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사상 첫 ‘빅스텝’

한은 “당분간 0.25%P씩 올린다”…추가 빅스텝 가능성 낮아

이윤주 기자

‘빅스텝’ 배경과 통화정책

“빅스텝 결정”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3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빅스텝 결정”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3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물가에 우선순위 뒀지만 하방 위험 등 경기 대응도 고려
“연말 2.75~3% 도달”시장 예측에 이 총재 “합리적 전망”
“농축수산물 등 체감물가 낮추고 부채 리스크 관리 필요”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빅스텝’(한 번에 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을 단행한 이후 “물가 흐름이 전망 경로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면, 당분간 0.25%포인트씩 점진적으로 인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밝혔다. 당분간 물가 대응 중심으로 통화정책을 펴겠다는 기조는 유지하면서도, 향후 인상폭은 신중하게 가져가겠다는 뜻을 밝힌 셈이다.

시장에서는 전망의 불확실성이 해소됐다고 평가하면서 올해 8월과 10월 0.25%포인트씩 인상돼 기준금리가 연말 연 2.75% 수준에 도달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이 총재는 13일 기자간담회에서 “당분간 높은 물가오름세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므로 기준금리 인상 기조를 이어나갈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다”면서 “(물가가) 향후 몇 달간 지금보다 높은 수준을 보인 후 점차 완만히 낮아지는 상황하에서는 금리를 당분간 0.25%포인트씩 점진적으로 인상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에는 물가 불안 심리를 관리하기 위해 빅스텝 처방을 꺼냈지만 앞으로는 입장을 바꿀 정도로 큰 변화가 없다면 추가 빅스텝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 총재는 “올 3분기 말이나 4분기 정도를 물가 정점으로 보고, 그다음에는 약간 안정되는 모습을 생각하고 있다”면서 “정점을 지나더라도 급속히 낮아질 가능성보다는 완만하게 떨어져서 높은 물가 수준이 유지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현재는 물가 기대심리를 꺾는 것에 우선순위를 뒀지만, 경기는 하방 위험이 높아지고 있다는 인식도 확인했다. 경기 대응 측면의 통화정책은 세계경제의 흐름 등을 파악하면서 가늠해 보겠다는 것이 한은의 판단이다.

이 총재는 “아직까지 올해 성장률은 2%대 중반, 내년에는 2%대 초반 정도로 잠재성장률보다는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 “기준금리를 1%포인트 정도 올리면 성장률이 0.2%포인트 낮아지는 영향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이번 ‘빅스텝’은 불가피한 결정이라는 의견이 많다. 김상봉 한성대 교수는 “미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0.75%포인트 인상, 원화 약세, 무역수지 적자 등을 감안하면 우리도 금리를 따라 올릴 수밖에 없다”며 “금리를 올리지 않으면 더 큰 위기를 겪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정부는 농축수산물 등의 공급을 국민이 체감할 수 있게 최대한 늘리는 방향으로 물가를 낮추는 데 동참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은 사상 첫 ‘빅스텝’]한은 “당분간 0.25%P씩 올린다”…추가 빅스텝 가능성 낮아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긴축은 모두에게 고통을 동시에 가하는 정책이므로 금리 인상에 따른 경기 둔화는 이제 상수로 봐야 한다”면서 “다만 한국의 경우 부채 문제가 터지지 않도록 잘 관리하는 게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연말까지 두 차례, 총 0.5%포인트 인상이 이뤄질 것이란 예상이 우세했다. 이 총재 역시 “연 2.75~3.00%의 시장 전망은 합리적 수준”이라고 말해 이 같은 전망에 힘을 실었다. 안재균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8월 연속적인 빅스텝 우려를 낮추는 동시에 추가 인상을 시사해 기대인플레이션 안정 효과를 더욱 높이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면서 “8·10월 각 0.25%포인트 인상을 통해 연말 기준금리 연 2.75% 도달 전망을 계속 유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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