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장기투자’라 했지만…하베스트·산토도밍고의 경우 성급한 인수로 ‘바가지’ 쓰고 재매각…다른 사업도 매각 검토

김형규 기자

이명박 정부 시절 감행된 무리한 해외자원개발 사업에 대한 비판에 정부는 ‘대부분 장기투자의 성격이어서 더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을 일관되게 밝혀왔다. 당장은 수익이 나지 않지만 20~30년 후라도 개발과 생산이 이뤄지기만 하면 큰돈을 벌어들일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수천억원에서 많게는 조단위가 투자된 사업들이 수년도 채 지나지 않아 헐값에 다시 매물로 시장에 나오는 경우가 허다하다. 애초부터 계획도 전략도 없이 ‘묻지 마 투자’가 이뤄진 결과다.

석유공사의 ‘하베스트’ 인수와 재매각 과정은 이명박 정부의 자원외교가 어떻게 ‘국제 호갱’으로 전락했는지를 잘 보여주는 사례다.

정부 ‘장기투자’라 했지만…하베스트·산토도밍고의 경우 성급한 인수로 ‘바가지’ 쓰고 재매각…다른 사업도 매각 검토

감사원이 지난달 공개한 감사 보고서를 보면 강영원 전 석유공사 사장은 2009년 8월 협상을 시작한 지 한 달이 된 캐나다 석유개발회사 하베스트 인수 건을 두 달 안에 마무리하라고 실무진에게 지시했다. 강 전 사장은 전년도 경영평가에서 ‘보통’ 등급을 받았다. 정부가 ‘올인’하던 자주개발률 목표와 인수·합병(M&A) 실적을 달성하기 위해 강 전 사장은 하베스트 인수전에 급하게 매달렸다.

하베스트는 정유 부문 계열사인 ‘날’(NARL)을 함께 인수할 것을 요구했다. 날은 적자투성이인 기업이었다. 자문사는 하베스트 측의 자료를 토대로 시장가격(7.3달러)보다 높은 주당 9.61달러의 가격을 매겼다. 터무니없는 평가였지만 공사는 오히려 가격을 올려 주당 10달러에 계약을 체결했다.

매각 금액은 12억2000만달러(1조3700억원)로 실제 지분가치(9억4100만달러)보다 최소 3100억원 이상을 더 주고 산 것이다. 현지 언론은 “‘쓸모없는 자산’을 인수했다”고 혹평했다. 결국 석유공사는 경영 악화가 지속된 날을 지난해 8월 미국 투자은행에 되팔았다. 매각대금은 약 1000억원으로 재고 자산과 정산금액을 고려하면 회수액은 330억원에 불과했다. 5년 만에 1조3000억원 이상을 날린 셈이다.

광물자원공사가 2011년 투자한 칠레 산토도밍고 동광산은 스스로 ‘바가지’를 쓴 경우다. 광물공사는 탐사·개발권을 보유한 캐나다 회사인 파웨스트마이닝 지분을 30% 인수하며 사업에 참여했다. 이 과정에서 공사 담당자는 동 가격을 당시 실질가격인 파운드당 2.31달러가 아닌 명목가격(파운드당 2.84달러)으로 정하고 경제성이 있는 것처럼 꾸며 이사회에 보고했다. 매입 가격은 실제 지분가치인 1억4100만달러보다 훨씬 고평가됐고 광물공사는 최소 500억원 이상의 헛돈을 더 썼다.

산토도밍고 동 광산 사업에 지금까지 투자된 돈은 모두 2430억원에 이른다. 광물공사는 올해 현지 환경영향평가를 추진할 예정이지만 여의치 않을 경우 결국 산토도밍고 광산을 매각할 것이란 이야기도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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