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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SOLO’ 22기 옥순을 비난하는 사람들과 리얼리티쇼의 은밀한 공모
한국 리얼리티쇼의 역사는 ‘빌런’의 역사이기도 하다. 한국 예능의 주도권을 지상파에서 CJ E&M으로, 리얼 버라이어티에서 서바이벌로 옮기며 패러다임을 바꿨던 Mnet <슈퍼스타 K 2>는 본인을 위해 팀을 옮긴 김그림의 행동이 논란이 되며 화제성과 시청률이 급상승했으며, 시즌 3 역시 같은 성공 공식을 반복하며 예리밴드와 신지수 등이 이기적인 캐릭터로 부각됐고 예리밴드가 ‘악마의 편집’에 항의하며 합숙소를 이탈하는 사태가 발생하기까지 했다. 온스타일의 <도전! 슈퍼모델 코리아>는 매 시즌 악녀 마케팅으로 재미를 보았고, 요리 경연 프로그램인 올리브TV <마스터 셰프 코리아>도 시즌마다 경쟁자와 시청자의 뒷목을 잡게 하는 출연자들이 갈등의 중심에 섰다. 서바이벌 장르만의 문제가 아니다.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에선 많은 자영업자들이 실력에 반비례하는 강한 고집을 부리다가 백종원에게 혼쭐나고 방송 외적으로도 대중의 공적이 되는 ... -
공익광고협의회의 다문화 광고는 왜 실패작인가
매운 떡볶이를 잘 먹거나, 한국어로 트로트를 부르거나. 지난 1~2개월 사이 공익광고협의회에서 만들고 TV에서 방영 중인 ‘다문화Ⅰ: 이주배경청소년’ ‘다문화Ⅱ: 이주배경 이웃들’에 등장하는 이주배경 시민들의 모습이다. 모두 ‘우리는 모두 우리’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건 이들 광고에선 이주배경을 지닌 출연자들이 피부색을 제외하면 ‘우리’ 한국인과 별반 다를 바 없다는 것을 강조한다. 모두들 한국어 소통에 능숙하며, 학교 친구나 회사 동료들 사이에 문화적 이질감 없이 섞여 지낸다. 이주배경 친구에 대해 다른 게 있느냐는 질문에 다른 친구는 답한다. “우정이 남다르죠.” 그들과 우리는 다르지 않다. 그러니 그들은 모두 ‘우리’라는 내집단 안에 속한다. 이것이 이번 다문화 공익 광고의 메시지다. 이것은 어딘가 모순되어 보인다. 광고 제목에선 ‘다문화’를 강조하지만 정작 소개되는 인물들은 한국 문화에 충분히 동화되어, 서로의 다름을 조율하거나 관용해야 할 계기 자체가... -
딥페이크 성착취의 시대, 슈카월드의 성인물 검열 지적 영상은 무엇을 간과했나
그저 우연인 걸까. 지난 8월30일, 경제 및 금융 지식 전문 유튜버이자 330만 구독자를 둔 슈카월드(이하 슈카)는 ‘검열이 당연한 나라’라는 제목으로 한국의 성인물 금지를 비판하는 영상을 올렸다. 대학, 초·중·고교, 심지어 군대까지 수많은 공간에서 여성을 대상으로 벌어지는 딥페이크 합성 성착취물로 여론과 정치권까지 떠들썩한 시기였다. 성착취물에 대한 유통과 소비에 대한 강력한 규제가 논의될 시기에 굳이 이런 영상을 올린 것에 대해 적지 않은 이들이 유튜브 댓글이나 소셜 미디어로 그의 둔감함 혹은 의도의 미심쩍음을 지적했다. 몇몇 여성 커뮤니티에서 슈카 채널을 신고하는 움직임과 이를 비하하고 슈카를 옹호하는 남성 커뮤니티의 상반된 반응이 인사이트 같은 유사언론을 통해 기사화되기도 했다. 사실 의도에 대해서는 주관적 진실의 영역이라 확인하기 어렵다. 해당 영상이 게재된 건 8월30일이지만, 라이브 중계는 8월25일이었고, 딥페이크 문제에 대한 공론화가 수많은 언론과 소셜 미디어... -
허위매물로서의 <더 인플루언서>, ‘노잼’ 콘텐츠가 화제성만으로 살아남을 때
* <더 인플루언서>에 대한 스포일러를 담고 있습니다.influencer:영향력을 행사하거나 감화시키는 사람. 혹은 소셜 미디어 구독자가 많아 영향력을 발휘하는 사람. 지난 8월 6일, 8월 13일 2회에 걸쳐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더 인플루언서>는 제목 그대로 현재 유튜브, 인스타그램, 틱톡, 아프리카TV 등의 소셜 미디어에서 활발히 활동 중인 인플루언서 77명이 출연해 본인들의 영향력을 겨루는 서바이벌 쇼다. 그런데 쇼의 시작과 함께 나오는 내레이션은 인플루언서의 개념과 어딘가 모순된다. ‘당신은 방금 수많은 콘텐츠 중 <더 인플루언서>를 선택해 시청하기로 했습니다. 무엇이 당신의 관심을 이끌었나요? 이처럼 당신의 관심을 받아 탄생했고 동시에 당신의 선택에 영향을 미치는 사람들 그들을 ‘인플루언서’라고 부릅니다.’ 그들의 논리대로면 <더 인플루언서>를 시청자들이 보고 느끼고 반응하는 것이 프로그램의 영향력이 아니라, ... -
