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레오 사업 떠맡은 건, 준비 없이 기말고사 치른 셈”

강병한·유희곤 기자

MB정부 말기 취임했던고정식 광물공사 사장

▲취임하고 보니 ‘대형사고’
디폴트 위기 볼레오
다른 선택 할 수 없는 상황
불부터 끄자는 생각뿐
대책반 만들어 갖은 고생

고정식 한국광물자원공사 사장(59)은 이명박 정부 자원외교 사업 중 논란이 되고 있는 멕시코 볼레오 구리 광산 사업에 대해 “(취임 이후 보니) 대형 사고가 났더라”며 “일단 불부터 끄자는 생각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고 사장은 산업통상자원부 관료 출신으로 볼레오 광산 운영사인 MMB 지분을 계속 확보하던 2012년 8월 취임했다. 고 사장과의 인터뷰는 지난달 28일 서울 대방동 광물자원공사 본사에서 진행됐다.

고정식 한국광물자원공사 사장(오른쪽에서 두번째)이 지난달 29일 서울 대방동 광물자원공사 본사에서 열린 ‘해외자원개발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특위 현장 방문’에서 야당 위원들의 질의를 듣고 있다.  연합뉴스

고정식 한국광물자원공사 사장(오른쪽에서 두번째)이 지난달 29일 서울 대방동 광물자원공사 본사에서 열린 ‘해외자원개발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특위 현장 방문’에서 야당 위원들의 질의를 듣고 있다. 연합뉴스

-사장 취임 당시 볼레오는 ‘디폴트(채무불이행)’까지 가는 위험한 상황이었다. 그때로 돌아간다면 사업 철수를 하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하지 않나.

“선택할 상황은 아니었다. 불부터 끄자는 생각에 대책반을 만들어 갖은 고생을 다해 여기까지 왔다.”

-볼레오는 지반이 약하고 이미 수차례 개발한 곳이라서 갱내 채굴에 문제가 있지 않나.

“처음 개발하는 광산도 아니고 지질도 좋지 않았다. (우리가) 들어가기 전에 ‘이런 기술을 쓰면 되겠다’라고 평가했던 것하고 실제는 달랐다. 광산이 채굴과정에서 너무 많이 무너졌다.”

-애초 투자할 때 갱내 상황을 몰랐다면 그것도 문제 아닌가.

“미 석탄광 개발 전문회사를 초빙했는데 그들이 우리의 기대만큼 보여주지 못했다. 그래서 (철제빔을 사용하는) 한국식 (석탄채굴 방식)을 적용해 문제를 해결했다.”

-공사 주장대로라도 볼레오에 1조5000억원 가까이 투자했다. 그것에 비해 6389만t이란 매장량은 적지 않나.

“지질학적 매장량(자원량)을 추정하고 가채량(매장량)은 이를 바탕으로 다시 추정하므로 불확실할 수밖에 없다.”

-볼레오에서 동 시제품이 나오고 있지만 결과적으로 투자액과 비교하면 손해 아닌가.

“프로세싱 인터스트리라고 하는 것은 공장을 짓고 ‘캐파(capacity)’를 올리는 데 시간이 엄청 걸린다. 그사이 ‘캐시(현금)’ 압박이 생긴다. 그러다가 정상 생산이 되면 캐시 밸런스가 맞는다. 시제품이 나왔으니 이걸 얼마나 빨리 설계치대로 올릴 수 있느냐, 노력해야 한다.”

-2012년 공사가 MMB에 보낸 수천만달러가 사라졌다는 의혹도 있다.

“몇천억원이 없어진다고 하는데 우리가 가만 놔두었겠나. 그것은 아니다.”

-공사가 이명박 자원외교 드라이브로 세계시장에 뛰어들게 됐는데 이런 사업을 할 역량이 됐나.

“그건 일정 부분 수용한다. 볼레오건은 오퍼레이터(운영자)가 아닌 상황에서 떠맡았다. 과목이 준비가 안된 상태에서 기말고사를 치른 셈이다.”

-문제가 된다면 사업 책임은 김신종 전 사장에게 있다고 보나.

“모든 의사결정은 주어진 여건에서 최선의 결정을 하는 것이다. 그런 것으로 ‘네 책임, 내 책임’ 그런 이야기를 하고 싶지 않다.”

-이명박 정부의 자원외교는 문제가 있는 것 아닌가.

“역대 정부가 (해외자원개발이) 중요한 아젠다라는 것은 누구도 부인 안 한다. 저는 (각종 사업이) 문제가 되는 기간에는 현업에 없었기 때문에 평가할 입장이 못된다.”

-국회 국정조사에 임하는 입장은 무엇인가.

“자원 비즈니스는 20~30년 뒤에 평가해봐야 한다. (국정조사를 통해) 잘못한 것이 있으면 반성을 당연히 해야 하고 이 기회를 통해서 이해받을 것은 받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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