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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근우의 리플레이
  • [위근우의 리플레이]만능 운동인과 미담 사이, 샤이니 민호의 ‘불꽃 카리스마’는 낡은 남성성을 대체할 수 있을까
    만능 운동인과 미담 사이, 샤이니 민호의 ‘불꽃 카리스마’는 낡은 남성성을 대체할 수 있을까

    작지 않은 의미가 있지만 별로 놀랍지 않은 사건들이 있다. 지난 9월, 그룹 샤이니의 민호가 대한체육회 홍보대사로 위촉된 일이 그렇다. 사실 대단하지만, 해야 할 사람이 하게 된 느낌. 공적인 사건은 아니지만, 지난 10월 말 2주에 걸쳐 방영한 MBC <나 혼자 산다>(이하 <나혼산>) 가을 운동회에서 벌어진 일도 그러하다. 민호는 100m 달리기와 계주에서의 활약으로 MVP를 타고, 그 상품 중 하나를 이 날 MBC 사측을 대표해 온 고강용 아나운서에게 선물했다. 특출난 성취고 따뜻한 미담이지만 역시 별로 놀랍진 않다. 굳이 과거 KBS <출발! 드림팀> 시절까지 내려가지 않더라도 올해 7월 <나혼산>에 출연했던 그는 생활체육 수준을 뛰어넘는 고강도 컨디셔닝 운동을 웃는 얼굴로 하루에 두 번씩 하는 모습으로 패널들에게 징글징글하다는 반응을 얻었다. 10월 출연분에서는 한 끼 8천 원 단골 한식 뷔페에서 푸짐히 식사한 뒤 자신은 남들보...

    2025.11.08 06:00

  • [위근우의 리플레이]레트로 테마파크가 된 IMF, <태풍상사>가 고난의 역사를 체리피킹하는 법
    레트로 테마파크가 된 IMF, <태풍상사>가 고난의 역사를 체리피킹하는 법

    tvN <태풍상사>의 장르는 관광 상품이다. 1997년 외환 위기, 통칭 IMF 사태로 폐업 위기에 몰린 아버지의 회사 태풍상사를 재건하려는 강태풍(이준호)의 도전을 담은 이 드라마에서 시대적 배경은 또 하나의 주인공처럼 공들여 묘사된다. 어떻게 아닐 수 있겠나. IMF의 자금지원 협상 최종 타결 소식에 대해 MBC <뉴스데스크> 앵커는 “오늘은 가히 국치일이라고 할 만”하다고 침통하게 전한 바 있다. 많은 이들의 일상이 무너졌고, 일상을 그럭저럭 부여잡은 이들도 어제까지의 믿음이 매번 새롭게 무너지는 걸 경험하던 나날이었다. 경제 위기의 충격파와 함께 태풍의 아버지 강진영(성동일)은 병으로 세상을 떠나고, 태풍상사의 직원들은 제 살 길을 찾아 회사를 떠나며, 태풍과 어머니 정정미(김지영)는 오밤중에 강남 아파트에서 쫓겨나 거리에 나앉는 신세가 된다. 개인의 실수나 잘못이나 낭비와는 상관없는, 이 불가항력적 불행은 드라마에서 계약서 내용을 해석하며 주장하듯 ...

    2025.10.25 06:00

  • [위근우의 리플레이]‘영 피프티’ 유튜버 한동훈, 정치 대신 골드 버튼을 향해 매진하길
    ‘영 피프티’ 유튜버 한동훈, 정치 대신 골드 버튼을 향해 매진하길

