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탄소 철강으로 자동차 생산…'탄소중립' 동맹 본격화

박상영 기자
탄소중립 관련 일러스트. 김상민 기자

탄소중립 관련 일러스트. 김상민 기자

유럽에서 탄소 중립을 위한 철강과 자동차, 전력회사 간의 동맹이 본격화되고 있다. 자동차 강판에 쓰이는 철강을 생산할 때 탄소 배출을 최대한 줄이는 데 초점을 맞춘 새로운 공급망이 형성되고 있다.

기후·에너지 비영리단체 기후솔루션의 자료를 보면 독일 제철기업 잘츠기터 AG는 지난 1일 새로운 수소환원 공정을 통해 제철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 배출을 95% 이상 감축하며 2026년부터 유럽 내 BMW 공장에 저탄소 철강을 공급한다고 발표했다. 제철 과정에서 막대한 규모의 탄소를 배출하는 고로 대신, 수소환원 기술을 통해 철을 생산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BMW는 막대한 온실가스 감축을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 BMW는 철 스크랩 재활용 비율도 기존 25%에서 2030년 최대 50%까지 올려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데 기여할 예정이다.

잘츠기터 AG는 친환경으로 생산한 전기를 공급 받기 위해 지난달 25일 덴마크 풍력 전력회사 오스테드와 업무협약(MOU)을 맺었다. 협약에는 해상풍력과 그린수소 등을 통해 저탄소 철강 생산에 필요한 전력을 충당하는 내용이 담겼다. 해체된 풍력 터빈에서 나오는 철스크랩을 철강 제조 공정에 투입돼 재활용하겠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군나르 그뢰블러 잘츠기터 AG 최고경영자(CEO)는 “회사를 순환 경제로 재편하고 있다”며 “이번 협약으로 독일 연간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약 1% 규모인 800만t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탄소중립’에 방점을 둔 제조업 공급망 재편 움직임은 더 빨라질 전망이다. 이미, 해외기업·투자 운용사 등은 국내기업에 친환경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BMW는 2018년 LG화학에 부품 납품 조건으로 RE100을 요구해 계약이 무산되기도 했다. RE100은‘재생에너지(Renewable Energy) 100%’의 약자로 참여 기업들은 2050년까지 전 세계 모든 사업장에서 사용하는 전력량의 100%를 풍력과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전력으로 조달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탄소국경조정세 도입이나 배출권거래제 강화에 따른 온실가스 배출 비용의 증가도 기업에게는 부담이 될 수 있다.

기후솔루션은 “독일에서 기후 행동의 일환으로 추진된 이같은 움직임이 한국 산업계에도 압박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강조했다. 실제 2020년 기준, 국내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13%를 차지했던 포스코에게 탄소중립은 피할 수 없는 과제다. 국내는 탄소 배출량이 상대적으로 높은 철강 생산방식인 ‘고로-전로 공정’에 대한 의존도가 70%로 미국(30%), EU(60%)보다 높다.

포스코는 대안으로 2045년 수소환원제철 공법 상용화에 앞서 고로기반 혁신기술을 도입하기로 했다. 다만, 에너지·환경정책 연구기관인 넥스트는 “기존 공정 대비 10%에 불과해 배출량을 효과적으로 감축하기에 한계가 있다”며 “수소환원철 상용화 시점을 현재 목표한 2045년보다 앞당겨야 할 뿐만 아니라 중간 이행단계로 철스크랩을 전기로에 녹여 철을 제작하는 ‘전기로 공정’과 ‘가스 직접환원제철 공정’ 도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근하 기후솔루션 연구원은 “수소환원철 등 저탄소 철강이 먼 미래 기술이나 시장수요가 아니라는 것을 이번 잘츠기터의 MOU가 보여주고 있다”며 “포스코를 비롯한 국내 철강 연관 기업도 기존 2050 탄소중립 로드맵에 안주해서는 안되며 이러한 변화에 더 빠르고 높은 수준의 감축 목표로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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