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힘과 속도의 상징, 람보르기니 디아블로

디지털뉴스팀 안광호 기자

영화 ‘덤 앤 더머’(Dumb & Dumber·1994)의 덜떨어진 노총각 짐 캐리는 우연히 가방을 줍게 된다. 가방을 주인에게 돌려주기 위해 여행을 떠나던 중 가방 안에 돈다발이 가득 들어있음을 알게 된 그는 최고급 스포츠카를 구입한다. 그리고 한껏 폼을 잡고 좋아하는 여성 앞에 등장한다. 확실히 뭔가 부족한 두 노총각의 순수한 우정을 우스꽝스럽게 그린 영화에서 이 차는 단순한 고급 스포츠카의 개념을 넘어 둘의 신분 상승을 나타내는 매개체가 된다.

최고시속 325㎞, 페라리 F40 기록 넘어 = 영화에 등장한 이 차는 람보르기니 디아블로(Lamborghini Diablo)다. 429마력의 괴력에 최고속력 325㎞/h, 제로백 4.09초를 찍는, 힘과 속력의 상징이 된 차다. ‘페라리를 넘어라’는 람보르기니의 창업자 페루치오 람보르기니(Ferruccio Lamborghini·1916~1993)의 일성답게 페라리와 쌍벽을 이루며 90년대 스포츠카의 전성기를 이끌었다. 디아블로는 당시 페라리 F40이 가지고 있던 최고기록 323㎞/h를 갱신하는 등 재규어 XJ220(343㎞/h)이 등장하기 전인 1992년까지 세계에서 가장 빠른 스포츠카로 군림했다.

이탈리아어로 ‘악마’라는 뜻의 디아블로는 1869년 7월 11일 마드리드에서 벌어진 엘 시코로(El Chicorro)라는 소와의 결투를 통해 유명해진, 베라쥬아(Veragua) 공작이 기르던 소의 이름를 따왔다. 디아블로는 람보르기니의 심볼인 투우(싸움소)를 대변하는 몇 안되는 모델이기도 하다.

1990년 람보르기니 디아블로 VT 로드스터. <람보르기니서울 제공>

1990년 람보르기니 디아블로 VT 로드스터. <람보르기니서울 제공>

람보르기니 디아블로의 탄생 = 1985년 람보르기니는 쿤타치(Countach·1974~1990년까지 16년간 생산된 스포츠카로 미드쉽 엔진 기반의 후륜구동차)의 성공에 힘입어 새로운 차를 만들기로 결심한다. 수많은 역작을 만들어낸 이탈리아 출신의 세계적 디자이너 마르첼로 간디니(Marcello Gandini)의 디자인을 바탕으로 디아블로 제작을 계획했으나 회사의 경영난으로 제작이 지연됐다. 이후 1987년 람보르기니를 크라이슬러가 인수하고 람보르기니 미우라와 쿤타치 등 디아블로의 바로 전 모델들을 만들어낸 마르첼로 간디니의 디자인을 다듬기 시작했다.

1990년 람보르기니 디아블로가 출시되기 전 323 ㎞/h 의 최고속도 기록을 가지고 있었던 페라리 F40.

1990년 람보르기니 디아블로가 출시되기 전 323 ㎞/h 의 최고속도 기록을 가지고 있었던 페라리 F40.

3년이 지난 1990년 1월 몬테카를로에서 12기통 5.7ℓ 492마력의 양산차가 세상에 첫 공개됐다. 마르첼로를 상징했던 쐐기형 모양과 곡선 등이 사라지고 직선적인 디자인이 도드라졌다. 이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앞머리가 넓으면서 낮고 허리는 잘록해 부드러우면서도 힘이 느껴진다는 반면 영국의 영국의 TV 프로그램 탑기어(Top Gear)의 진행자 제레미 클락슨(Jeremy Charles Robert Clarkson)은 “사람들 이목만 끌려고 만든 디자인”이라며 디아블로의 디자인을 혹평하기도 했다.

