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의 이 차 어때?

주행 거리 528㎞? 주행 질감도 엔진 차 따라잡은 현대차 신형 아이오닉 5

김준 선임기자

현대자동차가 3년 만에 순수전기차 아이오닉5 부분 변경 모델을 내놓았다.

신형 아이오닉 5가 교량 위를 달리고 있다. 현대차 제공

신형 아이오닉 5가 교량 위를 달리고 있다. 현대차 제공

2021년 2월 출시된 아이오닉5는 경쟁차와 차별화되는 주행거리와 개성 있는 디자인으로 한국 전기차의 아이콘이 된 모델이다. 출시 이후 3년 동안 세계 시장에서 약 27만대가 판매됐다.

이번 상품성 개선 모델은 외형적으로 앞 범퍼와 디지털 사이드미러 디자인이 살짝 바뀌고, 뒷유리창에 와이퍼가 추가됐다. 또 구동계 관련 소프트웨어를 손보고, 배터리를 교체해 주행거리도 27㎞ 늘렸다.

아주 큰 변화는 아니지만 튜닝이 섬세하게 이뤄져서인지 차량 완성도가 훨씬 높아졌다. 첫째는 주행 질감이 대폭 개선됐다.

이전 전기차들은 초반 가속이 너무 빨라 운전자들이 당황하는 경우가 더러 있었다. 또 가속페달에서 발을 떼면 회생 제동(제동하면서 동시에 발전하는 기능)이 강하게 들어가 마치 급브레이크를 잡는 것처럼 감속이 심하게 되기도 했다.

신형 아이오닉 5는 가속페달 조작 시의 이질감이 대부분 사라졌다. 전기모터 구동에서 비롯되는 불유쾌한 움직임이 거의 사라져 잘 세팅된 엔진과 자동변속기로 움직이는 내연기관 차량 같다.

에코 모드에 놓고, 회생 제동 레벨 1로 설정하면 가속은 부드럽고, 액셀러레이터에서 발을 뗀 뒤에도 적당한 감속이 이뤄진다. 회생 제동을 최대치로 끌어내는 레벨 3에서도 감속량이 이전 모델보다 줄어 위화감이 덜하다.

신형 아이오닉 5가 국도를 달리고 있다. 뒷유리창에 와이퍼가 추가됐다. 현대차 제공

신형 아이오닉 5가 국도를 달리고 있다. 뒷유리창에 와이퍼가 추가됐다. 현대차 제공

전기차답게 가속 성능이 스포츠 세단 못지 않다. 이륜구동 모델이지만 최고출력 229마력(단순환산치), 최대토크는 35.7㎏·m가 나온다. 가장 전비(내연기관 차량의 연비)가 높은 에코 모드에 놓아도 일상 주행에서 불편함이 없다. 스포츠 모드에 놓고 액셀러레이터를 세차게 밟으면 웬만해서는 못 따라잡을 차가 없다.

고속주행 시 안정감도 높다. 배터리가 차량 하부에 설치돼 무게 중심이 잘 잡혀서인지 고속에서도 묵직한 주행감을 느끼게 해준다 .

승차감은 차급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수준이다. 시승 차는 235/ 55 사이즈의 19인치 미쉐린 올 시즌 타이어가 장착된 모델이었는데, 운전 중에 엉덩이가 불편하다는 느낌은 거의 들지 않았다. 아파트 지하주차장 과속방지턱을 넘은 뒤에도 여진(잔 진동)이 많지 않았다.

현대차는 주파수 감응형 쇽업소버를 신차에 적용하고 있다. 주행 속도와 노면 상태에 따라 달라지는 주파수를 활용해 댐퍼의 감쇠력을 조절하는 장치인데, 요철이 도드라진 노면에서 안정된 승차감을 제공한다고 한다. 신형 아이오닉 5는 운전석 앞쪽의 카울 크로스바 강성도 높여 전반적으로 차가 뒤뚱거리는 현상을 억제했다.

하지만 뒷좌석 승차감은 좀 더 개선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상대적으로 노면 상태가 고른 고속도로에서도 포장 상태가 나쁘면 엉덩이가 제법 불편했다.

아이오닉 5 상품성 개선 모델의 운전석. 현대차 제공

아이오닉 5 상품성 개선 모델의 운전석. 현대차 제공

운전하면서 라디오와 에어컨 조작 버튼 등 편의장치를 흘깃흘깃 살펴봤다. 센터패시아의 공조 컨트롤러는 크기가 커지고, 물리 버튼도 추가돼 디스플레이 패널을 터치하는 방식보다 조작하기가 수월했다.

이전 모델에는 스마트폰 무선 충전 패드가 센터 콘솔 하단부에 있었는데, 신형 모델은 위치가 상단부로 옮겨져 충전도 한결 편해졌다. 시트와 운전대 열선 등을 조작할 수 있는 물리 버튼은 센터 콘솔 뒤쪽에 붙였는데, 운전 중 직관적으로 손가락을 가져 가기에는 위치가 좀 애매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기차는 내연기관 차량보다 진동과 소음이 적어 풍절음 등 바깥에서 나는 소음이 귀에 더 잘 들어온다. 신형 아이오닉 5는 차체 하부, 후륜 휠 하우징 등 주요 부위 강성을 높이고, 후륜 모터의 흡차음 면적을 늘렸다고 하는데, 주행 중 실내로 들어오는 바람 소리나 서스펜션, 구동계 소음은 좀 더 잡았으면 좋겠다.

