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사상 첫 ‘빅스텝’

실질소득 감소하는데…가계대출 이자 1인당 연 32만원 불어

최희진 기자

커지는 신용 위험

대출엔 악재…증시는 상승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올린 13일 서울시내 한 시중은행의 대출 창구 앞으로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왼쪽 사진). 한은의 금리 인상 기조로 대출자의 이자 부담이 커지고 있다. 이날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 코스피와 원·달러 환율 등이 표시돼 있다. 금융시장은 금리가 큰 폭으로 인상됐음에도 안정세를 보였다. 연합뉴스

대출엔 악재…증시는 상승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올린 13일 서울시내 한 시중은행의 대출 창구 앞으로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왼쪽 사진). 한은의 금리 인상 기조로 대출자의 이자 부담이 커지고 있다. 이날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 코스피와 원·달러 환율 등이 표시돼 있다. 금융시장은 금리가 큰 폭으로 인상됐음에도 안정세를 보였다. 연합뉴스

가계 대출이자 연 6조 늘고
DSR 커져 다중채무자 타격

9월 코로나 금융지원 끝나면
자영업자 등 ‘부실’ 수면 위로

금융기관 건전성에도 위협
한은 총재 “선별 지원 노력”

한국은행이 사상 초유의 ‘빅스텝’(기준금리를 한 번에 0.5%포인트 인상)을 단행하면서 대출이 있는 가계 및 소상공인의 이자 부담이 급격히 불어날 것으로 우려된다. 물가 상승과 경기 둔화로 실질소득이 감소하고 있어 대출 원리금 상환 부담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13일 기준금리를 연 1.75%에서 2.25%로 0.5%포인트 인상했다. 기준금리 인상은 은행 예·적금 등 수신상품 금리 인상으로 이어지고, 이는 은행의 자금 조달 비용 지수(코픽스·COFIX)를 끌어올려 결국 대출금리가 오른다.

연초 한은의 추산을 보면 기준금리가 0.25%포인트 오를 때 가계의 대출이자 부담은 연간 3조2000억원, 1인당 연평균 16만1000원 증가한다. 한은이 빅스텝을 밟으면서 가계의 대출이자는 연간 6조4000억원, 1인당 이자는 연평균 32만2000원이 한 번에 불어나게 됐다.

한은이 지난해 8월부터 현재까지 기준금리를 총 1.75%포인트 올린 것을 감안하면, 가계의 이자 부담은 11개월 사이 연 22조4000억원, 1인당 부담은 연평균 112만7000원이 증가했다.

[한은 사상 첫 ‘빅스텝’]실질소득 감소하는데…가계대출 이자 1인당 연 32만원 불어

금리가 올라 이자가 늘어나면 다중채무자, 과다채무자, 매출 회복이 지연되고 있는 소상공인 등 취약 차주(대출받은 사람)의 신용 위험이 급격히 커지게 된다.

한은이 지난 6월 발간한 ‘금융안정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말 주택담보대출 차주의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은 54.9%, 전세자금대출 차주의 DSR은 26.5%, 두 대출을 모두 가진 차주의 DSR은 80.0%로 집계됐다. DSR은 연 소득 대비 연간 원리금 상환액의 비율로, DSR이 클수록 소득 중 빚 갚는 데 들어가는 돈의 비중이 높다는 뜻이다. 금리가 인상되면 DSR도 더 커지기 때문에, 대출이 많은 일부 차주들은 소비를 줄이고 허리띠를 졸라매도 빚을 갚지 못하는 상황으로 몰릴 수 있다.

물가 상승, 경기 둔화로 실질소득이 감소하면 빚이 있는 가계는 더욱 어려워진다. 한은 금통위는 이날 “소비자물가는 당분간 6%를 웃도는 높은 오름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이며, 올해 중 상승률도 5월 전망치(4.5%)를 크게 웃돌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오는 9월 자영업자·소상공인에 대한 코로나19 금융지원 조치까지 종료되면 그동안 수면 아래 있던 부실이 한꺼번에 터져나올 가능성이 있다. 자영업자 대출은 지난 3월 말 기준 960조7000억원으로, 코로나19 유행 이전인 2019년 말 대비 40.3% 증가했다.

가계 및 자영업자 대출이 부실화하는 것은 이들에게 돈을 빌려준 금융기관의 건전성을 위협하게 된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금리를 인상하는 과정에서 어려움이 커지는 취약 부문에 대해서는 정부와 함께 중앙은행도 선별적 지원 방안을 찾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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