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철 표심 노린 ‘세 부담 완화’ 메들리

박상영 기자

여야 선거 앞두고 합의 사항 엎고

내년 예정된 코인 과세 유예 검토

1주택 양도세 비과세 한도 상향도

“부동산 개혁한다며” 비판 쏟아져

상속세도 이달 국회 조세소위로

내년 3월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이 경쟁적으로 세 부담 완화를 추진하고 있다. 이달 중순 열리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산하 조세소위원회에서 가상자산 과세를 연기하는 방안과 1가구 1주택 양도소득세 비과세 한도를 상향 조정하는 안이 다뤄진다. 이 같은 정치권의 움직임에 대해 과세 형평성을 무너뜨리고 정책 일관성이 흔들릴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내년부터 시행될 가상자산 과세 연기를 검토하는 것에 대해 경제학자들은 조세원칙이 훼손될 수 있다며 우려했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교수는 3일 경향신문과 통화하면서 “이미 내년부터 과세하기로 여야가 합의한 상황에서 선거를 앞두고 표를 의식해 연기하는 것은 정책 일관성을 훼손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자본시장 육성 등 정책 목표를 위해 과세를 늦출 수는 있지만 가상자산에 대해서는 어떤 명분도 찾기 힘들다”고 주장했다. 이어 “일각에서 투자자 보호 방안 미비를 내세우고 있지만 이는 과세와는 별개의 차원에서 추진돼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안창남 강남대 교수도 “가상자산을 과세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지 못한 경우가 아니라면 미뤄야 할 이유가 없다”며 “소득이 있는 곳에 과세를 한다는 기본 원칙이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동안 투자소득 관련 과세는 여론에 밀려 번번이 후퇴를 거듭했다. 정부는 2023년부터 금융투자소득세를 전면 시행키로 하면서 2000만원까지 공제한다는 방침이었지만 자본시장 활성화라는 여론에 밀려 5000만원으로 비과세 한도를 높였다. 올해 4월부터 종목별 보유액이 3억원 이상이면 주식 양도차익에 대해 과세할 예정이었지만 연말 매도 물량이 쏟아져 시장변동성이 커지고, 소액 투자자가 손해를 볼 것이라는 반대 여론에 밀려 양도세 부과 기준을 현행(10억원)대로 유지하기도 했다. 김 교수는 “근로소득에 비해 투자소득에 지나친 세제 혜택이 주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부동산 관련 세금도 완화될 조짐이다. 1가구 1주택 양도세 비과세 기준금액을 매매가 기준 9억원에서 12억원으로 높이는 개정안은 이달 열리는 국회 기재위 조세소위에서 논의될 예정이다. 최근 불거진 대장동 특혜 의혹으로 부동산 초과이익 환수가 현안으로 떠오른 점이 변수가 될 것이라는 일각의 전망과 달리 1가구 1주택자에 대해서는 세 부담을 경감해야 한다는 데 여야의 공감대가 형성된 것으로 전해졌다.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정책위원장은 “자산 불평등을 해소하는 데 가장 중요한 점은 정책의 일관성과 의지”라며 “부동산을 개혁하겠다면서 수억원의 양도차익에 대해 과세하지 않는 것은 정책이 거꾸로 가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상속세 개편도 논의되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조만간 상속세 과세체계 개편 연구용역 결과를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용역에는 상속세 과세 방식을 상속자 개인의 유산 취득분에 매기는 유산취득세 방식으로 바꾸자는 내용이 담길 것으로 보인다.

과세 방식만 전환하면 세수와 재분배 효과가 현저히 줄어들 수 있음에도 세율 인상에 대해서는 별다른 논의가 없다.

여기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전 국민 재난지원금 추가 지급’을 주장하자 진보 성향 시민단체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김용원 참여연대 조세재정개혁센터 간사는 “코로나19로 가장 타격을 받은 자영업자에 대한 손실보상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 추진은 우선순위가 바뀐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만약 전 국민 재난지원금을 지급하더라도 고소득층은 덜 받는 형태로 설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오 위원장도 “충격이 집중된 계층에 충분한 지원이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선거를 앞두고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을 추진하는 것은 나쁜 선심성 정책으로 읽힐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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