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 꺼리는 여성들…출생율 하락 ‘40%’는 경력단절 우려

반기웅 기자
서울 한 아파트단지에서 한 엄마가 아이를 안고 어린이집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한 아파트단지에서 한 엄마가 아이를 안고 어린이집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육아 부담이 여성에게 쏠려있는 한국 사회에서 경력단절로 대표되는 고용상 불이익이 출생률 하락 원인의 40% 가량을 차지한다는 국책연구기관의 진단이 나왔다. 아이를 낳은 여성의 경력단절 확률은 무자녀 여성보다 3배 가까이 높았는데, 자녀 유무에 따라 경력단절 격차가 크다보니 출산을 미루고 포기하는 여성이 늘었다는 분석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16일 낸 ‘여성의 경력단절 우려와 출산율 감소’ 보고서를 보면 무자녀 여성이 직장에서 경력단절을 경험한 비율은 2014년 33%에서 지난해 9%로 대폭 감소했다.

같은 기간 자녀를 가진 여성의 경력단절 확률은 28%에서 24%로 4%포인트 감소하는데 그쳤다. 자녀 유무에 따라 경력단절 확률 격차가 크게 벌어진 것이다.

조덕상 KDI 거시·금융정책연구부 연구위원은 “2015년에는 커리어를 유지하는 무자녀 여성이 아이를 낳든 낳지 않든 30% 수준의 높은 경력단절 확률에 직면하고 있었다면 2023년을 살아가는 청년 여성들은 본인이 ‘아이를 낳지 않겠다’라고 결심만 한다면 경력단절 확률이 9%로 크게 낮아진다”며 “반면 유자녀 여성의 경력단절 확률은 과거 대비 크게 바뀌지 않았기 때문에 격차가 더 확대가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KDI 제공

KDI 제공

KDI는 자녀 유무에 따른 경력단절 확률 격차가 한국의 합계출산율을 끌어내린 주요 원인이라고 봤다. 실제로 경력단절이 출생율 하락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해봤더니, 2013~2019년 기간동안 여성(25~34세)의 합계출산율 하락 원인의 약 40%가 출산 여성의 고용상 불이익(차일드페널티·child penalty) 때문인 것으로 나타났다. 세부 모형별로는 30∼34세일 때 45.6%, 25∼34세 39.6%, 30~39세 45.5%, 25~39세 46.2%였다.

유독 유자녀 여성의 경력단절 확률만 높은 수준을 유지한 이유에 대해서는 여성에게 과중한 육아 부담을 꼽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한국 남성의 가사 참여도는 최하위 수준으로 일본과 튀르키예 다음으로 낮다. 여성 대비 남성의 육아·가사노동시간 비율은 23%에 그친다.

한정민 KDI 거시·금융정책연구부 전문연구원은 “우리나라는 출산과 육아의 부담이 여성에게 과도하게 쏠려 있다”며 “전반적인 성별격차는 완화됐다고 하지만 여전히 자녀가 있는 여성은 출산과 육아로 인해 불이익을 많이 겪고 있어 경력단절을 우려한 여성들이 출산을 미루거나 포기하는 경우가 늘었다”고 했다.

KDI는 여성의 경력단절을 줄이기 위한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부모가 아이를 키우면서도 커리어를 지속할 수 있도록 일·가정 양립 환경에 대한 정책 개선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특히 몇 달 동안의 출산휴가나 1~3년 동안의 육아휴직, 단축근무 등 기존의 단기적인 출생 지원 정책으로는 유자녀 여성들의 경력단절 확률을 감소시키는 데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조 연구위원은 “출산율 제고를 위해서는 육아기 부모의 시간 제약을 완화할 수 있는 제도들이 필요하다”며 “재택근무나 단축근무, 이를 지원하기 위한 보조금정책 확대, 남성의 영유아 교육·보육 비중 확대 등을 통해 여성이 직면한 경력단절 확률을 낮출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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