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가·고환율·돈풀기 정책…하반기 물가 상승 6% 육박할 수도

이호준 기자

물가폭등 최대 변수는 원자재값

지난달 소비자물가가 14년 만에 5% 넘게 상승했지만 아직 끝이 아니라는 전망이 많다. 올 2월까지 3%대에 머물렀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거의 매월 0.7%포인트씩 그 폭을 확대하고 있다.

■하반기 최대 변수 국제 원자재 시장

국내 물가를 자극하는 가장 직접적인 원인은 국제 원자재 가격이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3월 이후 잠시 숨고르기에 들어갔던 국제유가는 중국의 코로나19 봉쇄 완화 조치와 유럽연합(EU)의 러시아산 원유 수입 금지 합의 등에 따라 다시 배럴당 120달러를 넘었다. 중국의 코로나19 봉쇄 조치로 가동을 중단했던 공장들이 재가동한다는 소식은 수요 확대를 의미하는 것이어서 수급불안을 키웠다. EU는 러시아산 원유 70%를 수입 금지하고 연말까지 이를 90%까지 확대하기로 하면서 브렌트유 가격이 요동쳤다. 브렌트유 가격 상승은 두바이유, 서부텍사스유 등 다른 국제유가를 자극했다.

사우디아라비아 등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비OPEC 산유국들의 협의체인 ‘OPEC+’가 다음달부터 하루 64만8000배럴 증산하기로 합의했다는 소식이 전해졌지만 국제유가를 꺾지는 못했다. 국제유가는 시차를 두고 공산품과 서비스물가에 영향을 미친다.

전쟁과 자연재해 등으로 공급망이 훼손된 국제곡물가도 제자리를 찾아가지 못하고 있다. 농촌경제연구소의 ‘국제곡물 5월 관측’ 자료를 보면 2분기 곡물 수입단가지수는 식용 159.9, 사료용 158.9로 전망됐다. 전 분기 대비 사료용 곡물지수는 10.7%나 증가했는데, 3분기 사료용 곡물전망은 169.7로 2분기와 비교해서도 6.8% 더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환율도 물가 상승 부채질

국제 원자재 가격이 상승하는 가운데 원화가치가 하락(원·달러 환율 상승)하면 물가는 엎친 데 덮친 격이 된다. 1달러가 1000원에서 2000원으로 오르면 국내 소비자는 1000원에 살 수 있던 1달러짜리 수입상품을 2000원에 사야 하므로 물가가 2배 오르게 된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환율이 절하돼 물가 상승 압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한 것은 이 때문이다.

4월 기준 원·달러 환율은 지난해 같은 달 대비 10.1% 올라 6년2개월 만에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올 1분기 원·달러 환율 변화가 올 1분기 물가를 0.7%포인트로 끌어올린 것으로 추산했다.

돈을 묶어도 잡기 어려운 물가인데, 하반기에는 돈풀기 정책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다. 국회를 통과한 최종 추가경정예산은 정부안 36조4000억원에서 2조6000억원이나 증액되면서 총 39조원의 돈이 하반기에 풀린다. 지자체가 풀 돈까지 합치면 모두 60조원이 넘는다. 여기에 6·1 지방선거를 거치면서 당선인들이 광역급행철도(GTX) 신설 등 대규모 사회간접자본(SOC) 공약과 서민 현금지원안을 내놓으면서 시중 유동성은 더 불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가 내놓은 대책은 돼지고기 등 주요 수입품목에 대한 관세를 없애는 할당관세 적용, 수입품 부가가치세 인하 등에 불과하다. 정부 자체적으로도 0.1%포인트 물가 하락 효과만 있을 것으로 보고 있어 빠르게 상승하는 물가를 진정시키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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