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발’ 안 먹히는 킹달러

반기웅 기자

환율 1400원대 눈앞…‘구두개입’ 정부의 딜레마

대통령·당국 등 “안정 조치”
반나절도 못 가 상승세 유지
미 “금리 인상”에 효과 의문
조작국 될라, 개입도 어려워

정부의 환율시장 ‘구두개입’이 딜레마에 빠졌다. 외환시장 불안정을 그냥 지켜볼 수는 없지만 개입한들 ‘말발’이 먹히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의 지난 26일 ‘8분간의 기조강연’ 이후 ‘킹달러’ 현상이 계속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데다 개입의 강도를 높일 경우 자칫 환율조작국 논란에 휩싸일 수도 있다. 시장에서는 원·달러 환율이 1400원대까지 오를 것이라는 예상도 있다.

외환시장에서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이 1340원대로 치솟은 지난 23일. 윤석열 대통령은 “달러 강세와 원화 약세의 통화 상황이 우리 시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비상경제대책회의 등을 통해 리스크 관리를 잘해나가겠다”고 밝혔다.

기획재정부는 이날 오후 추경호 부총리가 금융위원회, 한국은행 등과 긴급 외환관련회의를 소집한 것을 공개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최근 환율 급등과 관련해 “자본시장의 불법·불공정행위에 대해 금융위 자본시장조사단과 공조해 철저히 조사하고 발견된 위법행위에 대해서는 엄중 조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례적으로 대통령은 물론 금융당국까지 나섰지만 환율 상승세는 꺾이지 않았다. 이날 오전 하락하던 원·달러 환율은 오후 상승으로 반전했다. 적극적인 구두개입 효과는 ‘반나절’을 가지 못한 것이다.

한 증권사 채권 전문가는 “코로나19 이후 개입 강도가 심하면 환율조작국 이슈가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시장에서는 정부가 외환시장에 적극 개입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며 “외환시장 규모도 과거에 비해 커져 정부가 개입하더라도 영향력에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는 터라 정부 구두개입에 대해서는 ‘발언이 나왔구나’라는 정도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계속해서 환율 관련 메시지를 내고 있다. 지난 25일 최상목 경제수석은 “환율 수준 자체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높지만,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금융위기나 외환위기를 우려할 상황은 아니다”라고 했고, 26일에는 방기선 기획재정부 1차관이 “원·달러 환율 상승이 대외 요인에 기인하고 있다”면서도 “필요할 경우 시장 안정조치를 취하겠다”며 구두개입했다.

미국 잭슨홀 경제정책 심포지엄에 참석 중인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도 27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과 인터뷰하면서 “환율이 투기적 요인에 영향을 받는지 예의주시하고 있는데, 투기적 요인이 있다면 개입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금리 인상 발언으로 역외환율이 1340원을 다시 넘어서면서 정부의 구두개입은 실효성이 더 떨어질 가능이 커졌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28일 KBS <일요진단 라이브>에서 최근 환율 문제에 대해 “구조적으로 원화 가치를 내리거나 올리는 좋은 의미의 조작”이라며 “좋은 의미의 조작을 하는 건 원칙이 아니다”라고 말하며 한발 물러섰다.

지난해 4692억달러(10월 말 기준)였던 한국 외환보유액은 올해 7월 말 기준 4386억달러로 줄었다. 시장에서는 정부가 미세조정(스무딩오퍼레이션)에 나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경제학)는 “대통령까지 나서 구두개입을 할 게 아니라 무역수지 적자 해소 등 장기적인 관점에서 환율의 복원력을 튼튼히 하는 방향으로 대책을 설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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