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만가구, 집 팔아도 빚 못 갚는다

최희진 기자
38만가구, 집 팔아도 빚 못 갚는다

전체 대출 가구 중 3.2% ‘고위험’
코로나 유행 전보다 5000가구 증가

저신용 다중채무자도 6.3%로 늘어
한은 ‘빅스텝’ 땐 1인당 이자 26만↑

금융회사 대출이 있는 가구 중 38만가구는 집을 포함한 자산을 다 팔아도 대출을 완전히 갚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이 12일 사상 두 번째 ‘빅스텝’(기준금리를 한 번에 0.5%포인트 인상)을 단행할 것으로 전망되는 등 금리 오름세가 이어지고 있어 이들 가구의 부실 위험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은이 10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강준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가계부채 현황 자료를 보면, 2021년 말 기준 금융부채가 있는 ‘고위험 가구’는 38만1000가구로, 대출이 있는 전체 가구 중 3.2%를 차지했다.

한은에 따르면 고위험 가구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연 소득 대비 연간 원리금 상환액 비율)이 40%를 초과하고, 자산 대비 부채 비율(DTA)이 100%를 초과해 자산을 다 팔아도 부채를 갚기 어려운 가구를 뜻한다.

고위험 가구 수는 2020년 말 40만3000가구보다는 감소했지만, 코로나19 대유행 이전인 2019년 37만6000가구와 비교하면 5000가구 정도 더 늘었다. 이들 고위험 가구가 보유한 금융부채는 69조4000억원으로, 전체 금융부채의 6.2%를 차지한다.

고위험 가구보다 더 넓은 범위를 포괄하는 ‘취약 차주(대출받은 사람)’ 비중은 올해 2분기 말 6.3%로, 지난해 말 6.0%보다 소폭 증가했다.

취약 차주는 3개 이상 금융기관에서 돈을 빌린 다중채무자이면서, 소득 하위 30%인 저소득 또는 저신용(신용점수 664점 이하) 차주를 말한다.

한은은 취약 차주 비중이 늘어난 것에 대해 “소득 여건이 악화하고 신용도가 변화하는 등 재무건전성이 저하한 것뿐 아니라 대출금리 상승의 영향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통화긴축 속도를 높이고, 한은이 연내 기준금리를 추가 인상해 시장금리가 더 오르면 고위험 가구를 포함한 취약 차주의 부실 위험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당장 12일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올릴 것이 유력한 상태다.

한은이 추산한 바에 따르면 금리가 0.5%포인트 상승할 때 전체 차주의 이자 부담은 6조5000억원 증가한다. 이 중 3000억원이 취약 차주가 짊어져야 하는 부담이다. 1인당 이자 부담을 보면 취약 차주는 1인당 평균 25만9000원, 비취약 차주는 33만2000원을 추가 부담하게 된다.

만약 한은이 11월에도 빅스텝을 밟아 기준금리를 두 달 만에 총 1.0%포인트 올리면 전체 차주의 이자 부담은 총 13조원 늘어난다. 이 가운데 취약 차주의 이자 부담은 7000억원이다. 차주별로는 취약 차주 1인당 51만8000원, 비취약 차주는 66만4000원의 이자를 더 내야 한다.

한은은 지난달 ‘금융안정 보고서’에서 “민간부채 수준이 높은 상황에서 물가 상승 압력과 그에 따른 금리 상승은 차주의 채무 상환 능력에 부담을 주고 금융시장 변동성도 확대할 우려가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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