의 전라도 혐오 발언이 담긴 게시물에 대한 캡쳐본 역시 공유했다. ...

    2025.06.14 06:00

  • [위근우의 리플레이]크보팬의 크보빵 불매 운동은 왜 천만 관중 시대의 윤리인가
    크보팬의 크보빵 불매 운동은 왜 천만 관중 시대의 윤리인가

    “지속 가능한 천만 관중 기반을 조성하는데 전념하겠습니다.” 지난 1월 허구연 한국야구위원회(이하 KBO) 총재의 신년사 일부다. 그의 다짐처럼, 지난해 꿈의 숫자라 생각했던 프로야구 천만 관중 시대에 돌입한 이후 올해는 한화 이글스의 33년 만의 12연승 등의 화제와 함께 지난 시즌을 능가하는 속도로 관중을 동원하며 최소 경기 400만 관중을 기록했다. 천재지변이 없는 한 올해도 천만 관중을 넘길 것이다. 그런데 올해 KBO는 그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천만이라는 숫자를 경험했다. 지난 3월 KBO와 SPC삼립이 협업해 출시한 크보빵(KBO빵) 이야기다. 겨우 30경기 정도 진행된 4월 말에 이미 누적판매량 천만 봉을 돌파했다. 과거 포켓몬 캐릭터를 활용한 포켓몬빵에서 그러했듯 각 구단 선수들 스티커를 무작위로 동봉한 전략은 팬들의 수집 욕구를 제대로 자극하며 크보빵을 SPC삼립 최고의 히트상품으로 만들었다. 프로야구의 오랜 역사에서 누적된 구단의 서사와 동시대 선수들의 캐릭터성...

    2025.05.31 06:00

  • [위근우의 리플레이]극우적 세계관에 빠진 KBS 시청자위원회, 주옥같은 어록의 주인공들을 다시 소개합니다
    극우적 세계관에 빠진 KBS 시청자위원회, 주옥같은 어록의 주인공들을 다시 소개합니다

    탄핵 이후에도 윤석열의 그림자가 한국 언론을 어떻게 좀먹고 있는지 궁금하다면 KBS 시청자위원회 회의록을 보면 된다. 지난 1월 이 지면을 통해 윤석열의 내란 시도에 대해 ‘내란’이란 표현을 쓰지 말기를 요청하거나, 동성애 혐오적인 발언을 한 KBS 시청자위원회 위원들에 대해 비판한 바 있다. 해당 칼럼 말미, 더 많은 시민들이 지상파 시청자위원회 회의록을 더 자주 열람하길 요청하며 “헛소리를 하면 그것이 회의록으로 남아 영원히 모두의 웃음거리가 될 수 있다는 더 큰 두려움”이 KBS 시청자위원들에게 생기길 바랐다. 그로부터 4개월이 지나고 윤석열은 탄핵됐지만, 4월 희의록 속 KBS 시청자위원회는 두려움을 갖기는커녕 훨씬 노골적으로 극우적 세계관을 설파하고 있었다. 더 큰 문제는, 대꾸할 가치도 없는 말에 KBS의 국장급 인사들은 쩔쩔매며 개선을 약속한다는 사실이다. 이미 미디어오늘이나 미디어스 같은 미디어 비평 매체에서 이번 회의록에 나온 발언들의 문제를 다루긴 했지만, 좀 ...

    2025.05.17 06:00

  • [위근우의 리플레이]‘SNL KOREA’여, 진정한 블랙코미디를 국민의힘 경선 토론에서 배우라
    ‘SNL KOREA’여, 진정한 블랙코미디를 국민의힘 경선 토론에서 배우라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4월 26일 쿠팡플레이 <SNL KOREA>에 출연했다. 조금도 놀랍지 않았다. 그리고 이것이 현재 <SNL KOREA>와 한동훈의 문제다. 누구도 한동훈이 하이리스크를 무릅쓰고 하이리턴를 기대하며 혹독한 풍자 코미디 신고식을 치르리라 기대하지 않고, 마찬가지로 <SNL KOREA>가 유력 정치인의 심기를 거스르며 그의 내적 모순을 가지고 놀 거라 기대하지도 않는다. 그저 서로 과감한 척, 통렬한 척, 생색내기 좋은 공생관계일 뿐. 실제 방송 내용 역시 예상으로부터 한 치도 벗어나지 않았다. ‘지점장이 간다’ 코너에서 한동훈은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며 본인 특유의 되물어보는 말투를 쓰는 손님 한동안(정성호)에게 소위 거울 치료를 받는 에피소드를 연기한다. 여기에 어떤 유의미한 긴장이 있는가. 이미 2년 전 온라인을 통해 공유됐던 ‘편의점에 간 한동훈’이라는 만화 내용을 그대로 가져다 구성한 대본도 안일하거니와, 해당...