1992년 람보르기니 디아블로의 최고속도 기록(325 km/h)을 343km/h 로 갱신한 재규어 XJ220 모델 <출처: (cc) Wikipedia at Flickr upload bot>

1992년 람보르기니 디아블로의 최고속도 기록(325 km/h)을 343km/h 로 갱신한 재규어 XJ220 모델 <출처: (cc) Wikipedia at Flickr upload bot>

그해 2월 디아블로가 출시될 당시 판매가격은 미화로 24만달러였으나 논란도 끊이지 않았다. 당시 이 차에는 기본적인 라디오 기능만 있었고 창문은 수동으로 작동됐으며 브레이크에 ABS 기능은 없었다. 이는 차체 경량화를 꾀하기 위한 것으로 이러한 기능은 전부 옵션으로 선택하게 돼 있었다. 예컨대 CD 재생 기능이나 후면에 장착되는 스포일러, 람보르기니가 독점 공급하는 브레게(Breguet) 시계 등이 그것이다. 가격도 만만치 않아 대시보드에 장착되는 시계는 미화 1만달러가 넘었고 공장에서 장착할 수 있는 짐칸은 2600달러에 달했다.

1990년 람보르기니 디아블로. <람보르기니서울 제공>

1990년 람보르기니 디아블로. <람보르기니서울 제공>

VT와 VT 로드스터, SV 등 3가지 모델 = 디아블로의 종류에는 VT와 VT 로드스터, SV 등 세가지 모델이 있다. 첫 모델인 VT(비스커스 트랙션·viscous traction) 1993년 람보르기니 최초로 사륜구동을 채택한 모델이다. VT시스템은 평시엔 후륜구동 방식인데 극단적인 상황에 처해 후륜 구동력이 사라지면 전륜이 힘을 받는 시스템이다. 이 덕택에 뒷바퀴가 접지력을 잃는 현상(오버스티어)을 앞바퀴가 최대 25% 정도 막아주는 것으로 알려졌다.

1990년 람보르기니 디아블로 실내. <람보르기니서울 제공>

1990년 람보르기니 디아블로 실내. <람보르기니서울 제공>

이후 1995년에 VT 로드스터와 SV가 공개됐다. V12 엔진의 VT 로드스터는 탈착이 가능한 하드탑 스타일로 엔진음이 아주 독특하며 판매가격(1999년 기준)이 대당 30만달러 안팎이었다.

1990년 람보르기니 디아블로 VT. <람보르기니서울 제공>

1990년 람보르기니 디아블로 VT. <람보르기니서울 제공>

Super Veloce (영어 표기 : Super-Fast)의 앞글자를 딴 SV는 아주 빠른 속력을 자랑했다. 510 마력, 5.7ℓ V12 엔진이 탑재됐다. 자동차의 공기 흡입구가 조금 달라졌고 1999년까지는 팝업 전조등이, 그 이후엔 개방형 전조등이 사용됐다. 제로백은 4초 미만으로 최고속도는 시속 336㎞에 달했다.

1990년 람보르기니 디아블로 VT 로드스터. <람보르기니서울 제공>

1990년 람보르기니 디아블로 VT 로드스터. <람보르기니서울 제공>

1995년 람보르기니 디아블로 SV. <람보르기니서울 제공>

1995년 람보르기니 디아블로 SV. <람보르기니서울 제공>

람보르기니 디아블로 제원

엔진형식 : 5.7ℓ V12 / 배기량 : 5707㏄ / 차체형식 : 2도어 쿠페 스포츠카
구동방식 : 미드십 엔진 / 최고속도 : 325㎞/h / 총 무게 : 1576㎏ / 제로백 : 4.09초
최대출력 : 492hp·7000rpm / 최대토크 : 59.1㎏·m·5200rpm / 전장 X 폭 X 높이 : 4460㎜ X 2040㎜ X 1105㎜
디자이너 : 마르첼로 간디니(Marcello Gandini) / 생산국가 : 이탈리아
총 생산대수 : 2884대(1990~2001년 디아블로 전 모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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