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업체들, 고유가 덕분에 번 만큼 더 내라” 영국·스페인은 ‘기업 횡재세’ 걷는다…한국은?

박상영 기자
“에너지 업체들, 고유가 덕분에 번 만큼 더 내라” 영국·스페인은 ‘기업 횡재세’ 걷는다…한국은?

기업엔 초과이윤세 한시적 부과
소비자들엔 연료비 등 할인지원
프랑스는 전기요금 인상 폭 제한

전문가 “한국 상황 달라 도입 신중”
“연료비 연동제 정상화 우선” 지적

전 세계적인 연료비 급등으로 전력 도매가격이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정부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지난달 물가가 5%대로 오르는 등 인플레가 심각한 상황에서 전기요금까지 손을 대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과 비슷한 상황에 처한 영국과 스페인, 독일 등은 소비자보다는 관련 기업에 ‘고통분담’을 더 요구하는 쪽으로 방향을 정했다.

5일 에너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영국·독일·프랑스·스페인 등 유럽 4개국과 일본의 지난 3월 전력 도매가격은 전년 동월 대비 평균 388% 상승했다. 전력 도매가격이 주요국 중 가장 높은 영국 정부는 소비자에게 부과하는 전기요금을 전년 대비 19% 올렸다. 소비자 보호를 위해 2019년 도입했던 에너지가격 상한제 한도도 54% 높였다. 다만 가계 부담을 줄이기 위해 모든 가구에 오는 10월 연료비를 400파운드(약 63만원) 할인하고 저소득층 가구에는 추가로 650파운드(약 102만원)를 지원하는 대책도 발표했다. 재원은 에너지가격 상승으로 초과이윤을 거둔 석유·가스기업들에 초과이윤세를 통해 마련한다. 지난달 26일부터 적용되는 초과이윤세로 에너지기업의 세율은 기존 40%에서 65%로 증가했다. 영국 정부는 초과이윤세 도입으로 12개월간 50억파운드(약 7조8000억원)의 재원이 마련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스페인 정부도 에너지기업의 초과이익을 환수하는 방식을 택했다. 지난해 9월부터 올해 3월까지 6개월간 원자력·수력·풍력 등 탄소배출권과 천연가스 가격 상승의 영향을 받지 않는 발전소들의 초과이익을 거둬들였다. 스페인도 한국처럼 가장 비싼 천연가스 가격으로 전력 도매가격이 결정돼 전력 생산단가가 낮은 발전원의 경우에는 그만큼 이익을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독일은 재생에너지 분담금(1kWh당 3.7유로센트)을 내년 1월 폐지하기로 했다. 그동안 독일은 재생에너지 발전 지원에 따른 비용을 전기요금을 통해 소비자가 부담하도록 했다. 신규 재생에너지 발전이 이미 가격 경쟁력이 확보된 만큼 분담금을 점차 줄여 2025년 폐지 예정이었지만 최근 전기요금 오름세에 따른 소비자 부담을 줄이기 위해 시기를 앞당겼다. 독일 정부는 지난 1월에는 저소득층 가구에 1억3000만유로(약 1745억원) 규모의 일회성 보조금을 제공한 데 이어 3월에는 유가 인하, 대중교통 이용료 인하, 자녀양육비 지원 등의 지원책도 추가로 내놓은 상태다.

전기요금 상한선을 정한 곳도 있다. 프랑스는 올해 전기요금 인상 폭을 4%로 제한했다. 이 때문에 프랑스 전력공급회사(EDF)는 올해에만 최대 84억유로의 손실이 예상된다. 대신 프랑스 정부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원전으로 생산한 전력의 판매 비율을 확대할 방침이다. 앞서 현재 56기의 원전을 가동 중인 프랑스는 2050년까지 차세대 유럽형 가압경수로 6기를 포함해 최대 14기의 원전을 추가로 건설하겠다는 계획을 내놓기도 했다.

일본은 상대적으로 요금 인상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일본은 지난 1년 전력 도매가격 상승률이 286%로 영국(338%), 독일(394%)에 비해 낮았다. 반면 전기요금은 영국(19%), 독일(18%)보다 많은 29%를 올렸다.

전문가들은 영국 등의 초과이윤세 도입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한국에서는 연료비 연동제 정상화가 우선이라고 말한다. 정부는 연료비 가격에 맞춰 전기요금을 인상하겠다며 지난해 연료비 연동제를 도입했지만 사실상 무력화된 상태다. 한 국책연구기관 관계자는 “(현 상황과 반대로) 민간발전사들이 적자를 낼 때 정부가 지원에 나설 수 없는 만큼 초과이윤세 도입이나 이익환수에는 신중해야 한다”며 “한국은 한전이 전기요금 인상요인을 모두 떠안는 구조이니 연료비 연동제부터 정상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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