    2025.05.03 06:00

  • [위근우의 리플레이]<오래된 만남 추구>를 ‘이영자♥황동주’라는 기사 제목에서 구해내야 하는 이유
    <오래된 만남 추구>를 ‘이영자♥황동주’라는 기사 제목에서 구해내야 하는 이유

    이쯤 되면 연예매체들은 송은이에게 저작권에 대한 인센티브라도 내야 하는 것 아닐까. 송은이가 대표로 있는 스튜디오 비보에서 제작하고 KBS2와 KBS joy 채널로 지난 3월까지 방송했던 <오래된 만남 추구>(이하 <오만추>)에서 코미디언 이영자와 배우 황동주, 역시 코미디언 김숙과 배우 구본승이 소위 현실 커플 가능성을 보여 화제가 되자 이후 이들의 관계성을 활용한 수많은 낚시성 연예 기사가 한 달이 넘도록 쏟아지는 중이다. 물론 어떤 프로그램이나 출연자가 화제가 되어 그에 대한 기사가 늘어나는 건 흔한 일이다. 그럼에도 굳이 연예매체가 인센티브를 내야 한다고 한 건, 단순히 방송 내 특정 장면이나 출연자 활동에 대한 사실을 전달하는 게 아니라, <오만추> 세계관을 빌려 2차 창작을 하는 중이기 때문이다. 예술로서의 2차 창작을 폄하하려는 건 결코 아니다. 단지 이들 기사가 창작으로 독자를 낚는 영리 행위 중이란 걸 지적하려는 것뿐이다. 가령 지...

    2025.04.19 06:00

  • [위근우의 리플레이]<소년의 시간> 비극은 이미 진행되는 중이다, 당신 아들의 방과 스마트폰 속에서
    <소년의 시간> 비극은 이미 진행되는 중이다, 당신 아들의 방과 스마트폰 속에서

    “내가 아무 것도 안 한 것 믿어?” “당연히 믿지. 넌 내 아들이잖아.” 지난 3월 13일에 공개된 넷플릭스 시리즈 <소년의 시간> 1화에서 이른 아침부터 경찰들에게 살인 혐의로 잡혀간 13살 소년 제이미의 질문에, 영문도 모르고 쫓아와 동석 보호자가 된 아버지 에디는 답한다. 경찰의 사무적이지만 꽤 친절한 안내를 받으며 국선 변호사를 선임하고 취조에 동행하는 과정 동안 에디는 계속해서 오늘 아침부터 자신과 가족의 평온한 일상을 날벼락처럼 덮친 일들을 이해하기 위해 애쓴다. 그러다 첫 화 말미, 경찰은 제이미가 전날 저녁 같은 학교 여학생인 케이티를 흉기로 찌르는 CCTV 증거 영상을 보여준다. 그날 아침 갑자기 들이닥쳤다고 생각했던 파도는 실은 이미 그 전에 밀려왔던 것이다. 그저 그 사실을 몰랐을 뿐. 그렇다면 이 파도는 살인이 벌어진 어젯밤에 시작된 걸까. 살인의 동기는 언제부터 형성된 걸까. 언제 어떤 시간을 거쳐 제이미는 살인자가 되었을까. <소년의 시...

    2025.04.05 06:00

  • [위근우의 리플레이]안성재의 ‘워라밸’ 발언과 명사 토크쇼로서 <손석희의 질문들>의 한계
    안성재의 ‘워라밸’ 발언과 명사 토크쇼로서 <손석희의 질문들>의 한계

    앞서 한 모든 대화는 에피타이저일뿐, 마지막 답변만이 메인디쉬로 회자되리란 걸 직감했다. 지난 3월 11일 방송된 MBC <손석희의 질문들>(이하 <질문들>) 말미, 게스트로 나온 안성재 셰프는 ‘워라밸’을 중시하는 MZ세대의 가치관 변화 속에서 요식업이 나아갈 방향에 대한 방청객 질문에 대해 “시간을 얼마나 투자하는지가 모든 것의 답은 아니지만 전문가를 양성하고 세계 무대에서 경쟁력을 갖추려면 더 많은 시간을 미치광이처럼 투자하고 몰입할 수 있는 시간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본인의 경험을 근거로 답했다. 또한 논란이 될 수 있음을 전제하며 “지금의 ‘워라밸’을 지키면 미래의 ‘워라밸’이 없다고 생각한다. 지금의 언밸런스한 삶은 미래에 더 많은 선택지를 가져올 수 있다”고 부연했다. 그의 말투는 상당히 조심스러웠고, 자신의 답변을 보편적 삶의 궤적보단 미슐랭 가이드 3스타 파인다이닝 셰프라는 특정한 경지와 범주에 한정하려는 듯 보였다. 하지만 한국은 교육을 가...

    2025.03.20 06:00

  • [위근우의 리플레이] <퇴마록> 애니메이션, 27년이나 걸려 비로소 풀린 원작 팬의 한
    <퇴마록> 애니메이션, 27년이나 걸려 비로소 풀린 원작 팬의 한

    *원작 소설을 포함한 <퇴마록>에 대한 스포일러가 일부 있으니, 해당 내용에 익숙하신 분들은 잊지 말고 건강 검진을 받으시길 바랍니다. 나이가 어리다고 자신이 부당한 경험을 당했다는 걸 모르진 않는다. 구리시 부원씨네마에서 혼자 영화 <퇴마록>을 본 1998년, 고3 어느 날이었다. 그날 내가 극장에서 돈과 시간을 허비해 본 것은 요즘 표현으로 ‘허위 매물’이었다. 원작과는 거리가 멀고 오컬트도 아니고 판타지 액션은 더더욱 아닌 그저 어두침침한 배경의 신파 멜로를 만들기 위해 굳이 <퇴마록>이란 이름을 가져오고 굳이 대배우 안성기와 당시 가장 뜨거운 배우였던 신현준(<은행나무 침대> 황장군 캐릭터의 인기는 주연인 한석규를 능가할 정도였다)을 섭외해 굳이 액션과 상관없는 무의미한 CG 장면들을 선심 쓰듯 기워 붙인 그 모든 일련의 과정과 결과물이 도무지 이해되지 않았다. 영화의 재미를 위해 원작의 설정과 캐릭터를 각색했다기보다는...

    2025.03.0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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