    한동훈 국민의힘 전 당대표는 본인 유튜브 채널에서 ‘VS 월드컵’ 하는 것을 좋아한다. 3개월 전에는 본인이 좋아하는 한국 영화들을 대상으로 ‘VS 월드컵’을 진행했고, 최근에는 축구 미드필더와 영화 속 악역으로 치르는 월드컵을 예고했다. 스티브 제라드, 로테어 마테우스, 아야 투레 등 다양한 스타일의 미드필더나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의 안톤 쉬거나 <다크나이트>의 하비 덴트(여기서 조커를 굳이 꼽지 않는 것에서 어떤 종류의 안간힘이 느껴진다) 등의 목록을 나열하는 그는 상당히 즐거워 보였다. 그런 그에게 이런 ‘VS 월드컵’도 제안하고 싶다. ‘유튜브 다이아몬드 버튼 VS 국민의힘 대선 후보’, 혹은 ‘유튜브 채널 폭파 VS 정계 은퇴’. 냉소가 아니라 그는 정말 유튜브에서 ‘라방’을 하고 자신의 팬들과 소통하며 문화적 취향을 전시할 때 가장 행복해 보이고 상대적으로 정치할 때보단 재능도 있어 보인다. 다만 최근 선보인 치킨 배달 영상에 대한 “여...

    2025.10.02 06:00

  • [위근우의 리플레이]지역혐오 댓글 방치하는 네이버웹툰, 개선 의지를 증명해야 할 때
    지역혐오 댓글 방치하는 네이버웹툰, 개선 의지를 증명해야 할 때

    지난 6월 30일, 네이버웹툰은 기존의 ‘네이버웹툰 이용과 관련한 운영원칙’을 ‘게시물 및 커뮤니티 가이드라인’이란 명칭으로 변경하고 정식 연재 중인 웹툰을 포함한 포괄적인 게시물 전반과 댓글을 포함한 네이버웹툰 커뮤니티 전반에 적용되는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지난해 <이세계 퐁퐁남>이 지상최대공모전 본선에 발탁되며 여성혐오 논란과 불매운동이 벌어지자 그에 대한 사과와 프로세스 개선을 약속한 지 약 7개월이 지난 뒤다. 그 7개월간 네이버웹툰은 학계와 만화, 비평 분야의 외부 자문위원을 위촉해 전체 콘텐츠 방향을 점검했고, 그렇게 만들어진 가이드라인은 이전의 운영원칙과 상호 대조 가능한 형태로 공개되었다. 덕분에 무엇이 달라졌는지 비교적 쉽게 확인할 수 있는데, 이런저런 변경 및 추가 사항 중 가장 눈에 띄는 건 역시 ‘부적합 게시물’로 “인종·국가·민족·지역·나이·장애·성별·성적지향이나 종교·직업·질병 등을 이유로, 특정 집단이나 그 구성원에 대하여 차별을 정당화·조...

    2025.09.20 06:00

  • [위근우의 리플레이]부길라와 윤석열의 속옷 바람, 임성한 월드를 능가하는 윤석열과 국힘의 막장 드라마
    부길라와 윤석열의 속옷 바람, 임성한 월드를 능가하는 윤석열과 국힘의 막장 드라마

    나는 종종 윤석열·김건희 부부가 임성한 작가의 세계관에서 튀어나온 인물들 같다는 생각을 해왔다. 영화 <신명>에서도 과장되게 묘사한 미신에 대한 그들의 믿음에선 빙의 된 인물의 눈에서 레이저가 나가던 SBS <신기생뎐>과 유체이탈이 벌어지던 MBC <오로라 공주>의 향기가 나며, 윤석열의 음식과 미식에 대한 집착은 역시 돼지고기 양배추 찌개 레시피를 줄줄 외던 MBC <인어아가씨>의 아리영(장서희)의 모습을 비롯해 각종 요리 이름과 조리법이 생활 정보 수준으로 난무하던 여러 작품들을 연상케 하고, 무엇보다 매 순간 이해할 수 없는 판단과 선택을 하면서도 더없이 당당하다는 면에서 수많은 임성한 막장극 인물들의 얼굴이 겹쳐진다. 그리고 최근, 내란 혐의로 서울구치소에 수감된 윤석열이 속옷 바람으로 버티며 체포영장을 두 번이나 거부했다는 소식을 들으며 반사적으로 당대의 ‘짤’이 되었던 임성한 드라마의 한 장면이 떠올랐다. 2007년작 MB...