‘집이 없어’ 완결, 서로의 집이 되어준 아이들을 위한 뜨거운 안녕
*<집이 없어>에 대한 유료 회차 및 결말에 대한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안녕, 집이여. 이번 주 완결된(유료 회차 기준) 네이버웹툰 <집이 없어>의 마지막 에피소드의 제목이다. 이 문구는 해당 에피소드 내에서 두 가지 방식으로 드러난다. 첫째, 주인공 고해준이 돌아가신 어머니와 살던 집과 추억에 대한 작별인사다. 고등학교 졸업과 대학 진학을 앞둔 그는 한때 자기의 전부였던 그 세계를 눈물과 함께 떠나보내며 성인으로서의 첫 발을 내딛는다. 둘째, 역시 고해준이 작중 내내 지내던 구 기숙사 건물과의 작별인사다. 마지막 화에서 그가 또 다른 주인공이자 악연으로 시작했던 1년 후배 백은영과 함께 수많은 경험을 나눈 공간을 떠나며 고등학교 시절이라는 한 챕터가 최종적으로 마무리된다. 작품의 완결과 함께 그는 자신에게 큰 의미였던 두 공간과 헤어진다. 여기서 ‘안녕’은 ‘Good Bye’다. 하지만 그것뿐일까. 한 챕터의 마무리는 또 다른 챕터의 시작... -
남들 한계 조언하기 전, 본인들 한계부터 되짚어야 할 ‘강연자들’
심장이 울리기는커녕 차게 식었다. 석사논문 표절 문제 이후, MBC의 신규 프로그램 <심장을 울려라 강연자들>(이하 <강연자들>)을 통해 약 3년 반 만에 강연 무대에 복귀한(방송 복귀는 2022년 MBN <그리스 로마 신화-신들의 사생활>) 한국사 강사 설민석의 강연을 들으며 느낀 기분이다. 오해를 피해 미리 말하면, 논문 표절은 교육자로서 큰 잘못이지만 적어도 그가 방송인으로서 충분한 자숙 기간을 보냈다는 것에 동의하며, 이번 강연에서 밝혔듯 다시 대학원에 입학해 논문을 쓰고 떳떳해지고 싶다는 각오도 충분히 공감할 만하다. 그가 과오를 반성하고 다시 대중의 신뢰를 얻기 위해 노력해 나아갈 앞으로의 과정을 응원하고 싶다. 단지, “어느 자리에서도 단 한 번도 밝히지 않았던 인간 설민석의 새까만 흑역사를 공개”하겠다던 이번 강연이 결과적으로 기만이자 허위매물이었을 뿐이다. ‘한계’를 주제로 꾸려진 이번 방송에서 그는 육체적, 환경적 한계로 자신이 ... -
6월25일 기아·롯데전 ‘6·25 대첩’ 표현…타이거즈는 ‘북한군’ 취급
제발, 기아 타이거즈의 경기 내용으로만 화를 내고 싶다. 이해할 수 없는 투수 교체, 반복되는 실책, 무기력한 패배, 무기력한 연패만으로도 야구 팬의 일상은 충분히 힘들다. 지난 6월25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벌어진 기아 타이거즈 대 롯데 자이언츠의 경기가 그랬다. 4회 초까지 기아가 14 대 1, 13점 차로 이기고 있었고 이 정도면 TV를 끄고 좀 더 생산적인 일(어떤 일을 하든 야구를 보는 것보단 대부분 생산적이다)을 하고 잠들기 전 기아의 승리 소식만 확인하면 될 것 같았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롯데는 13점 차를 뒤집은 대역전극을 펼쳤고, 기아는 12회 연장 혈투 끝에 가까스로 15 대 15 무승부를 기록해 패배를 면한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자정 5분 전까지 그따위 경기나 보고 열이 뻗쳐 잠을 설쳤지만, 그럼에도 경기 내용으로만 화를 낼 수 있다면 차라리 다행이다. 지난 7월1일 KBS에서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야구잡썰’에선 바로 그 6월25일 기아 대 롯데 ... -
유튜브 채널 ‘노빠꾸 탁재훈’ 성희롱 논란…천하람이 뒷걸음질로 맞혔다?
