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농형 태양광 18년’ 일본에서 배울 점

임철현 녹색에너지연구원 태양에너지연구실 실장

[주간경향]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식량과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고, 기후위기가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 탄소중립이 전 인류의 중요한 과제로 떠오른 이때 농작물과 에너지를 동시에 생산할 수 있는 영농형 태양광발전에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영농형 태양광은 1981년에 독일의 물리학자 괴츠베르거가 처음으로 제안했다. 2000년도 초반부터 유럽은 독일·프랑스·이탈리아가, 아시아는 일본·중국을 중심으로 실증 및 보급을 시작했다. 그중에서도 현재 가장 활발히 보급 확산 중인 곳은 이웃나라 일본이다.

일본은 2004년 나가시마 아키라가 영농형 태양광 프로토타입 모델을 만든 후 올해 추산 약 3300개소까지 영농형 태양광발전 시설이 확산됐다. 우리나라는 2016년 농업회사법인 솔라팜이 최초로 벼를 재배한 것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60여개소에서 실증연구를 벌이고 있다. 대상 작물로 논작물은 벼·밀·보리, 밭작물은 대파·마늘·옥수수·양파·콩·들깨·오이·딸기·토마토·감자·양배추·파·무·녹차, 과수는 배·무화과·사과·포도 등 20여개다.

2022년 7월 일본 치바에 있는 MW급 영농형 태양광발전 단지에서 농업과 태양광발전이 동시에 이뤄지고 있다. 왼쪽 두 번째가 필자. 임철현 제공

2022년 7월 일본 치바에 있는 MW급 영농형 태양광발전 단지에서 농업과 태양광발전이 동시에 이뤄지고 있다. 왼쪽 두 번째가 필자. 임철현 제공

후쿠시마 사고가 만든 ‘태양광 4위’ 일본
한국에서 영농형 태양광을 시작한 지 6년이 됐다. 아직 실증연구 단계에 머무르고 있는 데는 농지법 개정의 지연이 가장 큰 원인이다. 부족한 계통, 재생에너지에 대한 주민수용성 등도 문제로 꼽는다. 일본은 2011년 3월에 있었던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태양광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돼 2021년 기준 태양광 보급 누적 용량이 74GW로 세계 4위의 태양광 보급 선진국이 됐다. 참고로 우리는 9위권으로 20GW이다. 2050년까지 태양광 300GW를 구축해야 탄소중립이 가능하다고 가정하면 한국은 아직 영농형 태양광을 추진할 여지가 용량 측면에서도 많이 남아 있는 셈이다. 이중 절반인 150GW를 영농형 태양광으로 한다면 국내 농지 156만㏊ 중 14.3%인 22만㏊만 있어도 할 수 있다.

우리보다 먼저 영농형 태양광 보급을 시작한 일본에서 한국이 배울 점과 문제점을 찾아 반면교사로 삼고자 한다. 고령화, 소득 정체 및 농경지 감소 등 소멸위기에 몰린 일본 농촌의 모습은 한국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 영농과 태양광발전을 동시에 할 수 있는 영농형 태양광은 일반 태양광과는 달리 농지를 없애지 않으며 추가수익을 만들어내기 때문에 소멸위기의 농촌을 지원하는 좋은 대안이다.

일본의 경지면적은 2019년도 기준 447만ha로 우리나라 경지면적의 약 2.6배다. 일본은 경지를 ①농용지구역 ②갑종지 ③1종농지 ④2종농지 ⑤3종농지 등 모두 5종류로 분류해 관리한다. 이중 우량농지인 ①~③ 농지가 91.1%를 차지하고, 우리나라의 농업진흥지역처럼 농지전용을 엄격히 통제한다.

일본 치바시 MW급 영농형 태양광 실증단지 모습, 가지와 토란이 자라고 있다. 임철현 제공

일본 치바시 MW급 영농형 태양광 실증단지 모습, 가지와 토란이 자라고 있다. 임철현 제공

일반 태양광 부지는 농업 생산성이 떨어지는 ④~⑤ 농지에만 허가한다. 반면 영농형 태양광의 경우 5종류 전체 농지를 대상으로 농지에 구조물이 생기는 면적만큼 타용도로 일시사용을 허용한다. 일본 농림수산성의 2019년 자료에 따르면 분석된 2588건 중 영농형 태양광이 허가된 농지는 우량농지인 ①~③ 농지의 93.5%인 2416건이다. 일본이 우리보다 법적으로 농지를 유연하게 허가하고 태양광 설치에 활용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일시사용 허가를 받으려면 태양광 패널이 농작물 생산에 적합한 일조량을 확보하도록 설계해야 한다. 기둥의 높이·간격 등을 농업기계화가 가능하도록 설계해야 하고, 태양광 설치로 주변 농지에 영향이 없어야 한다. 지자체 농업위원회에 연 1회 의무적으로 농산물 생산 보고를 하고, 농산물 생산 등에 차질이 발생한 경우는 허가를 취소하고 시설 철거 후 복원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재허가 기준은 작물의 생산량이 20% 이상 감소하지 않아야 하며 농작물의 품질 저하가 없어야 한다. 10년에 한 번씩 갱신 허가 작업을 한다. 작물의 생산량 등을 농업인이 직접 평가해 농업위원회에 보고하는데 현재까지 농산물 생산 차질 등으로 농업위원회가 허가를 취소한 사례는 없다고 한다.