    2025.09.04 06:00

  • [위근우의 리플레이]<사옥미팅>, 연애와 진정성에 미친 세계를 벗어나면 새롭게 보이는 연애 예능의 가능성
    <사옥미팅>, 연애와 진정성에 미친 세계를 벗어나면 새롭게 보이는 연애 예능의 가능성

    나영석과 김태호의 만남이야말로 <사옥미팅>을 정리하는 최종편으로 봐야 하는 건 아닐까. 나영석 PD가 있는 예능 제작사 에그이즈커밍의 유튜브 채널십오야에서 최근 방영한 미팅 프로젝트 <사옥미팅>과 그 후일담으로 나영석과 김태호의 대화를 담은 ‘대한민국 예능계 두 거장의 정상회담’ 편을 보며 든 생각이다. 에그이즈커밍의 여성 PD 셋과 역시 예능 제작사이자 김태호 PD가 수장으로 있는 TEO의 남성 PD 셋이 연애 프로그램 형식의 미팅을 한다는 <사옥미팅>의 단순하면서도 직관적인 기획이 각 제작사 대표 PD 대담 성사를 위한 과정이었다는 뜻은 아니다. 하루라는 짧은 기간 동안 촬영했지만 그 사이에 최종 커플 한 팀이 만들어지고, 각 참가자들의 개인적 매력과 예능 PD로서의 직업관을 들여다볼 수 있던 <사옥미팅>은 서사적으로 깔끔하게 완결됐고, 젊은 선남선녀들의 산뜻한 만남을 잘 봤다는 긍정적 정서와 전망을 남겼다. 그러니 해당 프로그램에서...

    2025.08.23 06:00

  • [위근우의 리플레이] <좀비딸>, 보아의 ‘No.1’은 어떻게 신의 한 수가 되었나
    <좀비딸>, 보아의 ‘No.1’은 어떻게 신의 한 수가 되었나

    ※영화 <좀비딸>과 원작 웹툰에 대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입대 초기, 소대 내에서 까칠하기로 소문난 상병 4호봉 고참이 휴가 복귀 후 뜬금없이 후임들에게 선언했다. 나 오늘부터 천사가 되기로 했어. (뭔 소리지?) 오늘부터 보아의 수호천사 1일. (역시, 젠장) 2002년 4월, 보아의 2집 타이틀곡 ‘No.1’이 폭발적인 인기를 기록하던 시기였다. 단언컨대,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한 영화 <좀비딸>에서 주인공 이정환(조정석)이 원작과 달리 살아날 기미를 보이는 마지막 장면의 두근거림은 23년 전 ‘No.1’의 기억에 크게 빚지고 있다. 원작엔 없지만 매우 효과적인 영화적 장치로 활용된 이 노래는 어떤 의미로든 각색의 좋은 예시로 기억해 둘 만하다. 실제로 대부분의 관람평이 그러하듯 <좀비딸>은 전반적으로 영상화가 상당히 잘 된 편이다. 소위 싱크로율에 있어 조정석은 언제나처럼 코미디와 신파를 자연스레 오가며 극을 이끌고, 김밤순 역...

