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결혼해야” 10명 중 2명뿐…이유 있는 ‘저출생의 덫’

반기웅 기자

합계출산율 0.7명대 진입

가파른 감소, 10년 새 반토막
OECD국 중 1명 아래 ‘유일’
35세 이상 산모가 3명 중 1명

가임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아이의 숫자인 합계출산율이 지난해 0.7명대로 떨어졌다. 2020년 0.8명대에 진입한 지 2년 만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출산율이 1명 아래인 국가는 한국이 유일하다. 평균 출산연령은 33.5세로 높아졌고, 산모 3명 중 1명은 35세가 넘었다. 아이를 낳지 않는 기조에다 혼인 건수가 줄고 출산연령마저 높아져 저출생 추세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통계청이 22일 발표한 ‘2022년 출생·사망 통계 잠정 결과’를 보면 지난해 합계출산율은 0.78명으로 전년보다 0.03명 감소했다. 통계 집계를 시작한 1970년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1974년(3.77명) 3명대에서 1984년(1.74명) 1명대로 떨어지고 2018년(0.98명)에는 1명 미만으로 추락했다. 이후 2020년 0.8명대에서 2022년 0.7명대까지 떨어졌다.

0.7명대 합계출산율은 세계 최저 수준이다. 2020년 기준 OECD 38개국의 합계출산율 평균은 1.59명으로,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OECD 평균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한국보다 앞서 고령화 사회에 들어선 일본의 합계출산율은 1.33명(2020년)으로 한국보다 높다.

지자체별로 보면 서울(0.59명)의 합계출산율이 가장 낮았다. 이어 부산(0.72명), 인천(0.75명) 등의 순이었다. 17개 광역지자체 중 합계출산율 1명을 넘긴 곳은 세종(1.12명)이 유일했다. 다만 세종도 합계출산율이 전년(1.28명)에 비해 빠르게 감소했다. 17개 시·도에서 합계출산율이 1년 전보다 증가한 곳은 대전밖에 없었다.

학생 수 줄어…문 닫는 서울 시내 초등학교 지역의 학령인구 감소로 폐교가 확정된 서울 광진구 화양초등학교 교문 위에 22일 폐교를 알리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성동훈 기자

학생 수 줄어…문 닫는 서울 시내 초등학교 지역의 학령인구 감소로 폐교가 확정된 서울 광진구 화양초등학교 교문 위에 22일 폐교를 알리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성동훈 기자

전망은 더 어둡다. 당장 혼인 단계에서부터 막힌다. 지난해 혼인 건수는 19만1697건으로 1970년 첫 통계 작성 이래 가장 적었다. 고령화 추세로 혼인적령기 인구가 줄어든 데다, 주거난과 취업난 등 사회·경제적 현실이 반영된 결과다. 국토연구원의 ‘주택 가격 상승이 출산율에 미치는 영향 연구’ 보고서를 보면 전년도 주택 가격이 1% 상승하면 이듬해 합계출산율은 0.002명 감소한다.

보고서를 작성한 박진백 부연구위원은 “출산을 담당하는 인구층은 가계 자산 축적이 적은 사회 초년생들”이라며 “주택을 매입하기 위해서는 대출 등 상당한 지출이 필요한데, 출산 이후 꾸준히 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에 출산과 주택 가격 간에는 상충관계가 생길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결혼에 대한 인식도 낮아지고 있다. 2022년 ‘한국인의 의식 가치관 조사’(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반드시 결혼해야 한다’는 17.6%에 그쳤다. ‘자녀는 반드시 있어야 한다’는 데 공감한 비율도 61.7%에 그쳤다. 출산 시기도 전보다 늦어지고 있다. 지난해 전체 평균 출산연령은 33.5세로 전년보다 0.2세 높아졌다. 35세 이상 산모 비중은 35.7%로 전년보다 0.7%포인트 커졌다. 2012년 35세 이상 산모 비중은 18.7%에 불과했다. 임영일 통계청 인구동향과장은 “혼인 건수가 계속 감소하고 있는데 (향후) 쉽게 증가하기는 어렵다”며 “혼인 건수 감소가 출생아 수 감소와 이어진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통계청의 장래인구추계에 따르면 올해 합계출산율은 0.73명으로 떨어지고 내년에는 0.7명까지 낮아진다. 지난해 합계출산율(0.78명)이 장래인구추계상 전망치(0.77명)와 유사한 수준이어서 향후 전망치도 들어맞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최악의 시나리오를 가정한 저위 추계에서는 합계출산율이 0.61명까지 떨어진다. 사실상 바닥이 보이지 않는 셈이다.


Today`s HOT
경찰과 충돌한 이스탄불 노동절 집회 시위대 마드리드에서 열린 국제 노동자의 날 집회 인도 카사라, 마른땅 위 우물 체감 50도, 필리핀 덮친 폭염
아르메니아 국경 획정 반대 시위 불타는 해리포터 성
틸라피아로 육수 만드는 브라질 주민들 페루 버스 계곡 아래로 추락
미국 캘리포니아대에서 이·팔 맞불 시위 인도 스리 파르타샤 전차 축제 시위대 향해 페퍼 스프레이 뿌리는 경관들 토네이도로 쑥대밭된 오클라호마 마을
경향신문 회원을 위한 서비스입니다

경향신문 회원이 되시면 다양하고 풍부한 콘텐츠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 퀴즈
    풀기
  • 뉴스플리
  • 기사
    응원하기
  • 인스피아
    전문읽기
  • 회원
    혜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