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내부거래 한도 2배 올리고 대상도 확대···‘재벌쏠림’ 심해지나

이창준 기자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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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위원회가 기업 간 부당한 지원행위(내부거래)를 제재하지 않는 ‘안전지대(공정거래법 적용 예외)’ 범위를 현행보다 두배 이상 늘리기로 했다. 그간 기업 간 자금 지원에만 적용되던 내부거래 허용 대상도 부동산이나 용역 등에까지 광범위하게 확대된다. 대기업 계열사간 내부거래가 활성화되면서 재벌 중심의 경제력 집중현상이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공정위는 9일 이 같은 내용의 부당한 지원행위 심사지침 개정안을 이날부터 시행한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심사지침을 개정해 부당지원행위 안전지대 판단 기준을 현행 ‘자금 지원 금액 1억원 미만’에서 ‘자금 거래 총액 30억원 미만’으로 확대 변경키로 했다.

공정위는 그간 특정 기업이 그룹 계열사 등 다른 기업에 저금리 대출 등을 지원할 경우 실제 적용되는 금리와 정상 금리의의 차이가 7%포인트 미만으로, 지원 금액이 1억원 미만이면 내부거래를 허용했다. 가령 A기업이 B기업에 정상 금리보다 5%포인트 낮은 이자율로 자금을 대출해줄 경우 실제 B기업이 금리 혜택을 보는 액수가 1억원을 넘지 않으면 문제 삼지 않았다. 이를 대출액으로 환산하면 20억원 미만이 된다.

공정위가 심사지침을 개정하면서 정상 금리와의 차이 기준은 그대로 둔 채 지원액 한도를 거래액 한도 바꾸기로 하면서 실제 내부거래가 가능한 규모는 2배 이상 늘게 됐다. 30억원 한도에 7%포인트의 금리 차를 고려하면 2억1000만원까지 기업 간 자금 지원이 가능해진다.

공정위는 현행 지원 금액 한도 기준으로는 정확한 지원 규모를 산출하기 어렵다며 이를 비교적 객관적인 기준으로 바꾸기 위한 취지라고 설명했다. 또 그동안 성장한 국내 경제 규모에 맞춰 실질적 지원 한도를 늘리기 위한 목적도 담겨있다고 했다. 공정위는 “현행 안전지대 기준은 2002년 도입된 것으로 그간 경제규모 성장을 고려해 합리적인 수준으로 상향 조정했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종전 자금 지원때만 허용했던 안전지대 규정을 기업 간 자산·부동산·인력 등을 지원할 때도 동일하게 적용키로 했다. 상품·용역에 대한 내부거래에도 명시적인 내부거래 허용 지침이 생기는데, 공정위는 상품과 용역은 그 규모가 상대적으로 큰 점을 감안해 거래 총액 기준을 100억원이면서 거래상대방 평균 매출액의 12% 미만인 경우를 안전지대로 설정했다.

공정위는 중복 규제 비판이 있었던 ‘부당성 안전지대’ 규정도 존치키로 했다. 공정위는 그간 내부거래에 대해 ‘부당성 판단’을 별개로 진행해 지원금액이 5000만원 이하면서 공정거래저해성이 크지 않은 경우는 별도의 안전지대로 규정해 왔는데, 지원 금액 안전지대와 내용이 겹치는 등 실효성이 낮다는 지적이 있었다.

그러면서 공정위는 부당성 안전지대 한도를 종전 지원금액 5000만원 미만에서 1억원 미만으로 상향했다. 자금 등 지원 한도를 거래액 기준으로 바꾸면서 일부 사각지대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예를 들어 특정 기업이 계열사에 150억 원을 빌려줬는데 실제 금리 차 등으로 지원된 금액이 8000만원인 경우 이 사례는 종전과 달리 개정안에서 안전지대에서 벗어나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공정위는 “심사지침 개정을 통해 부당 지원행위 안전지대 기준을 합리적으로 개선하고 적정 수준으로 확대함으로써 부당 지원행위 법집행의 예측 가능성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같은 조치는 일감몰아주기가 활성화되면서 모기업의 지원을 받은 대기업 계열사들이 확대되는 반면 비(非)재벌 계열의 중소·중견기업은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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