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확산 후 '생활고'···퇴직연금 중도 인출 급증

안광호 기자

직장인 A씨는 코로나19로 생활이 힘들어지자 지방자치단체의 노무 상담을 통해 퇴직연금을 중도에 인출할 수 있는지를 문의했다. 노무사는 “퇴직연금 중간 정산이 가능하지만 회생 절차를 밟거나 파산 선고를 받는 등 요건이 성립되지 않으면 계좌 해지 시 기타소득으로 분류돼 15%의 세율이 적용된다”고 답했다. A씨는 “손해를 감수하면서 퇴직연금을 중도에 찾는 것인데, 세율까지 높게 매기는 것은 너무 불합리한 조치”라고 토로했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생활고가 겹치면서 퇴직연금을 중도에 인출하는 사람들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11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의 퇴직연금 관련 현황을 보면, 2020년 회생 절차를 밟거나 파산 선고를 받으면서 개인형 퇴직연금을 중도 인출한 사람은 총 7110명(회생 절차 6908명, 파산 선고 202명)으로 집계됐다. 인출액은 897억원으로 2015년(408억원)의 2배다. 중도 인출자 수와 액수 모두 2015년 통계 작성 이래 최고다. 퇴직연금은 직장인들의 은퇴 후 생활 보장을 위한 것인데, 코로나19 확산 첫해 파산이나 개인 회생 등 생활고를 겪는 사람들이 증가하면서 연금을 미리 찾은 사람도 크게 늘었다는 의미다. 연령별로는 30∼40대가 5454명으로 전체 개인회생·파산에 따른 중도 인출자의 76.7%에 달했다.

정부는 코로나19 확산 이후 퇴직연금 중도인출 사례가 늘자 대상과 혜택의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앞서 2020년 10월 코로나19 사태로 생계가 어려워진 근로자도 퇴직급여를 중간 정산할 수 있게 하는 내용의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시행령을 개정한 바 있다.

다만 현재는 연금계좌에서 중도 인출을 할 경우에는 인출 금액을 기타소득으로 분류해 15%의 세율로 과세하고, 부득이한 인출의 경우만 연금소득으로 간주하고 3∼5%의 낮은 세율을 매기고 있다. 부득이한 사유에는 천재지변, 가입자가 사망하거나 해외 이주한 경우, 가입자나 부양가족이 3개월 이상 요양할 경우, 가입자의 파산 또는 개인회생, 연금계좌 취급자의 영업정지 등이 해당한다.

정부는 이에 최근 부득이한 인출 사유에 ‘사회재난’을 추가하고, 저율 과세 혜택을 부여하는 내용의 세법 시행령 개정을 예고했다.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 등이 확산한 사회재난 지역에서 재난으로 15일 이상 입원 치료를 받은 경우가 해당한다. 코로나 치료 과정에서 생계가 힘들어져 연금을 미리 찾는 경우 세율 부담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기재부 관계자는 “코로나19 등 사회 재난으로 피해를 당한 사적 연금계좌 가입자의 생계 안정을 지원한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코로나19 확산 후 '생활고'···퇴직연금 중도 인출 급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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