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 무역장벽’ 코앞인데 500대 기업은 “탄소감축 의무 풀어달라”

박상영 기자    이재덕 기자
미래 계획 관련 일러스트. 김상민 기자.

미래 계획 관련 일러스트. 김상민 기자.

국내 주요 기업 대부분은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 대비 40% 줄인다는 내용의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2030’를 완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탄소중립’ 관련 규제가 점차 현실화하는 상황에서 탄소감축 의무 완화는 수출 경쟁력에도 부정적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7일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제조업 5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NDC 2030 목표치 상향안 달성 가능성’을 보면 응답 기업의 82.0%는 현재의 탄소중립 시나리오에 대해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기존 목표를 계승해야 한다고 응답한 비율은 6.0%에 불과했다.

이들 기업은 ‘NDC 2030’의 문제점으로 “현재의 탄소감축은 기술 수준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답변이 38.0%로 가장 많았다. 이어 산업계 의견수렴 부족(29.0%), 국내 산업구조 고려 부족(16.0%), 생산 위축 불가피(14.0%) 순이었다.

500대 기업 “NDC 수립, 산업계 의견 수렴 부족해”

기업들은 ‘NDC 2030’이 현실화되면 철강 분야(38.0%)가 가장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했다. 실제 지난해 탄소 배출 1, 2위 기업은 포스코(7849만t), 현대제철(2849만t) 등 철강 업종이었다. 기업들은 석유화학(23.0%), 에너지·발전(17.0%) 분야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500대 기업들은 산업부문 배출량 감축 부담 완화(36.0%)를 강조했다. 원자력 발전 비중 상향 등 에너지원 비중 재검토(25.0%), NDC 2030 목표치 하향 조정(23.0%)이 뒤를 이었다.

기업이 탄소중립에 미온적으로 나서면서 포스코, 현대제철, 삼성전자 등 온실가스 배출 상위 20개 기업이 전체 배출량에 차지하는 비중은 매년 늘고 있다. 2017년 전체 배출량에서 29%를 차지했던 상위 20개 기업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2018년 29.6%, 2019년 31%, 2020년 32.2%, 2021년 33.8% 등 점점 높아지고 있다.

반면,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오찬 간담회에서 “과거 탄소중립 감축 목표를 국제사회에 제시했지만 과학적 근거도 없고 산업계의 여론 수렴도 없이 발표했다”며 조정을 예고한 바 있다. 이번 전경련의 설문조사도 이와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내년부터 EU 탄소국경제도 도입···수출 경쟁력과 직결

기업들은 탄소감축 부담을 줄여달라고 호소하지만 관련 국제 규제는 점차 현실화되고 있다. 당장 내년부터 유럽연합(EU)은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를 도입함에 따라 수출 시 제품별 탄소배출량을 보고해야 한다. 2026년부터는 EU에 수입되는 제품 중 역내 생산 제품보다 탄소배출량이 많은 제품에 대해서는 추가 부담금을 부과할 예정이다. 미국에서도 석유화학제품 등 12개 수입품에 대해 탄소 1t당 55달러씩 관세를 부과하는 ‘청정경제법안’이 발의됐다. 권경락 기후환경단체 플랜 1.5 활동가는 “산업계 부담을 고려한다면 탄소감축 의무 완화보다는 탄소중립 설비 등 관련 지원 사업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미 애플 등은 납품사에게 제조 과정에 ‘RE100(재생에너지 100% 사용)’을 요구하는 등 탄소 감축이 기업의 경쟁력과 점점 직결되는 게 현실이다. 대기업 계열사 관계자는 “탄소중립에 대한 글로벌 고객사, 투자자의 압박이 상당히 심하다”며 “다만 현재 국내 신재생 에너지 발전 수준으로 과연 2050년까지 넷제로(순탄소배출량 0)를 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단기적으로는 비용이 들어가니까 경쟁력에 문제가 생긴다고 볼 수도 있지만, 장기적인 방향은 탄소를 더 많이 줄이면 고객사 확보에도 쉽고 고객사와 장기적인 신뢰 관계도 쌓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 막대한 규모의 탄소를 배출했던 기업들도 최근 감축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은 ‘반도체 기후변화 대응 컨소시엄(SCC)’ 참여해 배출량 감축 실적을 매년 보고하고 온실가스 배출 저감 방법론과 기술 등에 대해 긴밀하게 협력키로 했다. 포스코도 2030년까지 50만t, 2050년까지 700만t의 수소 생산체계를 구축해 이 중 370만t은 수소환원제철용으로, 130만t은 친환경 수소 발전 연료로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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