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주기에 완공하려던 세월호 추모공원, 첫 삽도 못 떴다

이창준 기자

정부, 공사비 적정성 따지며

KDI에 비용 재검토 요청

착공 시점 1년 반이나 늦어져

유가족 “의도적 시간끌기”

세월호 희생자 추모공원 건립 사업에 대해 재정당국이 막바지 단계에서 공사 비용을 문제 삼아 착공이 1년 이상 늦어지게 됐다. 세월호 참사 10주기 완공을 목표로 추진되던 이 사업은 결국 첫 삽조차 뜨지 못하게 됐다. 유족들은 정부의 의도적인 ‘시간끌기’라며 반발하고 있다.

14일 정부 등에 따르면 ‘4·16 생명안전공원’ 조성사업은 지난 5일 김윤상 기획재정부 2차관 주재로 열린 올해 첫 재정사업평가위원회(평가위)에서 의결돼 부처 간 사업 조율 단계에 들어갔다. 이 사업은 안산 단원구 화랑유원지에 세월호 희생자를 기리는 추모공원을 짓는 것으로, 당초 2022년 완공될 것으로 기대됐다.

평가위는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내놓은 해당 사업 비용 감액안을 의결했다. KDI는 6개월간 비용 적정성을 검토한 결과 종전보다 11억원 감액한 492억원의 대안을 내놨다. 사업 추진 과정에서 물가 상승으로 공사비가 483억원에서 503억원으로 증가하자 기재부는 비용이 적정한지 다시 확인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지난해 5월 KDI에 사업 비용 적정성 재검토를 요청했다.

기재부가 비용 적정성 검토를 맡기지 않았더라면 지난해 5~6월쯤 바로 공사에 착수할 수 있었지만 일련의 검토 과정을 거치면서 착공 시점이 1년 반 가까이 지연됐다. 특히 KDI 적정성 재검토 결과 보고서를 보면 추모공원 착공 시점은 오는 10월이다. 공사비 삭감에 따라 설계도 등을 수정하는 기간으로 5개월이 추가됐다.

유족들은 오는 4월 참사 10주기에 맞춰 첫 삽을 뜨는 모습을 보기를 희망해왔다. 실제 정부의 최초 계획은 2021년부터 공사를 시작해 10주기 이전에 완공하는 것이었다.

이처럼 복잡한 행정절차가 꼭 필요했는지에 대한 논란도 일고 있다. 기재부가 KDI에 적정성 재검토를 요청한 결정적 이유는 사업비가 예비타당성조사(예타) 기준인 500억원을 넘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사업은 ‘4·16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 등을 위한 특별법’에 따라 진행되는 ‘예타 및 타재 면제 사업’이었다. 500억원 기준과 무관하게 비용 검토를 받지 않아도 현행법상 문제가 없었다는 뜻이다. 하지만 기재부는 국고 투입 사업의 비용을 검토하지 않을 수 없다는 자의적 판단에 따라 적정성 재검토를 받도록 했다.

논란거리는 더 있다. 기재부의 총사업비관리지침 제49조를 보면 기재부가 사업비 중도 인상에 따라 특정 사업의 적정성 재검토 등을 판단할 경우 물가 상승분은 비용 인상률에서 제외토록 규정돼 있다. 즉 기재부는 지침과 달리 물가 상승으로 인한 사업비 증가를 문제 삼아 비용을 무리하게 검토한 것이다. 유족들이 정부가 ‘일부러’ 사업을 미루고 있다고 의심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정부자 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추모부서장은 “행정 절차로 트집 잡으면서 시간을 끌고 있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정부 관계자는 “지난 적정성 재검토는 공사비가 500억원을 넘겨 타재에 준하는 절차를 거치려다보니 물가 상승분까지 반영한 총비용을 봐야 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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