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을 가른다…‘곡선의 미학’으로

김상범 기자

현대차 ‘아이오닉 6’ 타보니

물고기를 연상시키는 매끈한 라인,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에 비견될 만한 널찍한 공간감…. 현대자동차의 아이오닉 6를 마주했을 때의 첫 느낌이다. 탁월한 가속감, 민첩하면서도 안정적인 주행감은 스포츠 세단을 연상케 했다.

현대차가 지난 20일 마련한 미디어 시승행사에서 아이오닉 6를 시승해봤다. ‘아이오닉 6 롱레인지’ 중에서도 최상위 트림인 프레스티지 모델이 제공됐다.

첫인상은 ‘곡선이 많다’는 것이었다. 아이오닉 5가 각진 캐릭터 라인으로 미래지향적인 ‘직선의 미학’을 강조했다면, 아이오닉 6는 물 흐르는 듯한 ‘곡선의 미학’을 채택했다. 현대차가 새롭게 적용한 디자인 유형인 ‘일렉트리파이드 스트림라이너’(Electrified Streamliner)다. 바람의 저항을 최소화한 디자인이라고 한다.

유체역학적인 형태 덕에 아이오닉 6의 공기저항계수는 지금까지 출시된 현대차 모델 중 가장 낮은 0.21cd다. 테슬라의 모델3가 0.23cd다. 1회 충전 주행가능거리도 524㎞(18인치 롱레인지 후륜구동 모델 기준)를 달성했다. 특히 아이오닉 6가 기록한 전기소비효율(전비)은 6.2㎞/kWh로, 이는 현존하는 전용 전기차 중 세계 최고 수치라고 현대차 측은 설명했다.

바람을 가른다…‘곡선의 미학’으로

세단형을 표방했지만, 실내는 SUV에 비견할 만큼 예상보다 더 넉넉했다. 전장은 4855㎜로 아이오닉 5(4635㎜)보다 220㎜ 늘어났다. 전폭은 1880㎜다. 전고는 1495㎜로, 1445㎜(쏘나타)·1470㎜(그랜저) 정도인 다른 내연기관 세단보다 높아 타고 내릴 때 고개를 깊이 숙일 필요가 없다. 2950㎜에 달하는 광활한 휠베이스가 제공하는 뒷좌석 공간감도 준대형 세단에 비해 손색이 없을 만큼 충분하다. 일반 시트 대비 30% 얇은 전기차 전용 슬림 시트를 탑재해 공간을 확보했다는 설명이다. 돔 형태의 실내공간은 아늑하고 포근한 분위기를 느끼게 한다. 다만 유선형 디자인 탓에 뒷좌석 헤드룸은 그다지 넉넉하지 않은 편이어서 아쉬웠다.

본격적으로 차를 몰아봤다. 경기 하남도시공사 주차타워에서 출발해 경기 가평의 한 카페까지 약 120㎞ 코스를 3시간가량 달렸다.

주행 성능은 부족함이 없었다. 시승차인 아이오닉 6 롱레인지 사륜구동 모델의 최고출력은 239㎾, 최대토크는 605Nm다. 내연기관 차량의 스펙으로 환산하면 각각 320마력에 61.7㎏·m다. 사륜구동 모델의 공차중량은 2035㎏. 2t이 넘는 무게로 조작감은 묵직한 편이다. 하지만 가속 성능은 무게를 감안할 때 탁월했다. 아이오닉 6의 제로백(시속 100㎞까지 걸리는 시간)은 5.1초다. 정지 상태에서 액셀을 밟으니 몸이 뒤로 젖혀지며 달려나가 순식간에 70~80㎞까지 도달했다. 전기차의 뛰어난 가속 성능은 의외로 일상 주행에서도 도움이 된다. 내연기관차처럼 RPM(분당회전수)을 끌어올리는 과정 없이 곧바로 최대토크를 뿜어내기 때문에 경사로를 오르거나 차선을 바꿀 때나 추월할 때 허덕거림 없이 주위 교통흐름을 방해하지 않는다. 노면 소음과 풍절음도 적어 고속주행 중에도 불편하지 않았다. 드라이브 모드는 에코·노멀·스포츠·스노 등 4가지다. 드라이브 모드 버튼은 핸들 왼쪽 하단에 위치해 있어 주행 중에도 쉽게 조작이 가능하다.

아이오닉 6에는 운전자가 자신의 성향에 맞게 스티어링·출력·가속 민감도 등을 설정하는 ‘EV 성능 튠업’ 기능이 현대차 최초로 탑재됐다.

전기차는 회생제동 기능으로 속도를 조절하면 전비를 아낄 수 있다. 아이오닉 6는 회생제동 단계를 0부터 4단계까지 설정할 수 있다. 회생제동의 단계를 높였을 때 갑자기 브레이크가 걸린 듯 발생하는 전기차 특유의 ‘꿀렁거림’은 아이오닉 5나 기아 EV6 등에 비해 줄어든 느낌이다.

바람을 가른다…‘곡선의 미학’으로

디지털 사이드미러는 아이오닉 5에 이어 이번 모델에도 적용됐다. 전통적인 아날로그 사이드미러보다 더 넓은 시야를 제공하는 데다, 차선을 변경할 때는 보조선을 표시해 옆 차량과의 거리도 가늠케 해줬다.

아이오닉 6에는 현대차의 가상 주행사운드인 ‘전기차 액티브 사운드 디자인(e-ASD)’이 최초로 적용됐다. 소위 말하는 ‘우주선 사운드’인데, 현대차 설명으로는 “웜홀을 통과하는 우주선의 이미지가 연상되는 주행음”이라고 했다. 그러나 내연차에 익숙한 탓인지 1시간 정도 되니 소리가 제법 거슬렸다. 이 사운드는 소리를 줄이거나 끌 수도 있다.

아이오닉 6에는 현대차의 다른 최신 모델처럼 내비게이션 기반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NSCC)과 고속도로 주행보조2(HDA2) 시스템 등 주행보조 시스템도 탑재됐다. HDA2는 방향지시등을 조작하면 옆 차선의 차량 등 안전을 확인한 뒤 스스로 차선을 바꿔주는 기능이다. 차량이 거의 없는 곳에서 작동해봤더니 잘됐는데, 복잡한 구간에서는 ‘용기’가 필요해 보였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날렵한 디자인임에도 실내공간을 넉넉히 뽑아 SUV 같은 안락함을 느낄 수 있도록 했다”며 “현대차 전용 플랫폼인 E-GMP의 강점을 살린 차”라고 말했다.

아이오닉 6의 가격은 전기차 세제혜택 후 기준 스탠더드 모델의 익스클루시브가 5200만원이다. 롱레인지 모델은 익스클루시브 5605만원, 익스클루시브플러스 5845만원, 프레스티지 6135만원, E-라이트 2WD 5260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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