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눈치 보는 은행에 전세대출자들만 ‘울상’

박효재 기자

국민, 신규 대출 분할상환 의무화

내년부터 실적 따라 인센티브 방침

농협도 주금공 보증에 도입 검토

신용대출보다 원리금 상환 부담 커

금융당국이 전세자금대출 분할상환을 의무화하지 않겠다고 강조했지만 KB국민은행이 신규 전세대출 시 부분 분할상환을 의무화하는 등 은행권에서 전세대출 규제 강화 움직임이 이미 시작된 것으로 나타났다.

가계대출 관리를 강화하고 전세대출이 갭투자에 악용되는 사례 등을 막기 위한 차원에서다. 다만 전세대출의 경우 신용대출보다 갚아야 할 원리금의 규모가 크기 때문에 차주들의 부담이 너무 커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9일 은행권 취재를 종합하면 KB국민은행은 지난달 25일부터 일부 신규 전세대출에 한해 부분 분할상환을 의무화했고, NH농협은행도 도입을 검토 중이다. 이는 금융당국이 내년 1월부터 시행하는 ‘전세대출의 분할상환 유도 및 인센티브 확대’ 정책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가계부채대책 발표에서 전세대출 분할상환 실적이 우수한 금융사에 정책모기지 배정을 우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민은행에서 주택금융공사(주금공) 보증서를 담보로 신규 대출을 받은 차주는 대출 만기일까지 총 대출금 중 최소 5% 이상 금액을 분할상환해야 한다. 예를 들어 주금공 보증서 담보로 전세대출 2억원을 받았다면 최소 1000만원 이상 원금을 대출 만기일까지 매달 이자와 함께 나눠 갚도록 했다. 대출금 중 나머지 1억9000만원은 만기 일시상환하면 된다. 주금공이 아닌 SGI서울보증 담보로 신규 대출을 받는 경우에는 총 대출금의 10·20·30% 중 분할상환 비중을 선택해야 한다.

농협은행도 주금공 보증서를 담보로 하는 전세대출에 한해 신규 전세대출의 분할상환 의무화를 검토 중이다. 현재 주금공 보증 전세대출 이용 차주는 만기일시 상환방식과 부분 분할상환이 결합된 혼합상환 방식 중 하나를 택할 수 있는데, 혼합상환으로 의무화하는 식이다.

신한·우리·하나은행은 전세대출 부분 분할상환 의무화를 아직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하지만 국민은행이 선제적으로 나선 만큼 도입하는 은행들이 늘어날 가능성도 충분하다. 업계에서는 금융당국이 은행들에 전세대출 부분 분할상환 실적을 보고하게 하는 등 사실상 의무화에 버금가는 강력한 조치를 꺼내들 수 있는 전망도 나온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당국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산정 시 전세대출을 포함하는 것까지 검토했던 것으로 알려지는 만큼, 앞으로 당국의 움직임을 주의 깊게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세대출 부분 분할상환을 사실상 의무화할 경우 차주의 원리금 상환부담이 급증해 소득이 충분치 못한 차주의 부담만 키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전셋집 거주로 금융비용을 절약하고 저축해 내 집 마련의 꿈을 키워온 분들이 많았는데 그 꿈마저 짓밟는 것 아니냐는 소비자들의 불만이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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