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는 10년간 1.72도 더워졌고, 명태는 머물지 못했다

안광호 기자

기후변화로 수온 올라 열대성 어종 증가 추세

미성어 남획 탓도 있지만 서식지 북상 영향 커

1950년대 명태를 손질하는 사람들. 경향신문 자료사진

1950년대 명태를 손질하는 사람들. 경향신문 자료사진

[주간경향] 동해에서 명태가 사라진 것은 기후변화와 과도한 남획 때문이라는 게 정설이다. 기후변화 측면에서 보면 수온이 오르면서 명태의 산란지와 서식지가 북상하고 있고, 과거엔 경북 포항 즈음이었던 명태 조업지도 강원 속초와 고성을 넘어 점점 올라가고 있다.

국립수산과학원이 2019년 발행한 <수산 분야 기후백서>에 따르면 최근 50년(1968~2018) 동안 우리나라 바다 표층 수온은 1.23도 상승했다. 매년 0.024도 상승한 것인데, 전 세계 상승률(0.009도)보다 약 2.5배 높다. 해역별로는 동해가 1.43도 올라 수온 상승률이 가장 높았다.

최근 10년으로 봐도 수온 상승세가 뚜렷하다. 지난해 9월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신정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해양수산부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우리나라 해역의 평균수온은 2012년 17.0도에서 2021년 17.96도로 0.96도 상승했다. 해역별로는 동해가 1.72도, 서해가 0.65도, 남해가 0.52도 각각 상승했다. 백서는 향후 온실가스 저감 상황에 따라 우리나라 바다 온도가 어떻게 변화할지에 대한 시나리오도 설명했다. 온실가스가 지금 추세로 계속 배출될 경우 2100년 우리나라 주변 수온은 약 4~5도 상승할 것으로 봤다.

어획량이 줄면서 지난 2018년 8월 한 어시장의 생선 상자들이 텅텅 비어 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어획량이 줄면서 지난 2018년 8월 한 어시장의 생선 상자들이 텅텅 비어 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기후변화로 산란지·서식지 북상

수온 상승으로 산소부족층이 해수면에 형성되면 플랑크톤과 같은 생물은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다. 국립수산과학원 등에 따르면 수온이 오르면 표층과 저층 간의 혼합이 약해지면서 상대적으로 영양염이 풍부한 저층으로부터의 영양염 공급이 줄어들게 된다. 플랑크톤을 주로 먹고사는 명태도 악영향을 받는다. 미성어들이 먹이를 찾아 심해 저층으로 내려가 어미 명태들이나 다른 어종들과 먹이 경쟁을 하면서 도태될 수 있다.

해수부에 따르면 대표적인 한류성 어종인 명태는 1981년 16만5800여t(노가리 포함)이 잡혀 정점을 찍었다. 1995년에 1만t 이하로 내려간 후 2008년엔 공식 통계상 ‘0’으로 집계됐다. 이후 적게는 1t(2009~2013년·2017년)에서 많게는 9t(2018년)까지 어획량이 늘긴 했지만 2019년부터는 명태 포획 전면 금지 조치에 따라 통계 자체가 없다.

명태가 사라진 동해에는 다른 어종들이 들어앉았다. 제주 바다에서 잡히던 방어가 동해에서 잡히고, 난류성 어종인 오징어와 멸치, 고등어 어획량이 대폭 증가했다. 뿐만 아니라 아열대 어종도 동해안에서 자주 등장했다. 지난해 10월 국립수산과학원이 아열대 어종 출현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2012년부터 2021년까지 통발과 자망을 이용한 어획 시험을 진행한 결과, 시간이 지날수록 과거엔 보이지 않던 아열대 어종이 많이 잡혔다. 2008년 5종, 2014년 6종, 2015년 2종이었는데, 2021년엔 11종이나 잡혔다.

무분별한 남획이 동해 명태 소멸의 원인이라는 진단도 꾸준히 제기됐다. 2014년 ‘명태 살리기 프로젝트 추진’을 발표할 당시 정부는 명태 자원 감소의 원인에 대해 기후변화를 얘기하면서도 과도한 남획에 무게중심을 두는 분위기였다. 국립수산과학원 등에 따르면 어획량이 많았던 1980년대 초반까지는 동해구트롤(저인망어선) 등에 의한 노가리 등 소형어 어획 비율이 70% 이상을 차지했다. 특히 기후변화 영향이 본격화한 1980년대에는 미성어 어획 비율이 90% 수준까지 치솟았다.

해수부가 2015년 치어 방류와 함께 시작한 명태 포획금지도 이런 배경에서 나왔다. 명태 남획을 막고 소멸해가는 명태를 되살리기 위해 2019년 명태 몸길이 27㎝ 이하로 규정된 포획금지 기준을 없애고 크기에 상관없이 명태 개체수가 충분히 회복될 때까지 전면 금지한 것이다. 1년간 한시적으로 시행하려던 포획금지 조치는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다만 미성어 남획이 오래전부터 성행했다는 점에서 지금의 명태 소멸의 주원인 중 하나를 남획으로 꼽는 건 무리가 있다는 반론도 있다. 과거엔 소형, 목선, 연안 등이라는 어업 여건에 따라 미성어 어획이 많을 수밖에 없었다.