    2025.08.09 06:00

  • [위근우의 리플레이] ‘독자’라는 정체성 지우고 남은 공허한 세계, ‘전지적 독자 시점’
    ‘독자’라는 정체성 지우고 남은 공허한 세계, ‘전지적 독자 시점’

    * <전지적 독자 시점> 원작 소설과 영화에 대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독자’의 미움을 받는 ‘독자’의 이야기. 개봉 이전 영화 <전지적 독자 시점>(이하 <전독시>)가 휘말린 논란은 이렇게 요약할 수 있지 않을까. 런칭 예고편에서 원작에선 칼을 위주로 다루고 이순신의 가호를 받던 이지혜(지수)가 라이플총을 쓰는 장면이 나오자 원작 팬덤에서 분노 반 우려 반의 반응을 보인 건 차라리 지엽적인 문제다. 정말 흉흉해진 건 주인공 김독자(안효섭)가 자신의 반평생을 함께 하고, 어느 순간부터 자신만이 유일한 독자였던 웹소설 <멸망한 세계에서 살아남는 세 가지 방법>(이하 <멸살법>)의 엔딩에 대해 “이 소설은 최악입니다”라고 작가에게 메시지를 보낸다는 영화 속 설정이 알려지면서부터다. “작가님, 그동안 정말 감사했습니다. 에필로그도 기대하고 있겠습니다”라 담백하게 진심을 전하며 그 와중에도 ‘섣불리 꺼낸 말들이 작가에게 ...

    2025.07.26 13:45

  • [위근우의 리플레이]<오겜 3>, 삼류 악당 프론트맨의 인정투쟁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을까요?
    <오겜 3>, 삼류 악당 프론트맨의 인정투쟁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을까요?

    ※본 칼럼은 <오징어게임> 시즌 3에 대한 스포일러를 다수 포함하고 있습니다.엄혹한 상황 앞에서 이병헌은 현실적인 타협을 주장한다. 그 반대편의 인물은 이상(理想)을 지키다가 스스로 죽음을 선택한다. 황동혁 감독이 연출했다. 어떤 작품일까. <오징어게임> 시즌 3(이하 <오겜 3>)? 땡, 틀렸다. 영화 <남한산성>이다. 농담이다. <오겜 3>와 <남한산성> 둘 다 맞다. <남한산성>에서 이병헌이 연기한 최명길은 청과의 화친으로 국가를 보전하고자 하고, 그 반대편에서 김상헌(김윤석)은 조선이 청에 종속되는 것을 우려하며 척화를 주장하다가 결국 삼전도의 굴욕 이후 자살을 선택한다(실제 역사에선 자살 미수에 그친다). <오겜 3>에서도 이병헌이 연기하는 프론트맨 황민호는 오징어게임의 설계자로서 은밀하면서도 노골적으로 주인공 성기훈(이정재)과 대립각을 세우고 그를 방해하고...

    2025.07.12 06:00

  • [위근우의 리플레이]<신명>에는 없고 <미래의 골동품 가게>에는 있는 오컬트 장르의 윤리
    <신명>에는 없고 <미래의 골동품 가게>에는 있는 오컬트 장르의 윤리

    영화는 영화로 봐야 한다? 최근 영화 유튜버 라이너는 윤석열·김건희를 모델로 한 오컬트 영화 <신명>에 대한 비판적인 리뷰를 남기며, <신명>처럼 현실의 인물과 사건을 재구성한 영화를 그저 현실과 분리해 영화로만 보라는 것이 난센스임을 지적했다. 동의한다. 그리고 그것이 미신을 동반한 오컬트 장르라면 더더욱 그러하다. 라이너를 포함해 많은 이들이 비판했듯, 이태원 압사 사고 같은 고통스러운 참사의 기억을 주술에 의한 것으로 묘사하는 재현은 뜨악하지만, 그 때문만은 아니다. 윤석열·김건희 부부의 해악을 설명하기 위해 그들이 미신을 믿는 어리석고 욕심 많은 인간들이라는 것을 강조하는 것과, 그들의 사악한 주술이 실제로 통했다고 말하는 건 전혀 다른 범주다. 후자를 진지하게 주장하거나 혹은 진지하게 받아들인다면(호의적 관람평 중 적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현실이 오컬트 문법으로 재구성되는 게 아니라, 오컬트가 현실로 재구성된다. 미신을 믿는 위정자를 비판하려다 ...

    2025.06.28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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