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총재 “물가 올 중반기 넘어 정점…곡물가격, 부담 지속”
경기회복세는 긍정 판단…시장선 7·8월 인상도 기정사실화
“스태그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 상승)을 우려하기보다는 물가 상방위험 걱정을 더 해야 되는 그런 상황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한국은행 총재 취임 이후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의장으로 처음 나선 이창용 총재가 ‘인플레 파이터’로서의 모습을 뚜렷하게 드러냈다. 물가 대응을 위한 기준금리 추가 인상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하면서 채권시장에서는 올해 말 기준금리 수준을 연 2.50%까지 예상하고 있다. 7·8월 연속 인상을 포함해 연말까지 최대 세 차례 기준금리가 더 인상될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이 총재는 26일 금통위 본회의 후 기자간담회에서 “물가상승률은 앞으로 수개월간 5% 이상 높아지고, 상당한 경우 내년 초에도 4%대를 유지할 것으로 예측한다”면서 “물가 정점이 올해 중반기를 넘어서 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유가가 연말로 갈수록 내려오더라도, 국제 곡물가격이 식품 관련 물가에 큰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 총재는 “곡물가격의 경우 경작하고 공급이 늘어나는 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한번 가격이 올라가면 상당히 오래 지속된다”면서 “특히 식료품 관련 품목의 물가가 높아져 생계물가에 직접 영향을 주면 기대인플레이션을 높일 위험이 큰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추가 금리 인상 시점에 대해서는 “명시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데이터들을 보고 판단해야 할 것”이라면서도, ‘연말 기준금리 2.25~2.50% 전망이 합리적이냐’는 질문에 “지난 2월과 비교해 지금 인플레이션(물가오름세) 전망치가 높아졌기 때문에 당연히 시장의 기대가 올라간 것은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시장에서는 연말까지 기준금리가 연 2.50%로 높아지면서 금리 인상 사이클이 마무리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신임 총재는 논란의 여지가 없는 매파(통화긴축 선호)의 모습”이라며 “7·8월 인상이 단행된 후 물가 정점 여부와 경제 체력을 판단해 10월 혹은 11월에 추가 인상이 실시될 것”이라고 밝혔다. 안예하 키움증권 연구원도 “물가 정점이 올 중반기를 넘어갈 것이란 점을 고려하면 금리 인상을 빠른 속도로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며 “7·8월 각각 0.25%포인트씩 금리를 올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은이 이날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3.0%에서 2.7%로 내렸지만 이 총재는 경기 회복세가 여전히 잠재성장률 수준을 웃도는 괜찮은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추가경정예산(추경)과 최근 잇따라 발표되고 있는 대기업들의 투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봤다. 그는 “거리 두기가 완화됨으로써 소비가 빠른 속도로 올라가고, 대기업의 투자계획 발표가 있어 성장에 상방요인이 발생했다”면서 “올해 2.7%, 내년 2.4%의 성장률이면 잠재성장률을 상회하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특히 추경과 기준금리 인상의 효과에 대해서는 수치를 들어 설명했다. 이 총재는 “추경은 경제성장률을 0.2~0.3%포인트 올리는 효과가 있고, 물가는 0.1%포인트 올리는 효과가 있다고 추정한다”면서 “다만 이번 추경은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하는 미시적이고 일시적인 차원이라 불가피한 면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리면 기대심리까지 포함해 물가에 2년간 0.1%포인트 정도 (끌어내리는) 영향을 주는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 “오늘을 포함해 지난 8개월간 5번 금리를 올렸는데, 물가에 0.5%포인트 정도 영향을 끼쳤다고 볼 수 있다. 결코 적은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