이충일 강릉원주대 해양생태환경학과 교수는 “산란기(몸길이 30㎝ 이상 명태)에 도달하지 않은 연령 3세 이하 미성어에 대한 어획 비중은 오래전부터 높았다. 예를 들어 1960년대에는 미성어 어획 비중이 전체 어획량의 80% 수준에 달했는데, 1965년엔 86%까지 오르기도 했다. 미성어에 대한 과도한 어획이 자원량 감소에 영향을 미쳤을 수도 있지만, 그보다는 기후변화 영향으로 명태들이 산란지와 서식지를 동해 북쪽으로 이동한 것이 더 큰 요인으로 작용하면서 1980년대 중후반부터 명태 자원이 급감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강원 고성군 황태덕장. 연합뉴스

강원 고성군 황태덕장. 연합뉴스

원전 오염수 우려에 러시아산 생태 수입도

명태는 회유성 어종이다. 동해 북쪽으로는 러시아의 블라디보스토크 해역이, 동해 동쪽으로는 일본의 북해도 해역과 맞닿아 있다. 같은 동해를 공유하는 러시아와 일본의 어획량은 어떨까. 유엔식량농업기구(FAO) 국가별 명태 어획량 통계에 따르면 2000년 러시아는 121만5000t에서 2021년 174만9900t으로 늘었다. 일본은 같은 기간 30만t에서 17만4300t으로 줄었다. 한국은 같은 기간 763t에서 0으로, 통계 집계가 무의미해졌다.

명태를 전량 수입에 의존하는 우리는 주로 러시아로부터 전체의 80%가량(중량 기준)을 수입해온다. 전부 냉동 명태다. 반면 생태(냉장 명태) 물량은 일본에서 들여온다. 러시아산 냉동 명태에 비해 훨씬 적은 물량이다. 지난해 기준 중량으로는 1628t, 금액으로는 543만달러 규모다. 유통기한이 짧은 생태는 신선도가 중요하기 때문에 어획 이후 일주일 내 소비돼야 한다.

올해 들어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의 해양 방류 우려가 커지면서 일본 생태에 대한 소비자들의 우려가 크다. 이에 수입업체들은 일본산 생태 대신 러시아산 생태를 수입하는 쪽으로 수입선 다변화를 꾀하는 중이다. 북방물류산업진흥원과 두원상선은 올 초부터 국내 수입사 및 선사와 함께 러시아산 생태 수입을 추진해왔다. 지난 4월 러시아산 생태 10.9t이 동해항을 통해 국내에 처음 입하된 후 유통됐다.

명태. 국립수산과학원 제공

명태. 국립수산과학원 제공

앵치·꺽태·영태·바닥태·바람태…당신이 몰랐던 명태

명태는 ‘개도 차 버린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로 흔하디흔한 생선이었다. 조선시대에는 명태가 많이 난다고 해서 조선을 ‘명태의 나라’라고 부르기도 했다. 명태는 수온이 1~10도의 차가운 바다에 사는 한류성 어종이다. 한 번에 25만~100만개의 알을 낳는다. 동물플랑크톤과 새우류, 두족류, 어류를 주로 먹으면서 어류의 알과 갯지렁이류, 불가사리류까지 섭식하는 탐식성 어류다. 가을철 오호츠크해에서 한류를 따라 남하해 10월에서 이듬해 2월 함경도 연안에 이르러 산란하고, 수온이 올라가는 3월 재북상한다. 또 다른 무리는 여름철 동해 북쪽 깊은 수심에서 머물다가 수온이 내려가는 11~12월 연안으로 접근해 산란하고, 수온이 올라가는 2월 동해 깊은 바다로 이동한다.
콜레스테롤 저하 효과가 좋은 반면, 지방 함유량이 낮아 고혈압, 동맥경화 등 성인병에도 좋다고 알려져 있다. 별명도 다양하다. 유통과 건조 등 방식에 따라 약 40개 안팎의 다양한 이름으로 불린다.
국립수산과학원에 따르면 명태는 선어 상태의 경우 생태(명태를 어획한 상태에서 냉장시켜 시장에 유통시킨 명태), 동태(북태평양에서 잡힌 명태를 얼려 국내에 반입), 대태(가장 큰 명태, 보통 1상자당 20마리 내외의 체장이 큰 상품), 중태(중간 크기의 명태, 1상자당 25~30마리 내외의 중품), 소태(체장이 작은 소형으로 1상자당 40마리 이상 들어 있는 것), 앵치(크기가 작은 새끼 명태로 최하품), 꺽태(산란한 명태가 살이 별로 없어 뼈만 남은 것) 등으로 구분된다.
건조상태에서는 황태(내장을 빼낸 명태를 10도 이하의 추운 산간지역에서 낮에는 녹이고 밤에는 꽁꽁 얼리면서 12월에서 이듬해 4월까지 약 5개월간 서서히 말리면 살이 노랗고 솜방망이처럼 부풀어 고소한 맛이 남), 영태(명태를 약 4~5개월 정도 말린 것), 바닥태(45~75일 정도 말린 것), 반황태(35~45일 정도 말린 것), 흑태·먹태(5~30일 정도 말린 것), 코달이(코다리·15일 정도 반쯤 말려 코를 꿰어 4마리 한 세트), 바람태(주로 바람에 의존해서 건조한 것), 노가리(명태 새끼) 등으로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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