농림수산성이 2019년 2591개의 영농형 태양광 하부 작물 재배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120개 이상의 작물을 재배 중이다. 채소류가 34%로 가장 많고, 관상용 나무의 비중도 30%로 높았다. 과일은 14%, 버섯 등 기타 작물은 12%, 화훼류 0.04%, 쌀·밀·콩 등 식량작물은 9%로 낮았다. 상위 6대 작물 중 1위는 묘가(생강순의 일종)이고, 다음으로 관상용 나무, 쌀, 버섯, 블루베리, 머위 순이었다. 묘가나 관상용 나무 등은 음영에도 강해 태양광을 많이 설치할 수 있어 쏠림이 심하다. 타 작물에서 (묘가 등으로의) 작물 전환비율도 높다.

농지 대비 설치된 태양광 설비의 면적은 차광률로 나타난다. 차광률 규제가 없는 일본에서는 10~90%까지 폭넓은 범위의 차광률로 설비를 설치한다. 평균치는 30~40%로 가장 일반적이다. 쌀의 평균 차광률은 35%, 음지성 식물인 녹차, 묘가, 버섯 등은 50% 이상의 고(高)차광률을 보인다. 농지를 유연하게 허가하면서 작물 감수율 20%를 기준으로 사후관리를 하고 있으나 차광률 제한이 없다 보니 농업보다는 태양광발전 수익을 앞세운 고(高)차광률 태양광 설비를 설치하고, 음영에 강한 음지성 식물로의 작물 쏠림 현상이 일어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일본 치바시 영농형 태양광 실증단지 모습, 소형 모듈을 강관에 분산 고정시킨 전형적인 일본 영농형 태양광 발전시스템 모습. 임철현 제공

일본 치바시 영농형 태양광 실증단지 모습, 소형 모듈을 강관에 분산 고정시킨 전형적인 일본 영농형 태양광 발전시스템 모습. 임철현 제공

일본 후쿠시마 수직 영농형 태양광 실증단지 모습, 아시아권 최초 수직형 상용 발전설비. 임철현 제공

일본 후쿠시마 수직 영농형 태양광 실증단지 모습, 아시아권 최초 수직형 상용 발전설비. 임철현 제공

작물 쏠림 등 한계, 반면교사 삼아야
일본에서도 영농형 태양광의 한계는 있다. 농지에 햇빛이 유입되도록 태양광 모듈 배치를 넓게 하다 보니 일반 태양광 대비 면적이 1.5배, 시설비는 1.3배 더 든다. 그만큼 일반 태양광 대비 보급량이 저조하다. 따라서 우리나라에서 영농형 태양광의 첫 단추를 잘 끼우기 위해서는 첫째, 농지법 개정이 필요하다. 현재 8년인 농지의 타용도 일시사용 기간을 20년 이상으로 해 영농형 태양광 사업을 안정적으로 추진할 수 있게 해야 한다. 농지에 설치되는 영농형 태양광 구조물 면적만큼만 타용도 일시사용을 허가해 농사를 짓는 농지 면적에 대한 직불금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둘째, 영농형 태양광 시행 규칙에 작물과 상관없이 차광률을 30% 내외로 제한을 해야 한다. 일본과 같이 음지성 작물로의 쏠림 현상을 막기 위해서다. 녹차, 버섯, 인삼 같은 음지성 식물에는 추가 차광을 해주면 된다. 버섯사나 곤충사처럼 원래 취지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서는 안 된다. 셋째, 실효성 있는 사후관리가 필요하다. 일본과 같은 작물 감수율을 기준으로 하면 작물별 평가 기준이 있어야 하고, 수확량에 대한 시시비비로 혼란만 가중될 뿐이다. 정상적인 영농 활동이 이뤄지고 있는지 정기적인 현장조사와 매출 확인을 통해 검증해야 한다. 넷째, 이러한 사회적 긍정적 효과에도 불구하고 경제성이 떨어지는 영농형 태양광에 대한 추가 REC(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 인센티브 지원이 있어야 한다. 지자체의 이격거리 제한도 영농형 태양광에 대해서는 예외조항을 만들어야 한다.

2016년 이래 한국과 일본은 영농형 태양광 관련 협회나 기관 등을 통해 지속적인 기술교류 및 협력을 해오고 있다. 최근에는 일본 후쿠시마에 국내에서 개발한 영농형 태양광 모델을 구축하는 프로젝트를 공동으로 추진 중이다. 전 인류의 문제 해결을 위해 양국은 민간협력을 벌이고 있다. 앞으로 우리나라의 태양광 보급 방향은 RE100(기업이 사용하는 전력 100%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하겠다는 캠페인) 기업의 경쟁력 향상을 위한 집단화 방향이 한 축이 돼야 한다. 농촌의 문제인 만성적인 쌀 과잉생산, 소득정체, 노령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영농형 태양광이 또 하나의 축이 돼야 한다. 한국은 농림축산식품부, 산업통상자원부 등 정부 주도로 지난 7년간 영농형 태양광 관련 설비표준 연구, 재배 실증연구를 추진했다. 설치 가이드라인, 사후관리 방안에 대한 준비도 돼 있다. 이제 정치권, 농업인단체, 농업인이 화답할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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