지난 4월, 천하람 당시 국회의원 당선인은 일본 성인 동영상(Adult Video, 이하 AV) 배우들이 출연하기로 한 성인 페스티벌이 지자체들의 반대로 취소되자 페이스북을 통해 “공권력에 의한 자유 침해”를 우려하며 “이러다가 ‘노빠꾸 탁재훈’에 일본 AV 배우가 출연하는 것까지 막자고 할 기세”라 비판했다. 결과적으로 그의 우려와 달리 유튜브 채널 ‘노빠꾸 탁재훈’에 AV 배우는 다시 출연할 수 있었다. 다만 그는 우려하지도 고려하지도 않았겠지만, 성인 페스티벌 개최를 반대한 이들이 우려했던 일이 ‘노빠꾸 탁재훈’에서 벌어졌다. 지난 6월19일 일본 AV 배우 오구라 유나가 출연한 해당 채널 영상에서 MC 탁재훈은 유나를 향해 인턴 MC인 걸그룹 시그니처 멤버 지원을 가리키며 “지난 출연 때 (당시 MC였던) 예원에게 일본에서 성공하기 힘들다고 했다. (중략) 오늘 본 지원은 어떠냐”고 물었다. 이에 유나는 지원의 몸매를 상찬하며 “꼭 (AV계에) 데뷔해달라”고 권... -
6월9일 두산 대 기아 경기, 배현진의 빗나간 시구 후기
공은 홈플레이트 앞에서 떨어졌다. 하지만 뒤이어 던진 말은 지역혐오의 ‘헤드샷’으로 이어졌다. 지난 6월9일 서울 잠실에서 벌어진 두산 베어스 대 기아 타이거즈 경기에서 잠실야구장이 속한 서울 송파구을 지역구 국회의원인 배현진이 홈팀 두산의 시구자로 등장했다. 본인 주장대로라면 구종은 포심 패스트볼. 공은 포수 미트까지 한 번에 들어가지 못하고 앞에서 튕겼지만 무난한 시구였다. 무난하지 못한 일은 공을 던지기 전과 후에 벌어졌다. 시구 전 그가 인사말을 하던 중 야구장에선 중계방송에도 잡힐 정도의 적지 않은 야유가 나왔다.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지만 흔한 일은 아니다. 다음날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을 통해 시구 후기를 남기며 “기아 팬들이 관중석 2/3만큼 꽉 메우셨던데 원정경기 즐거우셨길요”라 말했다. 이 역시 정확한 이유, 의미를 알 수 없다. 다만 많은 이들이 시구 전의 야유라는 사건과 시구 후의 기아 팬에 대한 호명을 연결해 야유의 주체가 원정 응원... -
넷플릭스 ‘더 에이트 쇼’, 한재림의 예술적 야심이 닿은 나쁜 종착지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더 에이트 쇼(The 8 Show)>는 한재림 감독이 그리던 궤적이 닿을 수 있는 어떤 종착지 같다. 이 작품의 서사와 문제의식의 핵심을 이루는 건 공개 이후 꾸준히 비교되는 <오징어 게임>과의 교집합도, 원작 웹툰인 <머니게임>과 <파이게임>에서 가져온 아이디어도 아닌, 그동안 한재림이 만들어온 작품의 연속적인 흐름이다. 그가 각본과 연출을 맡은 이번 작품에서 그의 전작들의 흔적을 읽기란 어렵지 않다. 밀폐된 공간에 갇힌 군상들의 모습을 통해 사회의 축소판을 비판적으로 재현하고자 하는 일종의 사고실험은 치사율 높은 바이러스에 감염된 비행기에 갇힌 승객들의 갈등과 선택을 다룬 <비상선언>을 연상케 하고, 극중 나름 선한 집단이 악역들과의 대결에서 반복되는 잘못된 선택으로 실패를 경험하는 과정은 <관상>의 서사를 따르며, 독백을 독점한 주인공을 통해 얼핏 매혹적으로 보이지만 비정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