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포럼

‘경제 성적표’ GDP로 줄 세운 세계…저성장 시대, 행복지수 등 ‘대안 지표’ 논의 활발

이창준 기자

한국, 지난해 GDP 13위

‘행복지수’는 57위에 그쳐

성장 줄고 복지 수요 느는 데

GDP, 절대적 평가치 ‘한계’

[경향포럼]‘경제 성적표’ GDP로 줄 세운 세계…저성장 시대, 행복지수 등 ‘대안 지표’ 논의 활발

국내총생산(GDP)은 1930년대 대공황을 겪은 뒤 미국이 경제 현황을 파악하기 위해 도입한 경제지표로 각국이 80년 넘게 사용하고 있다. 한 국가에서 일정 기간에 생산한 재화와 서비스의 가치를 모두 합한 것이다. 전년보다 GDP가 얼마나 늘었는가를 따지는 성장률은 곧 경제 성적표로 인식된다. 성장률을 높이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생산량을 늘리는 것이다. 따라서 고성장 과정에서는 과잉생산, 저개발국가 노동력 착취, 빈부격차 심화 등의 문제를 일으킬 우려가 크다.

최근 세계 경제가 장기 저성장 국면에 들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되면서 GDP를 대체할 다른 지표를 개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저성장 시대에 성장 지표인 GDP에 집중하면 잘못된 정책 목표에 매몰될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 복지 수요가 점차 높아지고 있지만 GDP는 복지의 가치를 제대로 가늠하지 못해 특정 사회의 생활 수준을 똑바로 평가할 수 없다는 것이다.

■ GDP, ‘트렌드’에 안 맞는 지표?

국제통화기금(IMF) 통계를 보면 지난해 국가별 GDP 순위는 미국과 중국, 일본이 1~3위였다. 유엔이 발표하는 국가 행복지수는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 평균 기준으로 핀란드가 1위, 덴마크와 아이슬란드가 각각 2, 3위였다. 미국은 15위, 일본 47위, 중국은 64위에 그쳤다. GDP 4, 5위인 독일과 인도의 행복지수는 각각 16위와 126위였다. 한국은 GDP가 13위였지만 행복지수는 57위에 그쳤다.

한 국가의 생활 수준을 가늠하는 데 쓰이는 GDP가 실제 국민 삶의 질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한다는 지적은 오래전부터 제기됐다. 생산량만 집계하는 GDP는 삶의 질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요소를 반영하지 못한다.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공해 및 범죄 증가, 생산 과정 외 일상에서 일어나는 여가 활동 등은 GDP로 파악할 수 없다. 기술 발달로 같은 가격에 재화와 서비스 질이 개선되는 소비자 편익을 누락한다는 점도 GDP의 한계다.

특히 최근 장기 저성장 시대에 접어들 가능성이 커지면서 성장이 한계에 이른 선진국 사이에서는 GDP의 효용성이 더 떨어지고 있다. 경제 규모만을 가늠케 하는 GDP가 그간 경제정책의 성과 지표로 작용하면서 대부분 국가는 단순 경제 규모 확장에만 정책의 초점을 맞췄다. 그런데 저성장 시대에도 여전히 GDP 성장에만 정책을 집중한다면 불가능한 목표에 사회적 자원을 대거 투입하는 등 오류를 저지를 우려가 크다.

■ ‘행복 지표’ 대안될까…“아직은”

최근 GDP 지표의 한계가 부각되면서 대안 지표에 대한 논의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시민의 주관적인 행복도를 수치화해 계산한 행복지수다. 유엔이 산하 자문기구인 지속가능발전해법네트워크(SDSN)를 통해 해마다 발표하는 국가 행복지수나 영국 신경제재단(NEF)이 집계하는 지구촌 행복지수(Happy Planet Index·HPI) 등이 그 예다. 부탄은 자체적으로 국민총행복지수(GNH)를 집계해 발표한다.

삶의 질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외부 요소를 계량화하려는 시도 역시 다방면으로 전개되고 있다. 미국 비영리단체 ‘사회발전명령’(Social Progress Imperative)은 영양 상태와 위생, 치안, 자유와 인권 등 다양한 사회 요소를 측정해 사회의 발전 수준을 나타내는 사회발전지수(Social Progress Index·SPI)를 매년 발표하고 있다. 개인소비지출(PCE) 등 기존 수리 지표에 무급 가사노동으로 발생한 부가가치나 환경 오염, 범죄 등으로 발생한 비용을 가감해 산출하는 지속 가능한 경제복지지수(Index of Sustainable Economic Welfare·ISEW)도 유의미한 대안 지표로 평가받고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 같은 지표들이 아직 GDP의 완전한 대안이 되기에는 부족한 부분이 있다고 설명한다. 정규철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망실장은 “대안 지표에는 여러 주관 요소가 반영될 가능성도 있어 경제 상황에 대한 주된 척도로 쓰긴 어려울 것”이라며 “주 지표라기보다는 보조 지표로서 목적에 맞게 참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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