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 유통업계 때렸다

이윤주·박채영 기자

뉴욕증시 미 유통기업 주가 폭락

코스피 1.28%↓…환율 11원 올라

소비 축소에 경기 둔화 영향 시작

고물가가 경기 둔화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기업의 비용 부담이 늘면서 유통업체들의 실적과 주가가 떨어졌고, 앞으로는 물가 상승으로 지갑이 얇아진 소비자들의 지출도 쪼그라들면서 경기가 꺾일 것이란 전망이 확산되고 있다. 인플레이션(물가오름세) 공포가 커지면서 국내외 금융시장이 크게 출렁였다.

19일 코스피는 전날보다 33.64포인트(1.28%) 내린 2592.34에 거래를 마쳐 사흘 만에 2600선을 내줬다. 기관이 4829억원, 외국인이 979억원 순매도했고 개인은 5197억원 순매수했다. 원화가 약세를 보이면서 원·달러 환율은 급등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 종가보다 11.1원 오른 달러당 1277.7원에 거래를 마쳤다.

올해 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심해진 물가 상승 압력이 실물 경기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는 불안심리가 크게 작용했다. 간밤 뉴욕증시 급락이 이날 아시아 시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뉴욕증시는 18일(현지시간) 인플레이션 공포와 ‘버블’ 경고 속에 코로나19 사태 초기 이후 약 2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하락했다. 물류비, 인건비, 원자재 비용 등이 모두 오르면서 타깃(-24.9%), 월마트(-6.8%) 등 주요 유통기업들의 주가가 크게 떨어졌다. 비용 부담으로 수익성이 나빠졌고, 향후 실적 전망치도 하향 조정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유통주는 물가 상승에 따라 매출이 증가하면서 인플레이션 수혜주로 대접받아왔다. 국내 시장에도 공포가 전해지면서 이마트(-3.35%), 롯데쇼핑(-3.96%), 현대백화점(-2.69%), 신세계(-2.15%) 등 유통주 주가가 크게 하락했다.

고물가로 인해 소비자들의 수요가 감소하면 향후 경기침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확산되고 있다. 물가 상승 탓에 구매력이 떨어지고 있어 소비자들이 반드시 필요한 지출 외에는 점점 씀씀이를 줄일 가능성이 높다. 유통주에서 시작됐지만 앞으로 유통업체에 상품을 공급하는 제조업체들에서도 실적 부진이 확인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전문가들도 고물가에 따른 경기 둔화 가능성을 언급하고 있다.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은 이날 주요 7개국(G7) 회의를 위해 독일을 방문한 자리에서 “식품·에너지 가격 상승은 스태그플레이션 효과가 있다”면서 “전 세계의 생산과 소비가 줄고 인플레이션이 커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은 17일(현지시간) 물가를 잡기 위한 금리 인상 의지를 재확인하면서 “(미국에서) 그와 관련한 고통이 일부 있을 수 있다”고 언급했다. 미국 투자은행(IB) 모건스탠리는 미국 경제가 향후 12개월 안에 경기후퇴에 빠질 확률을 종전 5%에서 27%로 크게 올렸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공급망 차질,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에 따른 경기 둔화 등이 계속해서 악재로 작용하고 있어 경기 전망을 낙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물가가 정점을 지나 안정되기 시작하는 변곡점이 나타나기 전까지는 변동성 높은 시장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서정훈 삼성증권 연구원은 “인플레이션 충격의 실체가 확인된 만큼 국내 증시의 변동성도 재차 확대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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