신형 아이오닉 5는 용량이 84.0kWh로 늘어난 4세대 배터리가 사용된다. 덕분에 이륜구동 19인치 휠, 빌트인 캠 미적용 모델의 경우 최대 주행 가능 거리가 458km에서 485km로 늘어났다.

급속 충전 성능도 높였다. 350kW 초 급속 충전 시 기존 배터리와 같이 18분 만에 80%까지 충전할 수 있다. 초 급속 15분 충전으로 286km까지 주행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국내의 충전 환경이나 정부의 충전 관련 정책이 아이오닉 5의 이런 장점을 상당 부분 갉아 먹는다.

대형마트 충전기에 케이블을 연결하니 완충까지 4시간50분이 걸린다고 안내됐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대형마트 충전기에 케이블을 연결하니 완충까지 4시간50분이 걸린다고 안내됐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시승 후 차를 반납할 때는 충전량의 50%까지 채워줄 것을 부탁받았다. 차를 받을 당시 충전량은 72%로 348㎞를 주행할 수 있었다.

도심 도로를 20㎞ 주행한 뒤에는 충전량이 68%로 떨어져 근처 대형마트에 들러 충전을 했다. 충전 케이블을 꽂으니 완충까지 4시간50분이 걸린다고 안내돼 당혹스러웠다. 마침 점심시간인지라 근처 식당에서 약 40분 동안 밥을 먹은 뒤 확인해 보니 충전량은 고작 4%, 주행거리는 20㎞가 늘어 있었다.

초 급속충전을 하면 15분에 300㎞ 가까운 주행거리를 확보할 수 있지만, 문제는 이런 급속충전기가 많지 않다는 사실이다. 결국에는 기자의 아파트 내 충전기를 이용하기로 했는데, 이마저도 불가능했다.

아파트 거주자 소유의 차량 외에는 충전할 수 없었다. 거주자가 사용하는 차량이라도 시승 차나 렌터카, 지인의 방문 차량은 충전이 원천차단돼 있었다. 아파트의 충전 정책이 한 편으로는 이해가 됐다. 흔치는 않지만, 전기차는 충전 중 화재가 발생하기도 한다. 불이 나면 고용량 배터리 때문에 수 시간이 지나도 진화가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굳이 외부 차량에 충전을 허용하면서 이런 위험을 감수할 필요가 없는 셈이다. 외부 차량 충전이 잦으면 충전 시설이 파손되거나 쉽게 노후되는 점도 고려했을 것이다.

충전 시간 단축을 위해 완속 충전기보다 급속 충전기를 늘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현대차 제공

충전 시간 단축을 위해 완속 충전기보다 급속 충전기를 늘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현대차 제공

정부는 내년 충전기 보급 목표를 120만대로 잡았다고 한다. 하지만 충전기 대수보다 중요한 것은 전체 충전기에서 차지하는 급속 충전기 비율이다. 현재 국내에 보급된 충전기 중 완속 충전기는 27만923대지만 급속 충전기는 3만4386대에 불과하다.

고작 4% 충전하는 데 40분이 걸리는 완속 충전기는 수백만 대가 보급돼도 사실상 ‘무용지물’이나 다름없다. 대형마트나 공공기관에 차를 4~5시간 주차하며 충전시키는 운전자가 과연 몇 명이나 될까.

차량 반납 전날 다시 충전을 시도했다. 검색을 해보니 가까운 급속 충전소는 대부분이 경기 수원 쪽에 몰려 있었다.

몇 시간이 걸리더라도 50% 이상 충전된 상태에서 차를 반납해야 하는 시승 조건은 지켜야 할 것 같아 과천시청 전기차 충전소로 향했다.

충전기에 케이블을 꽂으니 완충까지 1시간35분이 걸린다는 안내가 차량 계기판에 표시됐다. 다행히 대형마트 충전기보다 용량이 큰 급속 충전기인 듯했다. 과천시청 주변에서 1시간30분 정도 머문 뒤 충전 상태를 확인하니 98%가 채워져 있었다. 주행 가능 거리는 무려 528㎞가 찍혔다.

과천시청에 설치된 충전기로 1시간 35분 충전하니 아이오닉 5 계기판에 충전량 98%, 주행 가능 거리는 528㎞가 표시됐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과천시청에 설치된 충전기로 1시간 35분 충전하니 아이오닉 5 계기판에 충전량 98%, 주행 가능 거리는 528㎞가 표시됐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확인해 보니 과천시청 충전기는 50kW급 급속충전기였다. 이 정도 용량의 충전기가 대형마트 같은 공공시설에 의무적으로 한두 대씩만 설치돼도 전기차 이용자들의 편익이 한결 높아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자는 최근 ‘충전기가 의외로 많아 길에서 전기차가 멈추어 설 걱정은 크게 하지 않아도 되며, 급하면 주변 아파트에 들어가면 된다’라는 내용의 전기차 관련 기사를 작성한 바 있다.

완전히 틀리지는 않았지만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부정확한’ 기사였음을 이번 신형 아이오닉 5 시승을 통해 깨닫게 됐다. 해당 기사를 읽은 독자들에게 진심으로 사과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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